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 원장.

업종의 매출을 시도별로 분석해 보면 지역별 ‘체감경기’를 가늠할 수 있다. 동일 업종에서도 각 지역별로 매출액이 크게 다르게 나타나거나, 창업자 수가 현저하게 차이 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특히 생활밀접 업종은 글자 그대로 우리 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종들이어서 내수시장의 풍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이 때문에 최근 ‘데이터 철옹성’인 국세청이 생활밀접 업종에 대하여 창업자 수, 업종별 밀집도 등 일부 데이터를 공개해 창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국세청의 업종 분류는 세금을 징수하기 위한 용도로 분류한 체계인 데다, 매출액과 같은 민감한 내용은 빠져 있어 ㈜NICE지니데이터의 도움을 얻어 이를 보완해 재평가해 보고자 한다.

우선 생활밀접 업종의 시장현황을 보면 여기에 종사하는 사람 수가 132만명으로 전체 개인사업자의 24.7%를 차지한다. 우려스러운 점은 최근 4년간 인구 수는 불과 1.8% 증가에 그쳤는데, 생활밀접 업종 창업자는 5.6%나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장사가 잘 되니까 가게가 많아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뾰족하게 할 일이 없어서 선택한 비자발적 창업자가 늘었다는 점이다. 이들 업종 창업자 수는 모든 지역에서 늘었다. 가장 많이 늘어난 지역은 제주도로 무려 14%였고, 반면에 서울은 0.8%다. 인구 수 추이를 보면 서울이 정점 기준으로 2.1%포인트 줄었고, 부산·대구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소비를 해줘야 할’ 인구는 점점 줄고 있는데 생활밀접 업종이 늘어나는 현상은 결코 좋은 징조만은 아니다.

다시 서울만 따로 떼어서 분석해 본 결과, 서울의 생활밀접 업종 개인사업자 수는 24만6000개이며, 이 가운데 강남 3구(강남, 송파, 서초)가 19%에 이른다. 이 때문에 강남구에는 부동산, 학원, 미용실, 음식점 등 30개 가운데 13개 업종에서 밀집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시 전국 통계로 돌아가서 소상공인을 연령대별로 보면 40대가 43만명(32.3%)으로 가장 많고, 50대가 41만 5000명(31.3%)으로 40~50대를 합하면 전체의 64%나 차지한다. 반면에 60대는 13.3%로 다소 낮지만, 철물점·이발소·목욕탕·여관 등 재래업종에서 40% 전후로 아주 높게 나타나 나이가 들수록 선호업종도 보수적으로 흐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성별로는 여성이 77만5000명으로 남성 55만3000명보다 22만명 이상 더 많다. 특히 40대 미만에서는 남성이, 40대 이상에서는 여성이 많이 창업했다. 육아문제로 퇴직했던 경력단절 여성이나 전업주부들이, 남편의 일자리가 불안해지자 나이가 들어가면서 창업에 뛰어드는 것으로 분석된다.

흥미로운 점은 생활밀접 업종 가운데 휴대폰 가게의 경우, 20대가 창업자의 18%로 다른 업종의 동세대 창업자 비율보다 현저히 높다는 점이다. 이 업종은 대부분 가게 입지가 좋아서 큰돈이 필요한 업종인데, 20대가 그런 큰돈을 모을 기회는 거의 없었을 것으로 보여 아마도 취업이 어려운 자녀를 위해 부모가 차려준 비중이 높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제 시도별 매출 추이를 보자. 우선 30개 업종을 매출 순위로 세워봤더니, 세종시를 포함해 17개 시도 가운데 서울시가 19개 업종에서 매출 1위로 나타났다. 커피·제과·미용·학원 등 쉽게 알 만한 업종에서부터 꽃집·여관·세탁소·안경점·식료품점에 이르기까지 상당수 업종 매출에서 1위를 하고 있는데, 나머지 11개 업종도 거의 3위 안에 들 정도로 강세다.

다만 딱 한 업종에서는 17개 시도 중에서 15위였는데 바로 열쇠·철물점이다. 사실 서울의 골목상권에서 철물점을 찾아보기가 어렵고 관련 제품의 대부분을 대형마트에서 팔고 있어서 딱히 철물점에서만 구할 수 있는 제품도 많지 않아서다. 참고로 철물점은 지난 2013년 기준으로 전국에 1만7000개가 있고, 월평균 매출은 1700만원으로 나타났는데 전년 대비 매출은 0.8%포인트 줄었지만 점포 개수는 4.9% 더 많아졌다.

언급한 대로 30개 생활밀접 업종 가운데 19개 업종에서 서울이 1위, 그 나머지가 11개 업종인데 광역자치단체가 17개니까 나머지는 한 지역당 1개 업종도 1위를 못한 지역도 여럿 있다. 우선 30개 가운데 3개 업종의 매출이 1등인 지역으로는 바로 제주도. 제주도에서는 화장품·슈퍼마켓·철물점이 1위에 올랐는데, 제주 인구 수와 관광객 수가 급등한 데다 건설경기 호황으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제주도 인구 수는 최근 4년간 4.7% 올랐고, 관광객 수는 2014년에 1230만명으로 전년 대비 13%나 늘었다. 그런데 제주도에 가보면 상권이 지극히 제한적이다. 관광객들이 가는 곳은 거의 정해져 있다는 얘기. 그래서 평균매출로 보면 관광객이 주로 사는 업종에서 높게 나타나고 있고, 여기에다 최근 개발 붐으로 건축자재도 많이 팔리는 양상을 보이는데 제주도의 이런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다음으로는 2개 업종에서 선두인 경기도인데 옷가게와 목욕탕(사우나 포함)이 제일 잘 되는 지역으로 나타났다. 옷가게는 전국에 4만9000여개가 있고, 점포당 평균매출은 2100만원 수준이다. 목욕탕은 전국 2830개가 있고 평균 31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2013년 기준) 두 업종 모두 점포 수와 매출액이 전년 대비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개 업종씩 1위인 지역으로는 대전시가 가구점에서 1위, 대구시는 이동통신 기기, 울산시는 농산물, 광주시는 사무용품이 1위 업종으로 각각 나타났다. 농촌지역으로는 유일하게 충남이 가장 잘되는 업종 하나가 있는데 이발관이다. 도시에서는 남성의 상당 비율이 미용실로 가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특이한 결과다. 사실 인구비율로 보면 도시인구 대 농촌인구 비율은 82 대 18로 절대적 소비시장인 도시를 제치고 농촌인구 수가 높은 광역시도에 1위 업종이 있다는 점만으로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범위를 좁혀서 25개구 423개동이 있는 서울만 집중 분석해 봤다. 구 가운데 강남구가 17개 업종에서 1위로 주점·노래방·미용실·안경점·학원·카센터 등으로, 유흥·교육·‘맵시’ 업종에서 매출액이 높았다. 다음으로는 서초구로 꽃집과 사무용품, 그리고 화장품업종 등 3개다. 화훼단지와 고속터미널 꽃집상가의 영향으로 꽃 소매업자들을 견인한 효과가 큰 것으로 보인다.

▲ 서울 종로 지역의 커피점 모습. 사진=노연주 기자

커피와 치킨, 두 개 업종에서 매출 1위를 보인 곳은 중구. 커피는 강남구가 오히려 더 잘 될 것으로 예측했는데 중구로 나타나서 다시 살펴보니까 강남에 커피 전문점 수가 너무 많아서 점포당 매출로 보면 중구가 앞선 것으로 분석됐다.

한 개 업종에서 앞선 구로는 송파구가 슈퍼마켓에서, 도봉구는 농산물, 용산구는 목욕탕(사우나 포함), 동대문구는 세탁소, 양천구 인테리어, 관악구 이동통신 기기, 그리고 영등포구에서는 철물점(건축자재 포함) 등이 매출 1위 업종에 올랐다. 영등포구에서 철물점 매출이 높은 것은 건설 경기가 한창인 위성도시로 연결되는 허브역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렇듯 전국 광역시별로, 또는 구별로 잘 되는 업종은 따로 있다. 기본적으로는 인구밀도와 소득 수준, 문화적 특성 등에 기인하지만 경기를 견인하는 지역 요인들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소상공인업종의 고른 성장은 침체된 내수시장이 살아나야 해결되는 문제인데 작금의 상황은 이러한 염원을 이루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안타까움이 더하다.

얼마 전, 코스피지수가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금융위기 이후 7년 3개월 만에 2100선을 오르내린 데 이어 코스닥지수도 700선을 돌파한 점을 들어 “요즘 주가가 계속 오르기 때문에 자영업 경기가 좋을 것 아니냐”고 진단하는 전문가도 더러 있다. 그러나 주식 투자자들은 대체로 소득 수준이 높은 대도시 중심의 고소득자 비중이 높기 때문에 주가와 상관없이 소비하는 계층이어서 단기적으로는 자영업 매출과 크게 상관이 없다. 실제로 일본은 아베노믹스에 따른 대규모 금융 완화로 2013년 말의 닛케이 평균주가는 2012년 말 대비 1.6배 상승했는데, 1741개 도시 간 소득격차(최고 vs 최저)는 4.7배에서 6.5 배로 오히려 확대됐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정부가 내수경기 활성화를 목표로 근로자들에게 임시공휴일을, 군인들에게 특별휴가를 주기도 했고, 한국형 ‘블랙프라이데이’도 실시했지만 재미를 본 곳은 대자본 그룹인 백화점 같은 대형 유통업체, 그리고 편의점에 국한되어 나타났을 뿐이다. 같은 기간 동안 백화점은 24%, 편의점은 36.3%가 더 올랐다고 하지만 깊숙이 들여다보면 소상공인 업종에는 효과가 거의 없었다.

백화점은 외국인들이 많이 몰려서 그렇다 치지만 생활밀접 업종 가운데 유일하게 재미를 봤다는 편의점의 매출 상승은 담배 효과가 오히려 더 크다. 편의점 매출에서 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이 35% 이상 되기 때문에 2배로 오른 담뱃값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되돌아온 흡연자들이 가세한 담배 외의 상품은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이다. 대체로 소득 수준이 낮은 지역일수록 담배매출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담배 같은 ‘한숨 제품’만 블랙프라이데이의 효자노릇을 한 셈이다.

정부의 내수진작 정책이 올해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토대로 소상공인을 위한 진정한 정책이 나오기를 기대하며, 대기업과 대자본이 버티고 앉아 있는 ‘아랫목’만 늘 따뜻할 게 아니라 내년에는 ‘윗목’에도 온기가 올라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