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워크가 좋을수록 성과와 조직경쟁력이 향상된다. 그건 분명하다. 팀워크를 전면 비판하는 듯한 저자도 이 점은 인정한다. 다만, 팀워크를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맹신하지는 말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자칫 팀워크 타령만 하다간 조직 전체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해부한 ‘팀워크의 6가지 신화’를 살펴보자. 팀워크에 대한 비판적 이해에 도움이 되고, 현재 운용중인 팀들을 다각도로 검토할 계기가 될 수 있다.

▲팀이 개인보다 더 많이 안다?=팀워크가 일반적으로는, 팀 내 한 명이 실수를 해도 다른 사람들이 정정할 수 있고, 각자가 알고 있는 다양한 정보를 결합할 수 있으니 팀워크가 좋으면 굳이 전문가가 필요 없다고 믿는다.

그런데, 무자퍼 셰리프의 심리실험에 따르면 팀은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신참자들도 점차 기존 방식에 동화된다. 상황이 불안할수록 남에게 묻어가려는 경향이 강해져 누군가가 약간의 자신감을 보여도 팀 전체는 그의 판단을 무조건 수용하게 된다. 그러고는 더 이상 합의하게 된 계기를 캐묻지도 않는다.

▲팀이 개인보다 더 똑똑하다?=팀 내 구성원이 휴리스틱스(어림짐작)를 이용한 의사결정으로 실수를 저지를 경우, 나머지 사람들도 같은 실수를 답습하는 경향이 높다. 튀지 않기 위해서다. 팀 분위기가 좋고 화기애애할수록 이런 경향은 더 높아진다.

팀이 개인보다 똑똑하려면, 모두가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털어놓아야 하며 누구도 중요한 정보를 숨기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회의 때 위계질서의 영향을 받는 조직이라면 결코 좋은 결정이 나올 수 없다.

▲팀이 개인보다 더 창의적이다?= 브레인스토밍은 창의적 팀워크의 진수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 방법이 잘 통하지 않는다. 브레인스토밍의 기본 규칙은 남의 아이디어나 제안을 비판하거나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회심리학자 볼프강 슈트뢰베는 ‘상호 생산 저지’라는 개념을 세워 이를 비판한다. 노력 없이 남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사람들, 즉 ‘사회적 태만자’들이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또, 비판을 허용하는 토론이어야 비판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주며 해방감과 격려의 효과를 가져와 더 나은 토론을 가능케 한다는 실험들도 있다.

▲팀은 일체감이 있다?= 응집력이 높은 팀이 분위기도 좋고 능률도 높아진다고 여긴다. 응집력이 높은 오래된 팀일수록 집단주의 문화가 강하다.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개인보다 ‘우리(가족, 회사, 공동체)’가 앞선다.

나아가 일(업무)보다 ‘우리의 관계’가 더 중요하기도 하다. 이 때문에 공개적인 비판, 팀의 평균보다 월등히 우수한 성과는 ‘우리’의 관계를 악화하고 상대방의 체면을 깎는 짓이라 생각한다. 두루 잘 지내는 것이 최우선이기에 비판할 상황에서도 최대한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배려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손발이 척척 맞는 팀들이 알고 보면 생산성은 형편없는 아부 집단에 불과한 경우가 적지 않다.

▲집단 지성은 옳다?=대중은 모든 것을 알고 있으니 전문가의 의견이나 지식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사고가 널리 퍼져 있다. 접시에 담긴 콩의 개수를 짐작하는 유명한 게임이 있다. 사람들이 자신의 답을 ‘고집할 경우’ 답의 평균값이 실제 콩 개수에 상당히 근접한다.

그러나, 집단 지성은 특정 조건이 성립할 때만 적용된다. 집단이 개인보다 지성적일 확률은 자신이 제기한 문제가 아닐 때, 답변의 수준을 쉽게 검증할 수 있을 때, 그리고 개인이 답변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을 때에만 더 높아진다.

▲팀은 민주적이다?= 위기 상황에서 팀 정신을 외치는 경영진에게 팀이란, 오직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필요한 수단에 불과하다.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에 따르면, 오늘날의 팀워크에서는 경영진과 직원이 적이 아니라는 허구가 탄생한다. 경영자는 이런 허구를 이용해 조직 안팎의 공격을 차단한다. 모두가 한 팀이 되어 의사결정을 하면 아무도 결과에 책임질 필요가 없다. 사장은 이런 식으로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을 회피한다. 모든 짐은 팀원들에게 돌아간다.

<팀워크의 배신> 토마스 바셰크 지음, 장혜경 옮김, 모멘텀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