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는 게임 매출 글로벌 1위 회사가 있다. 인터넷 종합회사 텐센트가 그 주인공이다. 게임을 자체 개발 인력으로 개발하기도 하지만 주로 자기 회사 메신저 플랫폼을 연계해 다른 개발사 게임을 유통·서비스해주면서 성장했다. 우리나라 회사로 치면 카카오와 비슷한 사업을 하는 것이다.

텐센트는 게임사들한테 인기가 많다. 너도나도 파트너십을 맺어 중국 게임시장에 진출하고 싶어 한다. “무명의 회사가 텐센트와 계약하면 신데렐라가 되는 것이고, 상장회사가 계약하면 그 자체만으로 주가가 요동칠 정도의 파급력이 있다.”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 이렇게 공략하라>의 저자 김두일 인디21 대표의 지적이다.

텐센트와 파트너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들은 지독한 완벽주의의 잣대를 예비 파트너에 들이대기 때문이다. “그들의 파트너가 되기는 매우 어렵다. 한국에서 정상급의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들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기도 쉽지 않으므로, 최고 수준의 규모와 레퍼런스를 갖춰야 한다. 그 어렵다는 계약을 통과하고 나면 내부 기준이라는 높은 장벽이 기다리고 있다.” 김 대표의 말이다.

텐센트 독주, 이제 그만

중국에는 텐센트 말고도 경쟁력 있는 게임 관련 회사가 여럿 존재한다. 쿤룬, 추콩, 롱투게임즈, 로코조이, 가이아모바일 등이 텐센트의 독주를 막으려고 애쓰고 있다. 최근 가장 위협적인 업체는 업계 2위 넷이즈다. 현재 모바일게임 분야 매출 기준 1위와 2위가 이 회사 게임이다.

▲ 출처=넷이즈

‘몽환서유 모바일’은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동시 접속자가 200만 명에 달하는 이 게임은 출시 이후 수개월 동안 중국 모바일게임 매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넷이즈가 2004년 PC 버전으로 출시해 아직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온라인게임의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해 모바일 버전으로 만든 게임이다. 자체 IP에, 자체 개발인 만큼 수익 배분 없이 매출은 오롯이 넷이즈 지갑으로 들어온다. 앱스토어 수수료는 빼고 말이다.

물론 전체 게임시장에서는 여전히 텐센트의 지배력이 막강하다. 규모 면에서 아직은 비중이 높은 온라인게임 영역 1위~3위 게임이 텐센트가 서비스하는 게임이다. 모바일게임 분야에서도 자본력을 바탕으로 다수의 영향력 있는 IP를 보유하고 있는 까닭에 언제 또 다시 선두 자리를 탈환할지 모른다. 그래도 넷이즈의 최근 활약에 긴장한 것은 사실이다.

넷이즈가 처음부터 게임사업에 손을 댄 것은 아니다. 1997년 창업한 이 회사는 인터넷 포털 서비스를 시작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특히 이메일 서비스의 경우 중국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를 확보했다. 등록된 계정만 8억 개에 달한다.

게임사업은 2001년 온라인게임 사업부를 신설하면서 시작했다. 글로벌 게임사 블리자드와 중국 판권 계약을 통해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갔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디아블로’, ‘하스스톤’ 등을 개발한 미국의 유명 게임사다. 넷이즈는 중국 유저와 블리자드 게임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한 셈이다.

게임 자체 개발 능력도 중국 최고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이미 ‘대화서유’, ‘몽환서유’ 등 온라인게임을 출시해 유저로부터 개발 역량을 인정받았다. 두 게임의 모바일 버전이 매출 1위, 2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 사실이다. 김두일 대표는 넷이즈가 “현재로서는 유일하게 텐센트에 버금갈 만한 저력을 보유한 회사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 출처=넷이즈

아직까지 매출 규모는 텐센트에 크게 못 미친다. 넷이즈는 지난해 2조4000억 원의 매출과 8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의 80% 정도가 게임사업을 통해 얻은 것이다. 시가총액은 17조 원 수준이다. 올해 매출은 전년대비 50% 이상, 영업이익은 3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시장 조사업체들은 예측했다.

텐센트는 지난해 게임사업으로만 8조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전 세계 게임매출의 8.6%를 차지하며 1위를 차지한 것이다. 텐센트는 전체 매출액 중 55%가량을 게임사업을 통해 얻는다. 중국 2위는 넷이즈와는 아직 진지하게 비교하기는 어려울 만큼 차이가 나는 셈이다.

다만 게임시장의 중심이 PC에서 모바일로 급격히 넘어가고 있는 만큼 모바일게임 분야에서 치고 나가고 있는 넷이즈의 잠재력을 더욱 높이 평가할 수 있다. 현재 이 회사는 39종의 모바일게임을 중국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텐센트는 60여개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지만 순위 최상위권은 넷이즈가 차지하며 실속을 챙겼다.

중국 진출, 넷이즈와 다시 한 번?

그렇다면 한국 게임사의 중국 진출 파트너로 넷이즈는 어떨까. 이미 지난해 이선 넷이즈 부사장은 한국을 찾아 자기 회사를 “중국에서 게임을 최고로 잘 이해하는 회사”, “장기적으로 신뢰를 쌓아가는 회사”라고 소개하며 국내 업체들에 손을 뻗었다. 국내 최대 게임축제인 지스타 2014 B2B관에도 참가했다.

실질적인 파트너십도 이뤄졌다. 넷마블게임즈는 넷이즈와의 계약을 통해 모바일 액션 RPG ‘레이븐’을 중국 시장에 선보이기로 했다. 두 업체는 현지화 작업을 걸쳐 올해 하반기에 중국 시장에 ‘레이븐’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 게임은 한국 모바일게임 사상 최단기간인 99일 만에 누적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한 바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도 흥행이 기대되는 이유다.

지금까지 한국 모바일게임은 중국 시장에서 흥행에 거듭 실패했다. 이에 따라 한국 게임에 대한 중국 퍼블리셔들의 불신이 다소 높아진 상황이다. 이전 PC온라인 퍼스트 시대와는 달라진 분위기다. 다만 협력을 통한 성공의 경험이 축적되면 인식이 달라질 여지는 충분하다. 넷마블게임즈와 넷이즈의 협력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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