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원 김정아 씨는 오는 12월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 구하기’와 전세자금 마련에 한창이다. 김 씨와 남자친구가 모은 1억5000만원 외에 부족한 자금은 대출을 받을 생각이다. 최근 전셋값이 오르면서 서울 소재 중소형 아파트는 기본적으로 3억원을 상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지원하는 대출상품은 기준이 복잡하고, 시중은행들이 내놓은 대출 상품들도 제각각 조건과 우대요건 등이 달라 어떤 상품을 선택할지 고민이 커지고 있다.

전셋집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서울,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전셋값이 점점 치솟으면서 유례없는 최악의 전세난이 시작됐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셋값은 주택 매매가의 73%로 지난 2분기 72%에서 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3년 9월 2억8201만원 수준이던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지난달 3억6420만원으로 8219만원, 29%나 급등했다. 전셋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같은 기간 59.1%에 불과했던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71.8%까지 치솟았다.

계속되는 저금리 탓에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목돈을 받아봤자 마땅히 돈 굴릴 곳이 없다. 저금리 탓에 은행은 단순히 돈을 맡겨놓는 금고 수준으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내 경기도 좋지 못하다 보니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기도 불안하기 때문에 목돈보다는 매달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월세가 낫다. 급등한 전셋값 때문에 집주인이 올려달라는 인상분에 미치지 못하는 게 대부분 세입자들의 현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급등하는 전세자금대출을 알아보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조건 좋은 정부 지원 버팀목전세대출·월세지원대출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다방면에서 서민들의 주거 마련을 지원해주는 금융상품을 출시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전세자금 마련을 돕는 ‘버팀목전세자금대출’. 이전까지는 국민 주택 기금 대출은 ‘근로자 전세 자금 대출’, ‘서민 전세 자금 대출’, ‘저소득 전세 자금 대출’ 등 세 가지로 나뉘었지만, 올해 1월부터 ‘버팀목대출’로 명칭이 통일됐다. 우리은행, 기업은행, 농협, 신한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에서 신청할 수 있다.

국가에서 서민으로 판단하는 사람에게만 지원해주기 때문에 대출 조건이 까다롭고 준비할 서류도 많다. 신청 자격은 부부합산 연 총소득이 5000만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 등을 충족해야 한다. 최대 한도는 1억원이다. 이 밖에도 내용이 복잡해 안내장이나 인터넷을 봐도 정확하게 이해하기 힘들어 은행 영업점 등을 방문해 직접 상담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금리가 2.5~3.1% 수준으로 은행 자체 상품보다 이자가 싸고, 주택에 융자가 끼어 있어도 대출실행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또한 대출금에 대한 질권 설정이 없다. 은행이 판매하는 전세 자금 대출은 대출 금액만큼 집주인에게 배달 증명 등의 방법을 통해 질권을 설정, 집주인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대출을 받기 힘든 경우가 있지만, 버팀목대출은 질권 설정 절차가 없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전세가 아닌 월세를 택했다면, 주거안정 월세대출을 눈여겨 보자. 저소득계층을 위해 올 한해 시범사업으로 시행되고 있는 정책상품이다. 대상은 주거급여대상이 아닌 무주택자 중 △부모와 따로 거주하거나, 부모 소득이 6000만원 이하인 취업준비생 △최근 1년 이내 근로장려금수급자 △희망키움통장 가입자 등이 해당된다. 국토교통부 고시금리인 연 1.5% 수준의 초저금리가 적요오디며 매월 최대 30만원씩, 최대 2년간 720만원의 대출 한도가 적용된다. 대상 주택에 큰 제약은 없다. 다만 고시원이나 무허가 건물의 경우 대출이 제한될 수 있어 대출 신청 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추가로 보증금이 1억원을 넘거나 전용면적이 85제곱미터 초과, 60만원 초과 월세의 경우도 대상에서 제외된다. 우리은행에서 신청할 수 있다.

금리 높지만 한도 높고 간편한 시중은행 전세대출

버팀목대출 대상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소비자들은 시중은행이 판매하는 자체 전세자금 대출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버팀목대출에 비해 금리는 다소 높지만 대출 최대 한도가 더 높고, 주택 전용면적, 세대주나 세대원의 주택 보유 여부가 상관없다는 점이 장점이다.

신한은행은 직장인 스마트 전세자금대출을 판매하고 있다. 은행 영업시간 중 지점 방문이 어려운 직장인 고객들을 위한 상품으로 홈페이지 내에서 고객이 직접 본인의 개인정보와 전세 계약에 관한 내용을 입력해 보증한도를 확인하고 대출 신청도 할 수 있다. 일반 기업체에서 3개월 이상 재직한 급여소득자라면 누구나 신한은행 홈페이지 내 ‘스마트론 센터’에서 신청이 가능하다. 대출한도는 전세금의 최대 80% 이내에서 최고 2억2200만원으로 금리는 최저 연 2.7%(6개월 신규취급액 코픽스 기준)이며 주택금융공사 보증서를 담보로 운용된다. 임차대상 주택은 아파트, 연립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다세대 주택이며 대출기간은 임대차계약 종료일에서 1년 이상 2년 이내, 만기에 대출금을 전액 상환하는 방식이다.

우리은행은 ‘스마트폰 전세론’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전세자금 상담부터 대출실행까지 받을 수 있는 스마트뱅킹 전용 대출이다. 대출 대상은 아파트, 단독·연립·다세대 등 주택의 전세보증금을 5% 이상 지급하고 3개월 이상 소득증빙서류 제출이 가능한 근로소득자다. 보증금의 80%이내인 최대 2억22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대출금액이 1500만원 이하일 경우 소득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고 담보로 제공되는 주택금융공사 보증서의 기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대출금리는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중 선택할 수 있다. COFIX 6개월 기준금리로 최저 연 2.73~3.37%다.

NH농협은행 채움 전세우대론은 전세보증금이 부족한 고객을 대상으로 임차보증금의 80%(최대 2억2200만원)까지 대출을 지원하는 상품이다. 대출대상자는 임차보증금 4억원(지방 2억원) 이하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증서를 담보 대출이 실행되며 금리는 신용등급 또는 농협은행과의 거래실적 등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시중은행에서도 월세 대출상품을 찾을 수 있다. 하나은행의 ‘하나 월세론’은 임차보증금이 있는 월세 고객뿐만 아니라 보증금이 없이 월세를 내고 있는 고객도 대출신청이 가능하다. 아파트나 연립, 다세대, 주거용 오피스텔이 해당된다. 상품은 △부분월세 △순수월세 △보증보험으로 구분한다. 이 중 부분월세는 소득대비 금융비용부담율 40% 내에서 최고 5000만원까지 대출이 실행된다. 보증보험은 임차보증금이 있는 고객에게 생활자금용도 대출을 의미하며 금융비용부담비율 50%, 최고 3억원까지 대출을 실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