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변에서도 창업 붐이다. 직장에서 잘나가던 베이비부머들도 퇴직 후 앞 다퉈 사업에 나선다. 그런데, 몇 년 가질 못한다. 경기가 너무 나쁘다거나, 경쟁자가 많았다는 것을 실패 이유로 든다. 하지만, 얘기를 들어보면 결코 남 탓할 게 없다. 돈과 아이디어, 인맥만 믿고 전문영역인 경영은 제대로 공부하지도 않은 채 덤볐다.

오늘은 험난한 사업전선에 선 초보 사장들을 위해 급한 조언을 하나 해주려 한다. 그것은 "현금흐름(cash flow)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초보 사장들은 매출의 증감에만 신경을 쓴다. 매출이 늘면 좋아하고, 줄면 속상해 한다. 직원들로부터 보고받는 것도 주로 매출에 관한 것이다. 이해는 간다. 매출증가는 그 기업의 성장을 말한다. 금융기관들은 매출 성장세로 기업가치를 평가하기도 한다. 고객 증가와 매출 증대를 위한 경영비법서들도 유난히 많다. 초보 사장들은 사업 구상 때부터 이런 류의 책들을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매출이 급증하던 기업도 한 순간에 무너지곤 한다. 대개 현금이 바닥난 것이다. 돈이 부족하니 대출 원리금 상환, 어음 결제, 임대료 원료비 인건비 등의 지급이 불가능해지고 생산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

상품을 판매했거나 계약을 따내 조만간 돈이 입금될 텐데 당장 사용할 돈이 없는 경우 "미스매치가 발생했다"고 한다. 미스 매치’(Miss Match)란 돈이 들어오는 시점과 돈이 나가야 할 시점의 불일치를 뜻한다. 흔히 듣는 흑자도산은 이런 미스매치에서 비롯된다.

사장은 미스 매치를 피하기 위해 최소 3개월부터 길게는 1년 정도까지 들어올 돈과 나갈 돈을 따져 보고 있어야 한다. 영업상황처럼 현금흐름을 매일 챙겨야 한다. 손익계산서만 쳐다보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미스매치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직원들은 대체로 현금에 대한 개념이 없다. 무조건 매출을 크게 늘리면 최고라고 여긴다. 그래서 상품과 서비스를 여기저기 납품하는 데 올인한다. 그러고는 판매대금 회수는 나 몰라라 한다. 회계파트에서 맡아 처리해 달라는 경우도 잦다.

하지만, 영업이란 물품을 넘기고 현금을 받는 것까지를 말한다. 부도의 위기에 처한 경우가 아니라면 해당 기업에 입금을 요구하는 것은 영업 사이드의 몫이다. 영업을 잘 해놓고도 대금을 받지 못하면 오히려 회사에 손해를 끼친 꼴이 된다.

사장은 직원들에게 매출만큼이나 현금 청구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받지 못한 미수금을 정확히 실시간으로 파악하도록 관리하고, 계약서 체결만큼이나 현금회수에 공을 들이도록 가르쳐야 한다.

현금의 지출 시점도 중요하다. 경리직원이 거래처 요구라며 얼마 남지 않은 현금잔고까지 털어 준다면 거래처 입장에서는 착한 사람이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참으로 무책임한 일이다. 지출은 당초 계획한 범위 안에서 이뤄지도록 통제하고, 책정된 예산 범위를 넘어서는 추가지출이 필요할 경우 현금흐름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조직 전체에 현금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것도 필요하다. 낡은 책상을 새 것으로 바꾸는 데 100만원이 든다고 치자. 마진이 5%인 사업이라면, 100만원이란 2000만원의 매출이 있어야 벌 수 있는 규모의 현금이다. 지출파트에서 100만원은 큰 돈이 아니지만, 영업파트의 2000만원 매출은 보통 일이 아니다. 이처럼 현금을 매출로 환산하여 직원들에게 알려주면 현금지출에 대해 보다 신중해질 수 있다.

사장은 지출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 있는 현명함, 신중함을 갖춰야 한다. 불요불급한 지출은 절대로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막연히 언젠가 돈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 하에 무작정 장비 구입, 인력 채용, 급여 인상, 보너스 지급, 상품 생산증대, 공장 및 업장 확대 등의 결정을 내리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거래처 관리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요즘처럼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미수금이 쌓이고, 부실채권이 늘어날 수 있다. 외상매출금이 있는 거래처 동태는 상시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좋다. 갑자기 거래처 직원들이 퇴사하고, 이상한 소문이 돈다 싶으면 회사 차원에서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 안 되면, 그 회사의 다른 자산이라도 합의하에 챙겨와야 한다.

영업전략도 현금흐름에 문제를 일으킨다. 현금의 중요성을 잘 정리한 <현금이 도는 장사를 해라>(손봉석 지음, 다산북스 펴냄)에는 유명 프랜차이즈를 따라 100가지가 넘는 메뉴를 개발한 분식집 사장 이야기가 나온다. 다양한 메뉴를 관리하다 보니 원재료 재고가 감당하기 힘든 지경이 됐다. 재고는 곧 현금이 묶이는 것이다. 단일 메뉴인 감자탕 집으로 변신하고서야 이 곳의 현금 흐름이 개선됐다고 한다. 책에는 다양한 사례가 쉽게 소개돼 있어 일독할 만하다.

아무리 글로벌기업이더라도 현금 장사가 최고다. 현금흐름이 좋아야 생존력이 강해진다. 기업이 장기 생존력을 확보하는 방법은 대략 세 가지다. 돈을 버는 것(매출), 나갈 돈을 줄이는 것(비용절감) 그리고 최대한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코노믹 리뷰 주필.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