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6년 차 김수연(30세) 씨는 장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바쁘게 업무를 처리하는 일에 익숙하다. 늦은 밤까지 계속되는 야근과 과도한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기 일쑤다. 집에 귀가하는 길에는 녹초가 되어 지하철에서 꾸벅꾸벅 졸 때가 많지만, 깊은 잠을 잘 수 없는 그는 오히려 목과 어깨 근육이 유난히 뭉쳐 더 피로를 느낀다. 김 씨는 초저녁부터 침대에 누워보지만 금방 잠들기가 힘들다. 몸은 피곤한데 잠은 잘 오지 않으니 스마트폰을 보게 되고 새벽 1시가 넘어서야 간신히 잠에 든다. 깊은 잠을 자기 힘든 그는 새벽에 자주 뒤척이는 편이다. 6시면 어김없이 울리는 알람소리에 일어나 다시 출근 준비를 한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개운하게 자고 일어나는 ‘꿀잠’이 그립다는 게 김 씨 그리고 다수의 직장인들이 공감할만한 이야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가별 일평균 수면시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수면 시간은 7시간 49분(469분)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일평균 수면시간은 OECD 조사 대상 18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OECD 국가의 일평균 수면시간은 8시간 22분으로 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보다 33분 더 길었다. 가장 오래 자는 OECD 국민은 8시간 50분이나 자는 프랑스인들로 우리보다 무려 1시간 1분 더 잔다. 이어 미국과 스페인이 각각 8시간 38분, 8시간 34분으로 뒤를 이었다.

잠 못 드는 대한민국 국민들, 짧은 시간을 쪼개어 잠을 청해도 깊고 편안한 잠에 들지 못해 피로와 온 몸의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잠들기 전에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동이 잠을 방해하는 큰 요인이라고 경고한다.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로 인해 수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돼 편안한 잠을 잘 수 없다. 또 쉽게 잠들기 위해서는 심신의 안정이 필요한데, 스마트폰의 각종 자극적인 내용들로 인해 우리의 뇌가 각성되기 때문에 취침하기 최소 1~2시간 전까지 스마트폰 사용을 끝내는 것을 권장한다.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하는 생활패턴, 계속되는 과로와 카페인 과다 섭취 등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면서 ‘잘 자는 것’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비슷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다채롭게 등장하면서 기능성 침구 등 관련 산업이 덩치를 키우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야노경제연구소 서울지점에 따르면 한국의 기능성 침구 시장은 2011년 4800억원에서 지난해 6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를 포함한 전체 수면 관련 제품 시장은 연 1조~1조5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다양한 이유로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의 고통과 고민을 덜어주기 위한 숙면 산업이 뜨고 있다. 과거에는 불면증을 치료하는 수면제 정도가 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일반인들의 기준에서 수면제를 복용하는 것에 대한 인식이 일반화되어 있지 않았다.

최근에는 숙면을 돕는 침구나 식품, 그리고 다양한 제품들로 영역이 확대되는 추세다. 아울러 숙면을 위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들이 출시되며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숙면 유도는 물론 목 건강도 지켜주는 베개가 출시되는가 하면, 멜라토닌이 다량 함유된 ‘나이트 밀크’ 분말 제품과 같은 숙면 음료가 등장했다. 개인의 수면 패턴과 자세 등을 분석해주는 서비스도 인기다. 백화점들도 숙면 관련 박람회와 관련 브랜드를 입점시키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가구 업계 침체기라고 하지만 숙면을 돕는 기능성 제품들의 경우 오히려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잘 팔리고 있다. 실제로 에이스침대, 이브자리 등은 물론 유명 해외 브랜드까지 속속들이 한국에서 입지를 넓혀가는 중이다.

출처: G마켓

올바른 숙면 자세는? 스마트 기술 이용한 침구류 인기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최근 숙면을 돕는 기능을 갖춘 침대나 베개는 물론 건강식품이나 음료, 아로마테라피까지 관련 제품들이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로 롯데마트가 지난해 침구류 매출을 살펴본 결과, △ 라텍스나 메모리폼과 같은 ‘기능성 침구류’ △부드럽고 편안한 ‘구스다운 이불’ △심신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디퓨져·향초’ 등 기능성 숙면 상품들의 매출이 증가세다. 구스다운 이불이 전년 대비 25.7% 늘었고 기능성 베개와 매트리스가 각 20.7%, 29.9% 증가했다. 숙면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향초도 15.0% 신장했다. 이는 스트레스와 과로 등으로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롯데마트의 분석이다.

먼저 침구업체들이 다양한 기술을 이용해 온도 조절 기능이 있는 소재를 사용하거나 스마트 기술을 사용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에이스침대의 ‘스마트 슬리브’는 특허받은 3D 입체 직물 구조로 제작된 매트리스 보호 커버다. 스마트 슬리브 직물구조의 특징 중 하나인 X자 연결고리 중간층은 환절기처럼 외부공기가 낮을 때에는 공기를 따뜻하게 머금어 보온효과를 제공한다. 자체적으로 온도를 설정할 수 있는 침대도 있다. 장수돌침대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침대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뉴오스타’를 선보이고 있다. 뉴오스타는 천연석 사이에 20㎜의 공기층을 둬 원적외선 복사열이 공기를 투과해 천연석 및 사용자 몸 속 깊숙이 전달되는 공법인 ‘히팅플로어 기법’을 적용했다.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온도조절 기능이 있는 거위털 침구를 사용하는 것도 숙면에 도움이 된다. 구스다운 이불 브랜드 소프라움의 ‘하임’은 침대 위나 요 위, 딱딱한 바닥 위에 패드처럼 사용하면 부드럽고 포근한 잠자리를 제공하는 기능성 제품이다. 이태리 침대 브랜드 팔로모는 온도 유지에 특화된 신소재인 블루텍스를 활용한 매트리스를 선보이고 있다. 팔로모가 자체 개발한 친환경 신소재 블루텍스는 상변화(물질의 상태가 온도·압력 등 일정한 외적 조건에 따라 한 상에서 다른 상으로 변하는 현상)를 통한 온도 조절 기능으로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환절기에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시켜 준다.

숙면을 위한 환경 개선을 시도하는 소비자가 많아짐에 따라 기존 침구, 매트리스뿐만 아니라 베개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한의학적으로 비뚤어진 경추 및 척추를 바로잡는 치료법인 ‘추나요법’을 베개에 접목한 자생추나베개도 그중 하나다. 수면 중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뒤척임에도 어깨와 목이 편안한 자세를 유지하도록 도와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특수 설계된 기능성 맞춤 베개다.

업계 전문가는 숙면 필수품으로 이불이나 매트리스만큼이나 베개가 주목받는 것은, 무엇보다 숙면의 기본인 바른 수면 자세를 유도하는 것이 바로 베개의 역할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출처: G마켓

“식품과 향으로 숙면 유도하세요”

건강기능 식품으로 숙면을 유도할 수 있는 제품들도 눈에 띈다. CJ제일제당은 국내 수면 시장이 충분한 성장 가능성을 가졌다고 판단, 올해 초 숙면 보조 건강식품 ‘슬리피즈’를 선보였다. ‘슬리피즈’는 백야 현상으로 인해 수면에 어려움을 겪는 북유럽 사람들이 숙면을 위해 밤에 짠 우유인 나이트 밀크를 마신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됐다. 나이트 밀크에는 우리 몸이 잠들게 해주는 성분인 멜라토닌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청정 낙농국가 뉴질랜드에서 착유한 나이트 밀크를 사용해 분말 형태로 만들었고, 늦은 밤에도 부담스럽지 않게 마실 수 있도록 무지방 제품으로 설계됐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제품 기획단계 시 수면 관련 제품에 대한 인식 조사를 해보면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수면제나 수면유도제에 의존하고 싶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는데, 슬리피즈는 우유로 만든 건강식품인 만큼 생활 속에서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올 한해 공격적인 영업 및 마케팅 활동을 통해 3년 내에 200억원 브랜드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광동제약이 선보인 ‘레돌민정’은 인체에서 분비되는 수면유도물질 아데노신과 멜라토닌을 조절해 수면 사이클을 정상화하고 불면증을 개선하는 제품으로, 유럽에서 오랫동안 약초로 쓰던 길초근과 호프 추출물로 만들어서 내성 부담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간편하게 음용이 가능한 숙면을 위한 차나 음료도 있다. 티젠은 불면증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 맞춰 개발된 기능성 차인 ‘굿나잇’을 선보이고 있다. 심신의 안정과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주는 캐모마일, 라벤더, 레몬버베나, 오렌지필 등을 블렌딩해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들의 평온한 잠에 도움을 준다. 오설록의 ‘티어클락 10PM’ 또한 소비자의 숙면을 돕기 위해 출시된 허브티 제품이다. ‘차(茶)가 필요한 시간’을 테마로 한 허브티 3종 세트 ‘오설록 티어클락’ 중 자기 전에 마시면 좋은 제품으로, 캐모마일 등 숙면을 도와주는 허브들을 블랜딩한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카페인 음료 ‘핫식스’에 대항한 음료도 나왔다. 캐나다 음료업체가 출시한 릴렉션 음료 ‘슬로우카우’는 심신을 안정시켜주는 L-테아닌과 숙면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진 바레리안 뿌리 추출물, 정신노동으로 인한 긴장감을 완화시키는 시계꽃 추출물과 불안감을 경감시켜주는 린덴과 홉 등을 함유해 간편한 음용으로 숙면을 도와준다.

수면을 촉진하는 멜라토닌은 밤 9시쯤부터 분비되기 시작해 이튿날 아침에 눈으로 햇빛을 감지하면서 급격히 줄어든다. 따라서 오후 9시부터는 침실을 어둡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이에 전등을 끄고 향초를 이용하는 것도 숙면을 유도하는 데 좋은 방법이다. 나지막하게 흔들리는 촛불과 향초가 풍기는 은은한 향을 맡으면 심신이 편안해져 쉽고 깊이 잠드는 데 도움이 된다.

숙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향초 등 아로마테라피에 대한 관심과 수요 역시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국내 향기 제품 시장 규모는 연 2조5000억원으로 매년 10%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국민소득이 2만달러에 접어들면 건강과 아름다움에 관한 수요가 높아지게 된다”면서 “한 단계 더 올라 2만5000달러대가 되면 숙면 등 잘 먹고 잘 사는 ‘웰빙’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이 선진국들의 통계에서 입증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수면 시장은 활성화 될 ‘선진국형 산업’”이라면서 “숙면과 관련된 산업이 기존에는 한정적이었다면 최근 몇 년 사이 침구류는 물론 베개, 먹거리, 향초까지 다양한 파생상품이 각광받고 있어 주목할만 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색 아이템 모여라! ‘숙면 에센스’에서 ‘코골이 방지 클립’까지

 

온라인 마켓에서도 숙면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제품군이 꾸준히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며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실제로 11번가에 따르면 숙면용품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76% 올랐다. 2012년 61%, 2013년 68%에 이어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숙면을 위해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제품들도 흔하게 생각하는 베개나 침구를 넘어 다양한 제품이 선보여지고 있어 주목된다.

먼저 잠들기 전에 얼굴 이마와 관자놀이 부분에 마사지하듯 바르면 숙면에 도움을 주는 ‘수면 에센스 즐잠’이 인기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초반에는 피부 관리에 관심이 많은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판매가 이루어졌고, 최근 남성들의 구입도 늘어나는 추세다. ‘입 벌림 방지밴드’는 신축성이 좋은 밴드가 턱을 잡아당겨 입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며 코로 호흡을 유도해 양질의 수면을 취할 수 있는 제품이다. 수면 시 무호흡증으로 인한 질병을 예방하는 데도 좋다. 코골이 클립 내부의 자석이 콧구멍을 열어줘 코골이를 방지해주는 ‘코골이 방지 클립’은 30대부터 중년 남성들 사이에서 많이 애용되는 제품이다. 최근에는 구입 연령대와 성별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수면 헤드폰’도 있다. 스피커가 내장된 헤어밴드를 잠들 때 착용하면 숙면을 유도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일정한 주파수를 유지하면서 내는 백색소음을 이용해 숙면을 방해하는 주변 소음을 차단해주는 ‘백색소음기 돔’은 젊은 남성들의 구입이 많은 제품이다. 부드러운 바람소리가 내장되어 있으며 저음과 고음 두 가지 중 선택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건강, 피로회복, 다이어트 등 다양한 방면에서 수면의 중요성이 입증되면서 숙면 관련 용품들이 높은 관심을 얻고 있다”며 “특히 최근에는 스트레스나 과로로 불면에 지친 현대인들이 늘어나면서 침구나 안대 외에도 보조식품, 아로마 오일 등은 물론 이색용품까지 다양한 숙면용품 관련 산업이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