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양화가 한영준(韓榮俊. HAN YOUNG JOON, Painter) 작가는 동판화에 관심을 가진 배경을 “그래픽과 드로잉 작가인 호르스트 얀센(Horst Janssen) 그리고 ‘기도하는 손’ 으로 유명한 중세기 화가인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erer)의 수많은 동판화에 감명을 받고서 부터”라고 밝혔다.

 

▲ 자화상-반복의 시간(13조각), 53×40㎝ 금속판화 에칭, 1997 △Self-portrait-time of repetition(13 pieces), 53×40㎝ etching, 1997

 

독일에서 데어 클라이네 준(Der kleine Joon)으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는 1997년도 독일의 뉘렌베르크(Nurenberg)에 있는 빌덴덴 퀸스테 아카데미 (Akademie der bildenden Künste) 재학시절 에칭(etching)이라 불리는 동판화 또는 금속판화에 많은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날카로운 듯 아주 부드럽고 섬세한, 마치 선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 한 느낌이 내 마음을 흔들었고 동판화 종이가 가져 주는 따스함이 묻어나서 좋았다. 또한 작업 과정은 아주 치밀한 수학적인 계산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점차 다양한 기법들을 알아 나가면서 더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 자화상-엇갈림의 불안(7조각), 27×39㎝ △Self-portrait-staggered anxiousness(7 pieces)

 

동판화는 항상 밑그림과 반대적으로 인쇄 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서 먼저 밑그림을 구상하게 되고 처음 금속판의 날카로운 가장자리와 표면을 샌드페이퍼와 각종 동판화용 전문 도구로 아주 부드럽고 깔끔하게 다듬으면서 시작이 된다.

미리 준비된 판화용 금속들도 손쉽게 구할 수 있었지만 아주 기초적인 것에부터 시작을 할 수 있어서 오히려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판위에 우선 부식이 되지 않을 부분을 생각해서 왁스를 칠하고 그 위에 구상 했던 밑그림을 더해 다양한 바늘 같은 뾰족한 동판화 도구들로 선들을 새기고 긁어내는 작업을 한다.

 

▲ 자화상-다른 공간속에서(13조각), 53×40㎝ △Self-portrait-in another space(13 pieces)

 

그 과정이 끝이 나면 부식을 하게 된다. 아주 조심스러운 부분이고 예민해 지기도 하는 작업이다. 부식 작용으로 생기는 그 틈 사이에 판화 물감을 넣고 음각화 기법으로 인쇄를 한다.

이때 얼마만큼 또 어느 부분을 부식 시키느냐에 따라 작품이 결정되기 때문에 심려를 기울여야 된다. 호르스트 얀센의 일화 중에는, 동판화 작업 중 잠깐 잊어버리고 어디 간 사이에 동판이 부식이 되어서 사라져 버린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 자화상-적녹의 대조(13조각) 53×40㎝ △Self-portrait-contrast of red and green(13 pieces)

 

원하는 만큼 부식이 되었으면 일단 왁스 처리된 부분을 알코올 성분으로 깨끗하게 잘 닦아 내어 동판화용 물감으로 손바닥이 검게 물들 정도로 아주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문질러 부식 되어진 틈새로 들어가게 한다.

먼저 판을 올리고 그 위에 미리 준비한 약간의 수분을 머금은 동판화용 종이를 적당한 압력을 가해 프레스로 인쇄를 하게 되면 그 결과를 알 수 있게 된다. 결과가 만족 될 때 까지 왁스 처리며 부식과 인쇄 그 과정이 계속 진행 되어야 하고 매번 많은 손이 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