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물가상승은 경제 성장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사진=이코노믹리뷰 안영준 기자).


박재완 신임 기획재정부 장관의 첫 과제는 정부가 제시한 올해 ‘5% 성장, 3% 물가’를 목표를 어떻게 만들지 여부다.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하반기 경제 전망에서 물가상승률이 최악의 경우 4.5%에 달할 수 있다고 했고 박 장관도 3% 선을 지키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성장 수치에 대해서는 조금씩 다른 시각이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대개 4%대 초중반이며 경상수지는 작년에 비해 많이 줄어든 110억달러대로 전망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하반기 우리 경제는 상반기에 비해 높은 성장률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달 31일 최근 전국 506개 기업을 대상으로 ‘경제 동향과 하반기 경제 전망’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응답기업의 82.2%가 ‘국내 경제여건이 좋지 않다’고 답했다. 반면 좋다는 응답은 17.8%에 그쳤다.

특히 중소기업의 좋지 않다는 응답이 86.5%로 대기업(75.3%)에 비해 경제 여건이 좋지 않다고 여기는 곳이 많았다.

체감 경기가 좋지 않은 이유로 기업들은 ‘수익성 악화’(50.5%)를 가장 많이 꼽았고, 다음으로 수출·내수 등 판매 부진(31.0%), 자금 사정 악화(26.7%) 순이었다.

이와 관련, 대한상의 관계자는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좋지 않은 것은 유가·원자재가 상승과 환율 하락 등에 따른 비용 증가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하반기 경제 전망은 기업들의 체감 경기와 조금 다른 양상을 띈다.

기준 금리 1년내 4%까지 인상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2일 ‘2011년 하반기 경제전망 세미나’를 개최했다.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4.2%, 내년에는 4.3%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 증가와 양호한 내수를 기반으로,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란 분석. GDP는 1분기 4.2%에서 2분기에 3.6%로 낮아졌다가 3, 4분기에 각각 4.2%, 4.9%로 높아져 연간 4.2%가 되고, 내년에도 4.3%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경상수지 흑자는 82억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현 원장은 “대외여건이 여전히 불확실한 만큼 재정 건전성을 제고하고 급격한 자본 유출입 방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석태 SC제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준 금리와 관련해서는 인플레이션이 한풀 꺾이고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금리 인상 속도가 느려지겠지만, 금리 정상화가 내년까지 이어져 기준금리가 앞으로 1년 내에 4.0%까지 점진적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4.5%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 했다. 국내 경제는 2분기에 바닥을 치고 하반기에는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한국은행의 하반기 4.5% 경제성장률과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상반기 4.0%, 하반기 4.7%, 연간 4.4%로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즉, 상반기보다는 하반기가 흐름이 좋아질 것이라 것. 하지만, 물가 상승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상반기 4.6%, 하반기 3.7%, 연간 4.2%로 내다봤다.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 압력을 어떻게 완화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3일 물가안정대책회의에서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어 정부의 적극적인 물가 안정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 차관은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돼지고기와 수산물, 전세가, 가공식품, 외식비 등을 지목했다.

KDI는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에 근접했으나 물가는 수요 측면의 상승 압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때문에, 성장보다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경고한다. 2일 OECD의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올라 OECD 회원국 평균(1.6%)에 비해 1.7배 높았다.

전문가들은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환율과 금리를 조정하고 고성장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등공신 ‘수출’ 하반기에도 고조

신한투자증권은 국내 경제는 대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경기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력 품목이 대부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고 일본 대지진에 따른 반사적 수혜까지 겹쳐 원화 강세의 제약을 크게 받지 않을 것이라는 것. 소비는 연말까지 현 수준을 유지하고 설비투자는 수출 강세 여파로 증가세, 건설투자는 상반기 감소세에서 벗어나 하반기 증가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수출은 대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강세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봤으며 물가는 상당기간 압력이 지속 될 것으로 보이나 그 강도는 점차 완만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원·달러 환율은 중장기 적으로 점진적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증권도 2011년 상반기 중 한국경제는 수출이 주도하는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며, “지난 4분기 이후 2분기 연속 전분기비 1.2%포인트 높은 성장기여도를 달성한 순수출은 국내 경제성장의 일등공신”이라고 했다.

수출의 견조한 성장에 힘입어 1분기 중 중동 정정 불안에 따른 유가 상승 및 일본 대지진 등 외생 충격에도 불구하고 실물경기는 확장 기조를 지속했다는 것이다. 현대증권은 “1분기 지표에서는 수출 호조에 이어 내수도 회복세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돼 하반기 경제성장이 선순환적 흐름을 예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대증권은 또 “2분기 이후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며 한은 기준금리가 연말 3.75%까지 3차례 추가 인상이 예상된다”며 “인플레 압력은 2011년 중 경제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겠으나 1분기 이후 물가 상승세는 점진적으로 둔화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이학명 기자mrm9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