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생산되는 쌀에 비해 소비는 많지 않아 ‘쌀 소비를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두 해 들은 것이 아니다. 실제로 일인당 쌀 소비량은 30년 전에 비해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한때 쌀농사로 유명했던 일본 북동부의 이나카다테 역시 줄어든 쌀 소비량으로 인해 위험에 처했다. 하지만 라이스 코드 프로모션(Rice Code Promotion)이라는 논 아트 프로젝트로 마을의 사업은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켰다.

쌀 코드(Rice Code)로도 유명한 이 프로젝트는 논에 밑그림을 그린 뒤 각 위치에 맞추어 빨강·초록·노랑 등 여섯 가지의 다른 색상의 쌀을 논에 심는다. 시간이 지나면 각각의 자리에 여러 색상의 벼가 자라면서 흥미로운 그림들이 드러난다. 그림들은 만화 캐릭터부터 일본의 신, 풍경 등 여러 가지의 주제를 가진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 프로젝트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마을에서는 논의 그림을 사진으로 찍으면 QR 코드로 인식되는 기술을 개발했는데, 소비자들이 핸드폰으로 논의 그림을 스캔하면 그 논에서 생산된 쌀을 파는 사이트로 직접 연결된다. QR 코드가 대중에게 보편화되어 있는 일본에서 딱 맞는 방법이었다. 또한 꼭 현지에 가서 논을 찍지 않아도 포스터나 온라인상의 사진을 통해 QR 코드를 인식하면 구매로 연결될 수 있었기에 인터넷과 입 소문을 타고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제 이나카다테는 새로운 관광지로 떠올랐다. 해마다 다녀가는 방문객들을 위해 마을은 기차역을 신설하고 새로운 관광 상품을 내놓는 등 다시 생기를 띠게 되었다.

관련 링크: http://www.vill.inakadate.lg.jp/

 Insight

마트에 가면 이름도 특이한 브랜드 쌀이 즐비하다. 하지만 화려한 포장지에 멋진 문구들에 압도되어 선택이 더 힘들어지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처음에는 ‘이름’이나 ‘포장지’ 가 경쟁의 무기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모두가 이 경쟁에 뛰어들면 그 틀 안에서 이기기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최소한 남들이 쏟는 에너지에 근접하거나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만 겨우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차라리 경쟁의 기준을 바꾸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 이나카다테 마을은 논과 아트를 접목해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다. 농사짓는 과정에 예술적인 가치를 부여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IT 기술을 통해 보다 친숙하게 소비자에게 다가갔다. 완전히 달라 보이는 세 분야를 잘 조화시켜 전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만들었다. 이제 이나카다테에서 생산된 쌀을 이름이나 포장지로 평가하지 않는다. 새로운 경쟁의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