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호주의 미래학자 로즈 도슨이 퓨처익스플로레이션네트워크를 통해 발표한 ‘종이신문의 소멸 시기’가 상당한 관심을 받았다. 이에 따르면 2017년 미국, 2023년 덴마크, 2026년에는 한국과 벨기에 등에서 종이신문이 완전히 사라진다고 한다. 2031년에는 일본이, 2038년에는 몽고에서도 종이신문을 찾아보기 어려워질 전망이며 2040년에는 전 세계의 종이신문이 자취를 감출 것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사실일까? 확률은 정확히 50%다. 말 그대로 ‘일어날 수 있거나, 혹은 일어나지 않거나’이다. 다만 이 지점에서 종이신문과 더불어 강력한 권력을 누리던 미디어가 거대한 변화의 파도에 직면할 가능성은 다분히 높다. 이미 이러한 파괴적 변곡점은 우리의 곁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미디어의 위기와 극적인 변화

현재의 미디어는 분명 변화의 기로에 섰다. 수익창출도 어려운 상태에서 이미 유통의 주도권은 웹의 시대부터 포털에게 박탈당했다. 심지어 콘텐츠 제공자의 지위도 SNS의 발전으로 파편화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독한 어뷰징의 추억은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는 미디어의 마지막 단말마다. 미디어는 이제 완전한 콘텐츠 사업자의 입장에서 새로운 플랫폼에게 주도권을 박탈당하고, 완벽한 제로베이스에서 가능성을 모색할 전망이다.

여기에서 방법은 두 가지다. 머물거나, 혹은 방법을 찾거나. 머무는 것은 콘텐츠 사업자로 발가벗겨진 상태에서 길을 찾는 행위를 말한다. 콘텐츠 프로바이더(Provider)의 지위에 충실한 상태에서 이를 통한 플랫폼적 속성을 새로운 플랫폼 강자인 IT기업들과 협력하는 방식이다. 페이스북의 인스턴트 아이클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동영상과 이미지를 깔끔한 UI에 담을 수 있고 사용자 경험에 기반한 특화된 언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스턴트 아티클스는 너무나 매력적인 모바일 뉴스 플랫폼이다. 심지어 광고수익까지 파격적으로 보장한다. 현재 페이스북은 인스턴트 아티클스의 강점으로 로딩 속도 향상과 끊김 없는 독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플과 구글도 각자의 뉴스 생태계를 바탕으로 새로운 판을 짜고 있다. 각각 애플리케이션(앱)과 모바일 웹의 경쟁력을 품은 상태에서 나름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여기서 애플뉴스에 집중해보자. 애플의 전략은 페이스북과 유사하다. 페이스북은 인스턴트 아티클스를 통해 언론사의 콘텐츠를 자사의 플랫폼에 가두고, 이를 바탕으로 또 다른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애플과 페이스북은 폐쇄적 생태계에 언론사들을 유인하기 위해 파격적인 수익배분에 나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치명적인 유혹’이다. 인쇄시장의 영향력 약화와 온라인 유통 주도권까지 포털 등 플랫폼 사업자에게 빼앗긴 상황에서, 대안으로 믿었던 모바일이 새로운 플랫폼 큐레이터의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벗어나려니 잊힐 수 있고, 몸을 던지려니 유통 주도권을 탈환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여기에서 애플과 페이스북이 자사의 플랫폼 트래픽을 언론사 트래픽으로 제공한다는 뜻도 밝히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애플의 모바일 웹 광고차단 장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앱 중심의 애플 생태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주며 수익까지 보장하는 신의 한 수다. 여담이지만 거대 ICT의 틈바구니에 낀 미디어는 이제 모바일 웹에서의 광고도 보장받을 수 없는 가련한 처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유통 플랫폼의 부재에 따른 성장동력 제고의 차원에서 이는 일종의 비극이다.

이 지점에서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되는데, 이른바 미디어의 콘텐츠 중량감의 변화다. IT기업들이 플랫폼적 역할에 충실하며 자신들의 콘텐츠 전략에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발견되고 있다. 단적인 사례가 아마존이다. 최근 아마존은 자사의 특급 배송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한 고객에게 <워싱턴포스트> 디지털판 6개월 공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미디어 콘텐츠를 아마존 프라임 고객을 위한 6개의 부가 서비스 중 1개에 위치시켰다는 의미를 가진다. 실제로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 고객에게 음악 100만 곡을 광고 없이 제공하고, 사진용 클라우드 무제한 이용권 및 킨들 책 공짜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6개월 무료 구독권은 일부라는 뜻이다.

여기에 독특한 공조체제도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와 독일의 거대 미디어 그룹 악셀 스프링거의 동맹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악셀 스프링거와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유럽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주인공은 업데이(UPDAY)이다. 무엇을 노리는 것일까? 업데이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먼저 ‘알아야 하는 것(Need to Know)’에는 악셀 스프링거 자체 편집 팀이 뽑은 단문 기사가 보이지만 ‘알고 싶은 것(Want to Know)’을 누르면 파트너 퍼블리셔의 콘텐츠가 나온다. 여기에서 악셀 스프링거는 파트너들에게 상당 부분의 이득을 보장하는 쪽으로 풍성한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삼았다. 삼성전자는 플랫폼 사업자의 역할을 맡아 유럽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미디어는 콘텐츠의 지위에서 ‘치열한 플랫폼 협력전쟁’이라는 다소 미묘한 전선으로 몰리고 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여기서 최근 열렸던 ‘2015 동아시아 뉴미디어 포럼’에서 조영신 SK경제경영연구소 박사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조 박사는 “세상의 중심은 콘텐츠에서 플랫폼으로 변하고 있다”고 단언하며 인터넷이라는 망을 통해 플랫폼이 세상을 떠돌며 말 그대로 격변이 벌어지고 있다고 봤다.

▲ 조영신 박사. 박재성 기자

이러한 주장은 큐레이션의 정체성을 설명한다. 조영신 박사는 “플랫폼이 많아지며 시장 지배력이 강해졌으며 이후 넘쳐나는 정보를 플랫폼이 제어하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플랫폼이 메인이 되는 상황에서 방대한 콘텐츠가 길을 잃어버리는 상황. 바로 이 대목이 조영신 박사의 시대정신이다.

하지만 콘텐츠의 매력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10년 후에 변하는 아이템은 무엇일까?’가 아니라 ‘앞으로 10년 후에 변하지 않을 아이템은 무엇인가?’라는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의 질문에 시대가, 미디어가 대답해야 하며 이는 궁극적으로 본질이 정해지면 기술을 이용하자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콘텐츠 사업자에게도 비전이 있다는 뜻이다. 이 대목에서 조영신 박사는 디지털 비즈니스 시각의 변화와 새로운 뉴미디어의 방향성이 필수라고 꼽았다. 결국 ‘저널리즘’의 가치를 달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며 미디어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발판을 마련해준 이상, 적절하게 배합되는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로이터 연구소 디지털 뉴스 보고서 2015’의 흥미로운 데이터를 보자. 12개국 2만명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뉴스 콘텐츠와 SNS의 접점을 질문한 결과, 뉴스를 보기 위해 페이스북을 이용했다는 사람은 41%, 트위터는 11%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뉴스를 보기에 유용한 플랫폼인가’에 트위터라고 답한 사람은 62%, 페이스북은 38%였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SNS를 방문했을 때 뉴스를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페이스북은 57%, 트위터는 33%라는 대답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트위터가 뉴스 콘텐츠 흡수력이 더욱 좋지만, 페이스북이 뉴스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라는 결론을 가능하게 만든다. 그런데 더 넓게 보면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제 뉴스를 만나는 접점은 SNS 내부의 경쟁’으로 표현된다는 점이다.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만든다.

미디어, 독자적 길을 걷는다?

지금까지의 담론은 순전히 미디어의 콘텐츠적 속성에만 주목해, 플랫폼을 제공하는 IT기업의 역할론을 부각한 전략이다. 하지만 더 나아가 IT기업의 플랫폼적 속성을 활용해 이를 미디어의 근원적인 경쟁력으로 수렴하고 아예 독자적인 활로를 찾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해 흥미로운 실험을 한 적이 있다. 회사에서 종이신문을 모두 사라지게 만들었다. 앨런 러스브리저 <가디언> 편집국장은 “디지털에 익숙하기 위해서 기자들은 종이신문을 보지 말아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물론 <가디언>은 인터넷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웨비 상(The Webby award)의 세계 베스트 인터넷 신문 부문에서 수차례 수상했으며, 부침은 있지만 세계 인터넷 신문 방문자 수 1위를 여러 번 기록하는 등 가장 디지털에 능한 매체다. 그리고 영국에서 유일하게 트러스트 형태의 공익법인이 소유한 매체로 포지셔닝되어 거의 완벽에 가까운 편집권을 가지고 있다. 세상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편집증에 가까운 기자정신이 공존하는 곳이며, 그렇기 때문에 회사에서 종이신문을 모두 사라지게 만드는 마법을 부렸다. 하지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도대체 왜 그들이 이런 파격적인 실험을 했을까? 이는 결국 미디어가 ‘콘텐츠 온리’가 아닌, 새로운 길을 스스로 모색하려는 시도로 평가받을 만하다.

물론 근원적인 가치를 따져 인터넷 자체가 미디어의 완벽한 플랫폼이 아니라는 주장을 할 수 있지만, <가디언>은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쪽으로 봐야 한다. 그들은 새로운 시대의 플랫폼인 인터넷을 IT기업의 플랫폼으로 담아내어 활용하는 것이 아닌, 말 그대로 매력적인 모바일 콘텐츠를 통해 플랫폼의 활용을 주도적으로 쥐고 가려는 것이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의 <워싱턴포스트>가 보여주는 혁신과, 아예 새로운 접근으로 미디어 시장에 출사표를 던져 기존의 강자와는 DNA 자체가 다른 버즈피드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러한 전략도 완전한 성공 방정식이 아니다. 사실 실패의 가능성이 더욱 높으며, 차라리 콘텐츠 프로바이더의 역할에 충실하며 나름의 경쟁력을 쌓아가는 것이 정답에 가까울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최근 미디어 업계가 ‘윈윈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IT기업과의 협업을 플랫폼 그 이상으로 격상시키려는 노력도 감지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즉 플랫폼적 협조에서 범위를 확대시켜, 아예 콘텐츠의 질적인 향상을 위해 서로의 필요한 부분을 취하는 지점이다. 빅데이터의 가능성을 극적으로 부각해 이를 미디어 경쟁력의 수단으로 제공하려는 트위터의 행보가 단적인 사례다.

결론적으로 미디어가 유통권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길은 두 가지다. 유통권력을 확보하는 방법과 IT기업과 협력하는 방식이다. 다만 후자의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으며, 이러한 분위기는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며 콘텐츠를 적절하게 가다듬어 적응시키는 방향으로 수렴되고 있다. 물론 협력의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순전히 콘텐츠 사업자의 존재감만으로 미래를 노리는 것과, 이를 포함한 다양한 실험에 나서는 방법이다. 어떤 방법이 미디어의 미래가 될까? 아니면 모든 로드맵을 무시하고 모바일 시대의 획기적인 독자 유통망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그저 고민만 깊어지는 분위기다.

 

[트위터 이현숙 이사 인터뷰]

1. 트위터의 강점은?

:트위터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먼저 실시간이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단행한 내각 개편 소식을 트위터에서 처음 공개한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일화다. 이러한 생생함이 곧 트위터의 빠른 흐름과 미디어의 접점을 끌어낸다고 본다. 또 트위터는 개방형 SNS다. 말 그대로 빠른 스토리텔링이 정신없이 휘몰아친다. 여기에 해시태그를 활용한 대화와 피드백도 가능하다. 사실 가수 싸이가 유튜브 스타로 알려졌지만, 사실 트위터 스타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본다. 인기를 얻은 결정적 순간은 유튜브에서 연출됐지만 그를 알리고 퍼트린 플랫폼은 트위터이기 때문이다. 트위터는 실제 트위터를 하지 않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그 영향력을 체감할 수 있는 플랫폼이며, 이를 위기라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2. 최근 미디어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트위터는 빠르고 능동적이다. 이 지점에서 대중성도 갖췄다. 속보는 물론 빅데이터 분석, 독자와의 소통에 있어 트위터가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3.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국내 미디어는 트위터를 뉴스 확장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 같지만, 사실 외국에서는 뉴스 감지와 분석에서 더욱 많이 활용한다. 일반적으로 미디어가 ‘뉴스 감지-뉴스 작성-뉴스 확산-독자 반응’의 구조를 구축했다면 국내 미디어는 뉴스 확산과 독자 반응에 방점을 찍었지만 해외언론은 ‘뉴스 감지-뉴스 작성’에 집중한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데이터마이너를 소개할 수 있다. 트위터와 협력한 곳이며 방대한 트위터를 분석해 이를 제공하는 솔루션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트윗의 패턴을 분석하고 알고리즘을 통해 트윗알람까지 제공한다. 라이브트윗팅은 생생한 현장의 분위기를 다양한 영상과 이미지 등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4. SNS와 미디어의 상생, 가능한가?

충분히 가능하다. 콘텐츠와 플랫폼 관점에서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특히 SNS는 빠르고 신속한 기사, 그리고 독자의 반응을 캐치하는 것은 물론 기사 감지부터 시작해 모든 미디어의 업무에 도움이 된다. 트위터의 모먼트를 비롯해 다양한 가능성을 기대해도 좋다. 큐레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으로 미디어에 적합한 SNS가 대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