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초우량기업인 모 중견기업의 전략 워크숍을 다녀왔다. 매출액은 매년 20%이상 상승하고 있으며 영업이익률은 24%에 달한다. R&D에 집중하는 3M의 영업이익률은 22.4%다. 제조업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워크숍의 결과는 나를 황당하게 만들었다. 대부분의 아이디어가 급여, 복지에 편중되어 생일휴가 및 수당, 해외여행수당 심지어 성형수당까지 달라고 한다. 급여수준이 중견기업 평균 이상인데도 말이다.

 

이러한 요구는 중소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국내 조선업계가 조단위 적자라는 풍랑을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중공업 노조는 고액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수 차례 파업을 단행했고, 최근에는 회사측과의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중단을 선언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도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처럼 상황이 좋든 나쁘든 인간은 이기적이다. 이러한 근거는 ‘더 큰 이익과 더 적은 손실’을 바라는 인간의 내적 동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인간의 이기주의는 적잖게 발전을 저해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이기주의를 어떻게 이타적으로 바꿀 수 있을까? 오늘날 인간의 사회는 노동이 분화된 사회다. 노동이 분화된 사회에서는 각자의 노동 생산물을 교환하는 ‘거래’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거래가 파국을 맞지 않으려면 법, 관습, 도덕으로 대표되는 규율이 인간을 강제해 줘야 한다. 그래야만 합리적이고 이타적인 거래가 유도되기 때문이다.

돌고래는 공기를 들이마시지 않으면 익사한다. 아기 돌고래들이나 상처를 입어 수면까지 뜨지 못하는 개체들을 같은 무리의 동료들이 도와서 수면으로 떠올려준다. 이러한 행위의 원천은 돌고래 집단에서 ‘자기 종의 구성원을 만나면 누구에게나 친절해라’라는 규칙이 이들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은 본능적으로 사회적 ‘평판(reputation)’에 매우 민감하다. 때문에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서는 관용이나 동정심을 발휘하게 된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현대중공업과 정 반대의 노선을 걷고 있다. 어려운 경영 상황을 감안해 임금 동결에 합의해달라는 회사측의 요청을 받아들어 임단협을 체결했고, 그 과정에서 파업도 없었다. ‘근로자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노조가 스스로 근로자들의 노동 강도를 높이는 것을 감수하겠다고 자처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더구나 그 대가로 요구한 것은 임금 인상도, 수당 지급도 아닌 ‘회사 회생 지원’이었다. 이러한 행위의 원인은 최근 회사와 조합에 대한 부정적인 평판을 반영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위기에 처한 배의 운명은 선원들의 마음가짐에 따라 결정된다. 선원들이 각자 살 길을 찾아 물에 뜰 만한 것들과 식량과 귀중품을 챙겨 바다로 뛰어든 배는 선체의 목재가 뜯겨나간 채 풍랑에 시달리다 침몰한다. 물론 바다에 뛰어든 선원들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 반면, 선원들이 한마음으로 노를 힘차게 저은 배는 고난은 있을지언정 언젠가는 풍랑을 빠져나온다.

그렇다고 회사나 경영진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위기나 발전은 이기적 유전자를 버리고 모든 구성원들이 한 배를 탄 공동 운명체임을 인지하고, 회사가 살아야 내 일터도 지켜낼 수 있다는 절박함과 주인의식이 있을 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