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에 이어 올해 3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경쟁력이 29일 공개됐다.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은 3분기에 매출 12조8200억 원, 영업이익은 3조6600억 원에 달했다. 이제는 명실상부 삼성전자의 핵심으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고사양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에 따른 평균 탑재량 증가와 클라우드 서비스 확대에 따른 데이터 센터 시장의 지속 성장으로 전분기 대비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스템LSI도 견조한 판매를 보여줬다.

이에 앞서 실적을 공개한 SK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은 4조 9250억 원, 영업이익은 1조3830억 원으로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4%, 전분기 대비 6% 올라갔으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6%, 전분기 대비 1% 증가했다.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기며 승승장구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강자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특히 D램 시장에서 양사를 합치면 거의 70%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다.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D램의 경우 20나노 공정 비중을 지속 확대하고 고부가 제품 수요에 적극 대응해 수익성 중심의 제품 운영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나노로 대표되는 초미세공정 기술력으로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겠다는 의지다.

이러한 자신감은 20나노 공정기반의 LPDDR4 D램이 보여주는 경쟁력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 현재 삼성전자는 하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업인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6 엣지 플러스에 20나노 공정기반 LPDDR4 D램을 탑재한 상태다. D램 비트그로스 자체가 30% 초반에 달할 정도로 추정되는 만큼, 당분간 삼성전자 반도체의 초미세공정 기술력은 자사의 스마트폰 성장과 더불어 나름의 영속성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낸드플래시 경쟁력이 붙는다. 현재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의 경우 10나노 공정전환과 3세대 V낸드플래시 기반의 SSD 공급을 확대해 시장 장악력을 강하게 조인다는 포부다. 당장 이를 활용한 SSD 시장의 ‘삼성화’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미 V낸드플래시 기반의 소비자용 SSD는 물론, 초고속 비휘발성 메모리 익스프레스(NVMe) 인터페이스를 적용한 기업용 SSD를 바탕으로 초월적 시장 지배자적 위치를 점한다는 포부다. 상대적으로 D램에 비해 미세공정 기술이 덜 요구되는 3D 낸드플래시 기술에 집중하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전체를 촘촘하게 장악한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지난해 114억5400만 달러 규모인 SSD 시장은 매년 12% 상승해 2019년 202억5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판이 커지고 있는 시장을 ‘완벽하게’ 장악하는 중이다.

SK하이닉스도 순항하고 있다. LG전자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프리미엄 라인업 제품에 ‘숨결’을 넣어주고 있다. 최근 LG전자의 V10에 용량이 4GB에 달하는 LPDDR3 D램을 공급해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다만 20나노 공정에 미치지는 못하기 때문에, ‘본게임’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가 양산하고 있는 20나노 공정기반 LPDDR4 D램 양산시기를 내년 초로 예고하고 있다. 새로운 낸드플래시도 연내 개발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삼성전자에 비해 늦지만, 아직 이와 연계된 SSD 시장이 완벽하게 열리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기에 ‘급할 것 없다’는 입장이다.

결론적으로 4분기 메모리 시장은 예년 대비 성수기 효과가 둔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스마트폰의 메모리 탑재량 증가기조와 더불어 DDR4 및 LPDDR4등 신규 인터페이스 제품 전환, SSD 채용 증가 등으로 견조한 수요가 지속될 전망이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공급측면에서 20나노 D램과 3D 낸드플래시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4분기 시스템LSI는 본격적인 14나노 파운드리 공급 증가로 실적 개선이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한 발 늦지만 우직한 걸음으로 충실하게 수익을 올리고 있다.

중국이 온다, 변수가 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나름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있다. 이미 외적인 팽창도 거듭하며 올해 3분기 준수한 실적을 거뒀다. D램 가격변수가 여전한 상태지만 예상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패권을 장악하고 그 여세를 몰아 시장규모 약 4배에 달하는 시스템 반도체 시장까지 진격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의 도전을 넘어야 한다. HDD를 주력으로 하는 웨스턴디지털이 21일(현지시각) 샌디스크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190억 달러, 한화로 약 21조9000억 원에 달하는 대형 인수합병이 성사된 셈이다. 올해 반도체 인수합병 중 최대규모다. 이 지점에서 흥미로운 점은 중국의 존재감이다. 지난달 중국의 칭화유니그룹 자회사인 유니스플렌더(unisplendour)가 38억 달러를 투자해 웨스턴디지털 지분 15%를 인수하면서 1대주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사실상 칭화유니그룹이 모바일 저장장치 및 컴퓨터, 데이터센터 인프라의 강점을 흡수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큰 손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여기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대한 중국의 야망이 있다. 현재 중국은 연간 2300억 달러에 달하는 반도체를 수입하고 있다. 2013년부터 원유수입을 제치고 1위 수입품의 자리를 반도체가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전자 인프라에 대한 수요를 간파한 중국은 반도체 경쟁력에 대한 비교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해당사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한다. 국영기업까지 총동원되어 펀드를 조성하는 등 해외 반도체 인수합병을 위한 공격적인 행보에 돌입한 것도 이러한 현실인식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 중심에 중국정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칭화유니그룹이 있다. 이들은 2013년 자국의 스트레드트럼을 인수하고 2014년 알디에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RDA Microelectronics)까지 합병하며 몸집을 길렀고, 이 과정에서 인텔이 칭화유니그룹 자회사인 칭화홀딩스 지분을 20% 인수하며 미묘한 긴장관계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던 칭화유니그룹은 이제 샌디스크 합병에 바짝 다가갔다. 보안을 걱정하는 미국 정부의 마지막 선택만 남은 셈이다.

여기서 고민해야할 지점은 칭화유니그룹-유니스플렌더-웨스턴디지털로 이어지는 중국의 경쟁력이 ‘샌디스크+도시바’의 존재감을 간접적으로나마 확보하는 지점이다. 중국의 샤오미가 나인봇을 내세워 세그웨이를 인수하고 최근 놀라운 ‘나인봇 미니’를 출시한 것처럼, 칭화유니그룹이 중심이 되어 2005년부터 낸드플래시 영역에서 협력하고 있는 샌디스크와 도시바의 경쟁력을 성공적으로 수렴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굳건한 1위지만, 샌디스크와 도시바의 점유율을 합치면 사실상 1위는 이들이다. 이러한 경쟁력이 SSD 시장으로 이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물론 국지적인 접점에 불과할 수 있다. 다만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전략과 더불어 시스템 반도체 전략도 약간의 불안요소가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실제로 아이폰6S를 통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격변을 주도하고 있는 애플이 반도체 최강자 인텔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인텔이 무려 1000명에 달하는 칩 개발팀을 구성해 애플의 차세대 스마트폰인 아이폰7 칩 공급에 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며 인텔이 LTE모뎀은 물론, AX칩 총괄까지 맡는 쪽으로 협의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여기서 말하는 LTE 모뎀은 인텔의 야심작, 7360 LTE모뎀이다.

이는 매우 미묘한 지점이다. 최근 파운드리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인텔은 시스템 반도체 미세공정에 있어서는 삼성전자에 앞선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여기서 인텔이 파운드리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애플의 모뎀칩 설계를 맡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장 9X45 LTE의 퀄컴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인텔과 애플의 협력이 LTE모뎀을 넘어 Ax까지 협력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당장 삼성전자와 TSMC의 입장이 묘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파운드리 시장에서 잔 뼈가 굵은 TSMC는 수십개에 달하는 파트너를 보유하고 있어 애플과의 연결고리가 약해져도 자생력을 가지지만, 삼성전자는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 만약 애플과 인텔이 AX까지 협력의 폭을 넓히면 최근 살아나고 있던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은 엄청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경쟁력은 메모리를 중심으로 강력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으나, 중국이라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SSD 시장 수성전에도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영역에서는 주 고객인 애플이 인텔과 가까워지는 현상에 주목하며 나름의 준비를 해야하며,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의 약진전략을 총체적으로 점검해야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