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 탑승객 224명이 전원 사망한 러시아 여객기가 이미 상공에서 부서진 상태였다는 러시아 항공 당국의 발표가 나왔다.

러시아 항공당국이 이집트 시나이반도 북부에서 추락한 러시아 여객기는 높은 고도에서 기체가 부서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1일(현지시각)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코갈림아비아 항공 소속 에어버스 A321기 사고 현장에서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알렉산드르 네라드코 러시아 항공청장은 “사고기의 잔해들이 약 20㎢에 걸쳐 넓게 흩어져 있는 것으로 추정해볼 때 항공기가 높은 고도의 공중에서 파괴되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추락 원인에 대한 확정적 언급은 자제했다.

이 같은 추정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사고 직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등 테러조직에 의한 격추 혹은 기내 폭탄테러가 원인이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 당국이 “기체 꼬리날개 부분이 나머지 동체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추락해 있었다”라며 추락 전 ‘공중 분해’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막심 소코로프 러시아 교통장관도 “기체가 9100m 상공에서 비행 중 갑작스럽게 빠른 속도로 추락한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라며 상공 폭발 혹은 격추에 무게를 둔 발언을 했다.

보도가 전해지면서 중동 항공사들은 항공기 운항 경로에서 시나이반도를 제외하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은 카타르항공, 쿠웨이트 자지라항공, 바레인 걸프항공은 시나이반도 상공을 피해 운항할 계획이라고 서신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IS의 격추가 사고 원인으로 확인될 경우 IS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고 있는 러시아 정부는 대중들의 테러 공포와 반전 움직임에 정면으로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이집트 당국은 사고 원인을 단정하기에 이른 상태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당초 러시아는 추락 사고의 원인이 기술 결함이라고 설명했다. 셰리프 이스마일 이집트 총리도 기술적 결함 탓이라며 차후 결과를 밝히겠다고 했다. 하지만 IS는 사고 직후부터  자신들이 여객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하고 비행기 폭발 영상을 공개했다.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IS가 시리아 정부군에게서 휴대용 방공무기 시스템을 탈취해 항공기 격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