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을 기록해 두려 한다. 아마도 스마트 폰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기능을 말한다면 사진기라고 대답할 사람이 많다. 하지만 수많은 사진들을 모두 휴대폰에 저장하기엔 한계가 있어 드롭박스, i-클라우드와 같은 저장서비스를 활용해 왔는데 구글이 관행을 바꿔버렸다. 지난 5월 말부터 구글은 모든 사람들에게 사진 저장 공간을 무제한 공짜로 제공해 오고 있다. 이 서비스를 시작한 지 5개월이 지난 현재 실제로 이용자가 1억명을 돌파했다. 굳이 안드로이드 기기나 특정 운영체제의 PC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구글 서비스가 사용 가능한 주요 모바일 기기와 웹 기반 플랫폼 전부에서 가능하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DSLR로 찍은 고해상도 사진도 이미지 품질을 조금 희생하면 저장이 가능하다. 구글포토앱에 저장된 사진과 동영상은 빅 데이터로 매력적이다. 구글은 사용자의 관심사와 주변에 대해서 충분한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세계인의 마음을 훔치는 빅 데이터

스마트폰의 위치 추적에 동의하면 사용자의 궤적이 모두 기록된다. 매일 어느 곳에서 언제부터 언제까지 머물렀는지 상세하게 기록되고 있다. OS가 안드로이드, iOS, 윈도우 또 기타의 경우도 모두 동일하다. 구글의 경우엔 구글 타임라인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가 자신의 궤적, 즉 움직인 시간과 머문 시간 그리고 동선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기억을 더듬고 싶으면 구글 타임라인을 실행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타임라인엔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이 첨부되어 있다. 구글은 동선과 시간이 겹치는 사람들을 확인하여 사람들의 친소관계를 소상히 알고 있다. 전 세계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다 기록하고 있다. 구글은 모든 사람들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전 세계인의 동작패턴을 완벽하게 알고 있다고 본다. 구글은 모든 이미지와 영상물들을 인공지능의 이미지 학습용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구글이 전 세계인의 모든 행동패턴과 관심사를 모으는 ‘빅 데이터’ 작업은 미래 비즈니스의 향방을 진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되며, 세계인들의 마음을 훔치는 비법을 마련하는 사전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이들이 우려하는 ‘빅 브라더’의 탄생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뉴욕시는 지난 10월에 거주자 1만명, 2500가구를 대상으로 앞으로 10~20년 동안 건강과 행동패턴을 지속적으로 분석하는 ‘카브리 휴먼 프로젝트(The Kavli Human Project)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인간게놈프로젝트와 같이 다양한 학제 간 협동연구로서 인간의 행동과 건강을 결정짓는 인간 본성을 찾아내는 시도라고 한다. 이 프로젝트에서 측정하고 수집할 데이터는 심혈관 건강, 금융 의사결정, 유전자 서열 분석 등으로 광범위하다. 하루 동안 걷는 발자국 수, 카페라떼 가격, 숨 쉬는 대기 질의 변화 등도 측정 대상이다. 뇌신경학, 심리학, 유전학, 경제학, 도시정보학 등 다양한 학문연구에 필요한 데이터를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기에 내장된 마이크로 센서로부터 수집하고 분석해서, 대도시 환경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삶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이 프로젝트의 웹페이지에 소개된 내용에 의하면 이 활동을 통해 모든 상황을 심층 분석하게 되므로, 건강한 삶이 무엇이며 건강한 삶을 유지하려면 식사·운동·잠·약물치료를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고 설명한다. 병원에선 환자의 건강 지표를 의사를 방문할 때만 측정하지만 이 프로젝트에선 하루 종일 일주일 내내 연속 측정하므로 다른 결과를 기대한다고 한다.

뉴욕시민을 데이터의 노예로 삼는다

이 프로젝트에 참가할 사람들은 2017년 초에 무작위로 모집하는데 선정된 뉴욕 시민들에게서 20년 동안 개인적인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서명을 받을 예정이다. 참가자들이 요구받는 데이터는 엄청나다. 먼저 전자의료기록 데이터·신용카드 거래 내역·은행 자료·학교 기록·취업 기록 등이 있다. 이와 함께 긴급출동 신고내역·법률 위반 기록·체포 기록·스마트폰 위치 추적 데이터도 포함된다. 그리고 건물·주거시설·인구변화 및 분포·대기환경·소음 공해·기후변화 데이터 등 도시환경 데이터도 포함된다. 참가자들은 상세한 신체검사·건강진단·유전자 검사·체내 미생물 검사·심리상담 등을 의무적으로 받는다. 모두 핏빗(Fitbit) 같은 웨어러블 기기를 장착하고 다니며 체외로 배출하는 화학물질을 측정하는 밴드도 차게 된다. 집 주변에 설치하는 블루투스 센서들은 집안 활동과 가족 간의 상호작용을 측정하게 된다. 일단 가능한 데이터는 매분 또는 수 초 간격으로 수집한다는 구상이다. 이 프로젝트의 구상을 살펴보면 대도시민들을 대상으로 건강에 미치는 후성유전학적 요인들을 장기간에 걸쳐 분석하여 건강의 표준을 찾아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러나 이런 시도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공공정책 수립에 필요한 훌륭한 데이터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참가자들이 얻는 혜택은 별로 없다. 과연 참가자들을 데이터의 노예로 삼을 만한 이런 프로그램에 참가할 시민이 있을까 싶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에 흥미로운 제도를 발표했다. 국격을 높이려면 가장 먼저 만연하는 부정과 부패를 일소하고 기업과 시민의 경제력, 준법의식, 시민의식 등을 높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기업과 시민을 개별적으로 평가해서 모두 등급을 부여하는 사회평가제도(Social Credit System)를 도입하기로 했다. 제도에 대한 설명 자료에 의하면 상업 활동, 행정 활동 이력, 신용상태, 법률위반 여부, 사회 활동 등 다양한 업적을 성실하게 평가하는 제도가 될 것이라고 한다. 신화통신에 의하면 개인의 신용평가 점수는 금융거래 실적·상업 활동·세금 및 사회보장 수당·교통위반 여부에 따라서 달라진다. 이미 중국 관세청은 기업들을 밀수와 관련된 법률에 입각해서 ‘인증기업’, ‘일반기업’, ‘불신기업’으로 구분한 적이 있다고 한다. 중국의 건설기업관리협회도 온라인신용관리시스템을 가동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2017년까지 빅 브라더 식으로 모든 개인을 350~950점 사이의 점수로 평가할 계획이다. 은행, 상품거래실적뿐만 아니라 소셜 미디어 활동 등의 데이터도 포함하여 30개 영역에서 신용도가 평가될 예정이다. 서구 사회에서 보면 모든 걸 통제하는 감시시스템이라고 느껴지지만 중국 정부는 사회 구성원들의 성실 의식을 강화하고, 바람직한 신용환경을 다지고, 사회발전을 촉진하고, 문명을 발전시켜 조화로운 사회주의 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를 받게 되면 사업을 하기 쉽도록 대출 등을 제공해주고 낮은 점수를 받으면 합당한 처벌을 받게 된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합법적인 권리와 이익을 해치거나 신뢰를 깨는 행위를 하는 자, 그리고 유언비어를 퍼뜨리거나 온라인 사기를 치는 자들을 모두 블랙리스트로 구분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중국 정부는 다짐하고 있다. 범죄자들은 온라인 활동이 제한되고 부분적으로 온라인 접근이 차단될 수도 있다.

시민의 자질을 점수로 평가하여 등급을 나눈다

올해 중앙은행은 온라인 기업인 알리바바를 포함한 8개 사기업에게 사람들을 평가하는 권리를 주었다. 알리바바의 쎄서미크레딧 제도는 사람들의 취미활동, 사교활동, 소비활동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600점 이상을 받은 고객은 5000위안(90만원가량)을 즉각 대출해주고 666점 이상이 되면 5만위안까지 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이 평가제도가 사기와 부정을 방지하고 자국민의 자질 즉, 신뢰성과 도덕성을 높일 수 있다고 믿는다. 시민들의 과소비를 막고, 근면하고, 노인을 공경하고, 애국심을 높이는 사회적 핵심가치를 높이는 힘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 제도는 중국 공산당이 공산당원을 뽑기 위해 시민들을 등급으로 매기던 오랜 관행을 이어갈 새로운 시대의 빅 데이터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도 서로를 평가하는 시스템으로 전환되고 있다. 대학에선 학생들이 교수 강의를 평가하고, 네티즌들은 기업의 평판을 평가하고 각종 평가기관들은 기업의 상품들을 평가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들은 대통령의 정책을 시민들의 지지도로 평가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에선 신분이 확실하지 않은 사람은 친구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가장 문제로 제기되는 사항은 바이러스 유포나 해킹 등으로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지적 재산을 훔치는 행위, 그리고 신분을 감춘 채 욕설로 타인을 비난하거나 사생활을 모욕하는 행위들이다. 바람직한 사이버 공간은 사기와 부정 그리고 타인을 해치는 행위들이 자율적으로 감시되고 정화되는 시스템이다.

물론 중국 정부가 시도하듯이 국가가 강제로 시민의 등급을 매겨 제재를 가하면서 모두에게 가장 원하는 가치관을 요구하는 사회가, 국가정책을 집행하는 면에서는 효율성이 높을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가치만을 강요하고 양순하게 말 잘 듣는 시민으로 길들이는 사회보다는, 건전한 비판의식으로 정부와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함께 수정하면서 또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로 계속해서 진화하도록 하는 민주적 시스템이 훨씬 더 바람직하다. 아마도 인터넷 감시기술이 더욱 발달하면 신분을 감추고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점차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사생활이나 익명성이란 말이 어쩌면 부질없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미래의 사이버 세계는 신분을 밝히고 자신의 주장을 떳떳이 밝히는 용기 있는 시민들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빅 브라더 사회는 온순하고 유약한 시민들에게 허용되는 제도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