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2년차 직장인 권태형 씨는 매달 손에 쥐어지는 월급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 주위 친구들에게 재테크를 시작해야 한다고 귀가 따갑게 전해 들었지만, 어려운 취직 관문을 뚫고 취업에 성공해 부모님과 애인에게 선물 공세를 펼치고, 새롭게 시작한 취미생활에 공을 들이느라 통장 잔고는 항상 바닥이 나 있다. 그 뒤로도 교통·통신비, 월세 주거비 등 고정 지출을 제외하면 통장에 남는 돈은 월급의 3분의 1 수준. 그마저도 주말에 친구들과 술자리를 갖다 보면 게 눈 감추듯 통장은 텅텅 비어 있다.

#분식집을 10년 넘게 해오는 30대 초반 김정렬 씨. 이미 살고 있는 집 장만은 물론 분식집 건물마저 인수할 정도로 성공했다. 그에게 어떻게 성공했냐고 물으면 거침없이 12개의 통장을 보여준다. 각각 다른 용도의 통장들을 보여주면 이게 성공의 비법이라고 한다. 이 통장들이 그에게는 회계장부이고 미래 설계도라고 말한다. 통장 속에 지출내역이 있고 통장 속에 미래 투자계획이 있기 때문이란다. 타인과의 약속처럼 내 통장과의 약속을 잘 지켜온 그 원칙이 김 사장의 성공비결이다.  

늘 텅 빈 통장에 쫓겨 사는 생활을 멈추게 할 방법은 없을까. 우선 딱 한 가지만 바꿔보자. 일명 ‘통장 쪼개기’를 통해 생활비의 목적성부터 부여해 보는 것은 어떨까.

통장을 쪼개서 관리하면 자신의 지출과 저축 내역을 쉽게 정리할 수 있다. ‘통장 쪼개기’는 통장을 기본 통장, 용돈 통장, 비상 통장, 투자 통장 등 4개로 나누는 재테크를 말한다. 목적과 용도에 맞게 돈을 분산 관리함으로써 충동적인 지출을 막아 자신도 모르게 새나가는 돈 구멍을 막을 수 있다.

학생이나 사회 초년생들은 월급통장으로 생활비에서 비상금까지 관리하는 경우가 많고,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면 적금에 가입하는 정도다. 하지만 너무 생활비에서 비상금까지 모두 넣고 관리하거나 과도한 금액을 설정해 적금을 설정할 경우, 과소비를 하거나 적금을 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자신이 한 달에 얼마나 쓰는지와 관련 내역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소비 다이어트를 할 수 있는데도 이를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교통·통신비 등 공과금 관리하는 ‘기본 통장’

기본 통장을 통해서는 공과금이나 각종 이체 업무를 처리한다. 따라서 급여가 들어오는 통장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매달 결제 금액이 얼마인지를 파악해 필요한 금액만큼 넣어 두는 것이 좋다. 가끔씩 추가 결제 등이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여유 있게 넣어 둬야 한다.

기본 통장으로는 국민은행 직장인우대종합통장을 추천한다. 직장인우대종합통장은 급여이체를 하는 직장인들에게 실질적인 수수료 면제 혜택과, 목돈을 마련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예·적금 상품 금리우대 혜택 등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출금자유예금 상품이다. 가입 대상은 실명의 개인이고 1인 1계좌 가입이 가능하다. 기존의 보통예금, 저축예금 통장을 가지고 있는 고객도 직장인우대종합통장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부가 서비스로는 수수료면제 기능이 특화됐다. 최근 1개월간 50만원 이상 급여이체 고객, 3개월 통장 평균잔액이 100만원 이상인 고객, 3개월간 KB카드 이용실적이 100만원 이상인 계좌 고객에게 자동화기기 시간외 출금 수수료,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전자금융 수수료를 무제한으로 면제한다. 여기에 KB카드의 결제실적과 공과금 자동이체 여부에 따라 타은행 송금 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다양한 금리우대 혜택도 누릴 수 있다. ‘패키지상품 금리우대’로 인터넷을 통해 KB상호부금, 국민수퍼정기예금 가입 시 연 0.3%p의 금리우대를 제공한다.

재테크 첫걸음 목돈 만들기 통장

자산을 불리기 위해서는 일단 ‘목돈’을 마련해야 한다. 가진 돈을 무조건 아껴 쓰고 난 뒤 방치해 두기보다는 계약 기간 동안 매달 일정 금액을 불입해야 하는 적금에 가입해 목돈을 만들자.

적금은 크게 1~2년 짜리 단기적금과 3~5년 짜리 중장기 적금통장이 있다. 단기 적금은 이율이 높지 않지만 단기간에 원하는 목적자금을 마련하는 데 유용하다. 기간이 짧은 만큼 높은 이자를 바라기 보다는, 짧은 기간 돈을 사용하지 않고 모을 수 있는 구속력이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중장기 적금은 가입기간이 긴 만큼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다. 단, 기간에 대한 부담이 있기 때문에 그때그때 여윳돈이 있을 때마다 적금하는 자유적립식 방법이, 몇 년 뒤 목적을 위해 굳게 마음먹고 가입한다면 적립식 적금을 가입해야 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처음 적금에 가입할 경우 목표금액을 높게 설정하고 무리하게 시작했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것보단 여유자금의 50~60% 정도를 설정해 만기까지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하나은행 ‘행복Together 적금’은 1년, 2년, 3년, 5년제로 5년제 정액적립식의 경우 우대금리 포함 최고 2.6% 금리를 제공한다. 인터넷 및 모바일뱅킹에서 간단한 통합 축하메시지를 작성하면 0.3%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정기적립식 3년제인 경우 최고 연 2.5%다. 여기에 통합하나은행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작성하면 연 0.3%의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이달 말까지 계좌당 1000원씩 출연해 청년취업 및 창업 지원 사업에 기부한다.

신한은행 ‘신한 월복리 적금’은 이자를 원금에 포함한 원리금에 대해 이자를 주는 복리 상품이다. 누구나 1계좌씩 가입 가능하며, 가입 기간은 최장 36개월, 분기당 100만원 이내에서 자유롭게 저축할 수 있다. 36개월 기준 (11월4일 기준) 연 1.80%의 이율에 신한카드 결제계좌 지정 등의 요건을 만족하면 0.3%포인트 추가 금리가 따라붙는다. 영업점 외에도 스마트폰, 인터넷뱅킹에서 가입이 가능하다.

용돈통장· 체크카드 사용하기

남는 돈 중 생활비는 용돈 통장으로 이체해 체크카드로 쓰면 좋다. 체크카드는 통장 잔액 범위 내에서만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무분별한 소비를 막아준다. 신용카드는 체크와 신용카드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역시 통상 50만원 미만이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당장 돈이 없어도 결제가 가능한 신용카드에 비해 과도한 지출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 또한 자금의 분산과 용도 지정을 위해 체크카드를 2개 이하로 줄이고, 카드대금 결제계좌 지정시 혜택을 주는 은행상품이 있는지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자.

이밖에 생활비를 쓰고 남은 여유자금의 10%가량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상품을 이용한 비상 통장에 담아두는 것을 추천한다. 대략 2~3개월 여유분의 비상금을 모아두고 애경사(哀慶事), 병원비 등 갑작스런 목돈이 필요한 경우에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비상 통장을 갖고 있지 않으면 갑작스러운 사고나 병이 생겼을 때 예금 등을 깨야만 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