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코노믹리뷰 안영준 기자]


세상의 모든 네트워크 분석 툴
‘복잡계이론’ 세계 과학계 주목

네트워크 즉, 뼈대를 먼저 연구고 복잡계를 연결하자는 것이다.”
‘복잡계 네트워크 과학’.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정하웅(44) 교수를 만나며 처음 들은 말이다. 과학 수학만 생각해도 머리가 아픈 사람이 많을 텐데, 과학이라는 용어에 '복잡계(Complex Systems)'라는 말이 더 붙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모두 네트워크잖아요. ‘복잡계’는 21세기 풀어야 할 난제 중 하나입니다. 전문가들도 정의 내리지 못하는 부분이 있으니, 애써 이해할 필요는 없어요. 단순히 인터넷 연결, 스마트폰, 자연계의 브레인 등을 ‘복잡계’로 생각하면 됩니다.”

다리 없애면 교통 체증 줄어

정 교수는 이런 ‘복잡계’를 네트워크 개념을 이용해 분석 연구한다. 그는 노트북으로 테러리스트들이 네트워크로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미국 뉴욕의 도로망이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설명했다. 그리고 “테러리스트들의 네트워크을 알면 범죄를 미리 알 수 있고, 도로 네트워크을 알면 도로 건설과 다리 증축이 교통 체증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운전자들의 선택을 분산시키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도로를 만들 때부터 여러 가지를 고려해 디자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다리 하나를 없애는 것이 교통 체증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이론이다. 그는 “현재의 도로망을 유지한 채로 적절하게 교통량을 우회, 분산시킬 수만 있다면 1시간 걸리던 거리를 40분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정 교수는 2008년 ‘도로교통망에서 개별 운전자들의 합리적인 행동이 교통 체증이라는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네트워크 이론을 통해 계산하고, ‘무계획적인 도로 확장이나 도로건설이 교통 흐름에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음’을 정량적으로 증명해 물리학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연구 주제와 방법의 창의성, 다양한 응용가능성 때문에 물리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발표되고 경제학 분야 최고 잡지인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에서도 주목할 만한 과학기술분야 논문으로 선정되며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에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수상자로 정 교수를 선정했다.

정 교수는 2003년부터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선도기초과학연구실(ABRL), 중견연구자지원사업(도약연구) 등의 지원을 받아 '복잡계 네트워크의 구조와 동역학'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으며 2008년부터는 복잡계 네트워크 과학을 활용한 미래인터넷 모델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인터넷은 최근 획기적인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개선과 변화에 대해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국회의원 네트워크도 분석

그는 학연, 지연 등을 통한 17대, 18대 국회의원의 네트워크도 조사했다. 조사 방법은 구글 검색 사이트에 물어보는 방법을 택했다. 국회의원 두 사람을 구글에서 함께 검색하면 몇 번이 이 사람과 연결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 허브가 되는 국회의원이 누구였는지 연결고리가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다는 것.

그는 국회의원 네트워크 연구에 대해 “정치적 성향이 있어서가 아니라, 연구 자체에 의미를 두었다”고 말한다. 그는 “시간별로 분석하면 정치 네트워크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알 수 있고 이것을 잘 모니터링하면 선거 전략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정 교수는 미국 노트르담대 연구교수를 거쳐 2001년부터 KAIST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지금까지 80여 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했으며 물리·생물·전산·사회·경제학 등 영역에서 다양한 연결망의 구조와 성질을 연구했다. 다른 사람이 논문을 쓰며 정하웅 교수의 논문을 인용한 횟수는 8000번이 넘었다.

그는 또한, 시스템 생물학 분야의 세포 내 신진대사망의 강건성(robustness)이라는 현상을 가상세포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이론적으로 예측했으며, 그 결과를 실험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증명해 2007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했다.

“말을 빨리 해서 걱정이다”라고 하지만, 그의 강의는 학생들에게 신임을 얻는 편이다. 2006년부터 3년 동안 KAIST 자연대 우수강의상을 받았고 우수강의 대상도 수상했다. 특히 정 교수는 과학기술 앰배서더(홍보대사)로 임명돼 지금까지 100차례가 넘는 대중강연을 하고 있다.

인터뷰 날, 서울에서 그를 볼 수 있었던 이유도 서울대와 세종문화회관에서 강의가 잡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KAIST는 지난달, 교육과 연구 업적이 탁월한 교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정석좌교수제를 신설하고 정하웅 교수 등 14명을 임명했다.

이학명 기자 mrm9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