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자재 제조업체인 A 사는 그 분야에서 오랜 기간의 경험과 실적으로 업계의 수위를 유지하고 있는 건실한 업체였다. 하지만 지속되는 건설경기 부진에 따라 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게 되고 A 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A 사는 돌파구가 필요했고, 그에 따라 가장 먼저 추진하게 된 것이 현재의 상황을 버텨내고 새로운 전략의 추진력 확보를 위한 전사적 원가절감 활동이었다.

A 사는 예전부터 지속적인 원가절감 활동을 해왔지만, 조금 더 체계적이고 도전적으로 원가절감을 하기를 원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관리하는 제품별 표준원가에 대한 검증도 또 하나의 요구사항이었다. 수익의 예상치와 실제 결과가 매번 너무 달라서 아무래도 원가배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지고 있었다.

원가절감 활동과 병행된 제품별 표준원가 검토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새로운 원가배분 방식을 제품별로 재반영한 결과, 지금까지 회사 수익창출의 주력이었던 표준제품의 수익성보다 시장은 있지만 수익률이 낮은 것으로 판단했던 대형제품의 수익성이 훨씬 높게 나왔기 때문이었다. 잘못된 원가방식에 의해 회사의 전 부서와 인원이 수익성을 극대화하기보다는 오히려 수익성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전사적 역량을 기울여 왔던 것이다. 영업은 표준제품을 파는 데 주력했고, 생산 또한 영업의 요청에 따라 표준제품을 만드는 데 주력하면서 일치하지 않는 예상수익과 결과를 맞추기 위한 결산조정의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처구니 없어 보이는 일이지만 실제로 많은 회사에서 크고 작은 원가배분의 오류는 드물지 않다. 오래 전에 구축했던 표준원가 배부기준이 그동안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채 계속 의심 없이 쓰이면서 잘못된 판단의 근거가 되었던 것이다. 공정별·제품별 배분되는 직접노무비가 생산성 향상, 생산제품구성의 변경은 물론 생산기술, 생산관리의 변경 등을 반영해서 실질적으로 계산되어야 함에도 예전 배부방식 기준을 사용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프로젝트 기간 중 각 공정별·제품별 실제 생산성을 측정하고, 변화된 생산환경을 감안한 새로운 배부기준을 정립하고 이를 적용했다. 새로운 원가기준에 따라 대형제품 위주의 생산과 영업이 이루어지고, 때마침 부분적으로 회복되는 시장여건 속에서 A 사는 당초 예상하지 못했던 규모의 흑자를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은 전 구성원의 원가절감 노력이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회사의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올바른 방향으로 결집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프로젝트를 종료하면서 A 사의 고위 임원은 “표준원가를 재정립한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의미와 성과가 있는 프로젝트였다”라며, 향후 현장혁신 활동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성을 확보했다는 데 더 큰 의미를 두기도 했다.

많은 기업들이 혁신활동을 추진하며 구성원 모두가 회사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한마음으로 구슬땀을 흘린다. 하지만 혁신은 때론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복병을 만나기도 한다. 그동안 체계적인 방법에 따라 제품의 원가를 배분하고 관리하고 있지만, 의외로 많은 기업들이 원가상의 오류를 결산조정으로 감내하고 있다.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원가절감을 기반으로 제품 포트폴리오(Portfolio) 구성이 최적화되어야 하고, 그러려면 제품별 표준원가가 제대로 정립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것이 우리 직원들의 노력이 보상받게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경영전략이란 궁극적으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이고, 혁신은 전략에 공감한 구성원들의 노력이 보다 빠르고 크며, 지속적인 수익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주어진 업무영역에서 ‘더 나은 방식’을 추구하는 과정이다. 혁신을 위해 원가절감, 품질향상, 제품개발 등 지속적인 개선활동이 중요한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구성원들의 고마운 노력이 올바른 방향으로 결집되고, 그 성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반듯하고 탄탄한 기반을 갖추는 일은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한다. 글로벌 경제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위축된 시장환경 속에서 수익성 확보를 위한 원가절감 활동의 중요성이 한층 중요한 시점이다. 드물게 마주치게 되는 복병이지만 혁신활동을 추진하는 모든 기업들이 반드시 먼저 짚어두고 확인해야 할 ‘원가복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