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용차 체어맨W / 사진 = 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의 플래그십 세단 체어맨이 계속되는 판매 부진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국내 도로 위에서 자취를 감출 위기에 처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업무용 차량으로 선정되며 재조명 받고 있긴 하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1000만원 상당의 경품을 증정하며 사실상 ‘떨이 판매’를 하고 있음에도 실적은 끝없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 모델 노후화라는 치명적인 단점을 커버하는 것이 사실상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플래그십 세단 ‘애물단지’ 전락

2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체어맨은 최근 몇 년간 실적이 꾸준히 떨어져왔다.

상위 트림인 체어맨W는 작년 1580대가 팔렸다. 전년 동월 대비 16.2% 떨어진 수치다. 올해 1~10월 누적 판매량도 1034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5% 빠졌다. 10월 판매량은 119대 수준에 불과해 사실상 ‘애물단지’로 전락한 모양새다.

하위 트림인 체어맨H는 작년 12월 단종되는 수모를 겪었다. 한해 동안 1117대 팔리며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든 탓이다. 월 평균 판매량이 100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체어맨이 그동안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 역할을 수행하며 승승장구해왔었다는 점이 쌍용차 측을 힘들게 하고 있다. 체어맨은 1997년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태어난 차다. ‘원조 회장님 차’로 이름을 드높이며 선전했다. 2000년대 후반 연간 1만3000대에 육박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그랬던 판매량이 2015년 현재는 10분의1 이하로 떨어졌다.

2008년 체어맨W 출시 이후 파워트레인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는 게 이 같은 부진의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모델이 노후화되면서 경쟁력을 잃었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진입장벽을 한껏 낮춘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들이 득세하면서 소비자들이 대거 이탈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자 매달 1000만원 상당의 경품을 제공하는 ‘떨이 판매’를 계속해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희망의 불씨가 완전 죽은 것은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5년7월부터 업무용 차량을 체어맨으로 바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모델이 재조명받게 된 것. 대기업 오너가 경쟁 차종 대신 체어맨을 택했다는 점에 소비자들의 이목이 모였다는 평가다.

여기에 8월에는 쌍용건설 김석준 회장이 ‘체어맨 양산 1호차’를 쌍용차에 기증 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18년 동안 33만km를 장거리 주행했지만 주행성능은 물론 내구성 및 안락감 등에 크게 만족했다”고 직접 언급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쌍용차 측도 이 같은 여세를 몰아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풀체인지 모델 출시 등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지는 못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체어맨에 안전 사양을 추가하는 등 상품성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차종과 브랜드가 다양해지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신차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며 “풀체인지를 통해 신모델이 나오지 않는 이상 체어맨은 사실상 단종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