수원지검 성남지청이 4일 이석우 전 다음카카오(현 카카오)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아동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아청법 위반 혐의다. 이 전 대표는 다음카카오 합병 전 카카오 대표로 재직할 당시 카카오그룹을 통해 유포된 문제 음란물을 사전에 막거나 삭제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이 문제되고 있다. 이 문제를 온라인 대표에게 책임을 묻는 첫 사례다.

오비이락

물론 법을 위반한 사람은 그에 맞는 처벌을 받아야 하고, 국가는 이를 정화하고 바로잡을 권리이자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내밀한 관점에서 의미심장하게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소위 카카오톡 감청논란 이후 다음카카오가 검찰조사에 불응하겠다는 뜻을 천명하자 단 2개월 만에 이 대표를 아청법 위반혐의로 소환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까마귀 날자 배가 떨어지는 격일까. 괘씸죄 논란이다.

여기에 지난 6월 시작된 세무조사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으며 지난 7년간 네이버가 단 한차례 세무조사를 받은 반면 다음카카오는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지난해 세월호 참사, 지난 6월 메르스 사태 진정 이후 등 세번이나 특별 세무조사를 받았다는 것이 알려지며 의혹은 점점 짙어지고 있다.

오죽하면 이재웅 다음 창업주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뭔가 잘못한 게 있으면 당연히 세무조사를 받고 세금을 내야겠지만 다음과 다음카카오 세무조사는 왜 광우병 파동 3개월 뒤, 세월호 사건 두 달 뒤, 그리고 그게 마무리된 지 1년도 안 돼 메르스 발병후 세무조사를 실시할까”라는 말로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볼까. 포털 전체에 대한 담론이기는 하지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10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포털의 미래를 논하다'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며 "제발 포털에 선정적인 사진을 싣지 말아 달라"며 "집에 가서도 스마트폰으로 포털을 보지만 여자들 옷 벗고 있는 사진, 우리가 정말 보기 부끄러운 사진이 나온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당연한 지적이지만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길들이기’ 분위기를 고려하면 왠지 스산한 발언이다. 이에 앞서 새누리당은 포널 뉴스의 편향성을 주장하며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맹공을 퍼붓기도 했다.

포털만 ‘잡기’에는 부족하다고 느껴서일가. 네이버와 카카오의 뉴스제휴 권력이양 정국에서 갑작스러운 발표가 이목을 끌었다. 바로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이 3일 국무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본 개정안은 1인 미만 인터넷 언론의 등록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난 8월 입법예고했던 내용이 단숨에 수면 위로 부상했다.문화체육관광부는 1년 유예기간을 두고 소급적용하겠다는 입장인데 이렇게 되면 30% 이상의 기존 인터넷 언론이 자격을 박탈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틀렸다. 달라지는 것 많다. 당장 ‘정부의 간택’을 받지 못한 언론은 추후 취재과정에서 의도적인 배제를 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타협의 단초가 포착되기도 했다. 단적인 사례가 문제가 되던 감청영장 조건부 수용이다. 카카오는 지난 10월 6일 배포한 입장자료를 통해 "대검 국정감사에서 김진태 검찰총장이 카카오와 통신제한조치 재개 방식에 대해 실무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며 "신중한 검토 끝에 카카오는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른 통신제한조치에 응하기로 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 당시 카카오는 정권과 타협했다‘는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ICT가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사막여우?

이석우 전 대표의 불구속 기소에서 알 수 있듯이, 그리고 포털을 대하는 태도와 인터넷 언론을 다루는 스킬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현 정권은 ICT 경쟁력을 육성하고 키우는 것이 아닌, 일종의 ‘길들이는 용도’로 사용하는 분위기다. 물론 법까지 어겨가며 정경유착의 끝판왕을 보여준 현재의 제조업 재벌처럼 봐주라는 말이 아니다. 최소한의 국가경제를 생각한다면 나름의 숨통은 확보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러면서 현 정권은 ICT를 이용해 자신들이 소질을 보이지 못하는 외교전에서만 소모적으로 활용하려 든다. 한중일 전자상거래 싱글마켓을 구축하면 누가 좋을까? 싱글마켓 합의하면 누가 파괴적인 피해를 입을까? 아니, 그런 고민은 한 적이 있나? 이러면서 육군 5163부대를 앞세워 국가정보원의 사찰 범위를 늘리고만 있으니,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석우 전 대표가 법을 어겼다면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 하지만 ICT 공안정국이라는 거대한 틀 속에서 이러한 담론이 일어나고 있다면, 심지어 이 문제가 이석우 전 대표의 영역을 넘어서는 일로 평가받는다면, 그래서 이후 법적인 처벌근거가 희박하다면 당장 엄청난 역풍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ICT는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사막여우가 아니다. 길들이는 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시도가 계속된다면, 정말 화산처럼 분노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