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영등포점의 워터바에서 아기 엄마가 베이비워터를 고르고 있다(사진=이코노믹리뷰 송원제 기자).


지난 1월 관세청이 발표한 생수교역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생수 평균 수입가격은 리터당 0.93달러(약 1043원)이다. 원유 평균 수입가격이 리터당 0.50달러(약 560원)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생수 가격이 기름값보다 2배 정도 비싼 셈이다.

이렇듯 원유가보다 2배 이상 가격이 높은 수입 생수가 역대 최대의 수입량과 수입액을 기록했다. 2004년 216만5000달러에서 지난해 662만9천달러로 지난 5년간 수입액이 3.1배나 증가한 것.

이를 입증하듯 최근에는 국산 생수뿐 아니라 프랑스 해양 심층수, 캐나다 아이스 빙수 등 수입 생수가 날개 돋친 듯 판매되고 있다. 또 다양한 생수를 한데 모아놓은 워터 바, 워터 카페, 온라인 쇼핑몰 등이 이색 문화공간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중 우리나라에 ‘워터 바’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신세계는 지난 2009년 부산 센텀시티점에 워터 바를 오픈한 후 반응이 좋자 서울 강남점에 이어 본점과 영등포점에 워터 바를 오픈했다. 와인 바처럼 수십여 종의 생수를 진열해 놓고 고객들이 기호에 맞는 생수를 선택할 수 있는 곳이 워터 바다. 와인 바에 소믈리에가 있듯 이곳에는 ‘워터 소믈리에’가 상주하고 있어 고객에게 맞는 물을 추천해 준다.

부산 센텀시티점에 워터 바가 오픈했던 2009년 프리미엄 물을 찾는 소비자의 모습을 취재한 경험이 있는 기자는 몇 년이 지난 지금, 그리고 소비력이 높은 강남이 아닌 영등포점의 워터 바에 '과연 얼마나 많은 고객들이 찾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때문에 3시간 남짓 워터 바에 앉아 고객들의 방문 빈도를 가늠해 보았다. 결과적으로 2009년 신세계 센텀시티의 고객들이 호기심으로 워터 바를 방문하고 인지도가 높은 페리에나 에비앙 위주로 구매를 했다면 최근 구매 형태는 보다 다양해졌다.

생수는 패션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에비앙 ‘이세이미야케’(왼쪽)와 파리바게뜨 ‘오’.


인지도 높은 물을 선호하는 것은 같았지만 워터 소믈리에가 추천해 주는 목넘김이 부드러운 캐나다 아이스 빙수를 구입하는 20대 젊은 여성. 병 모양이 예쁘다며 남자 친구에게 생수를 사달라 조르는 커플, 아장아장 걷는 아기에게 베이비 워터를 쥐어주는 아기엄마를 목격할 수 있었다.

워터 바에는 국내 생수를 비롯 세계 각국의 빙하수, 해양심층수, 탄산수, 베이비 워터, 기능성 생수, 먹는 샘물 등이 구분돼 판매되고 있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평일 평균 200~300명, 주말 평균 400명 정도, 주요 고객들은 젊은 여성층이다.

에비앙과 삼다수 등을 주로 찾지만 그 외에도 캐나다 아이스 빙수와 병 디자인이 톡톡 튀는 미국의 와타파워, 그리고 임산부와 아이에게 좋다는 베이비 워터인 아냐 역시 베스트셀러다.

하지만 워터 바에 진열된 국산 생수는 삼다수, 이로수, 천년동안 등을 비롯해 5~6종에 불과하다. 이 중 SK임업이 만든 자작나무 수액 이로수는 500㎖에 1만6천원으로 가장 비싸다.

그러나 더 비싼 에비앙 폴스미스보다 판매가 저조하다. 오승철 워터 소믈리에는 “국산 생수가 수입 생수에 비해 판매가 저조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왕 비싼 값을 지불한다면 미네랄이 다량 함유된 외국 생수의 고급스런 이미지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스타일을 중요시 여겨 병 모양만 보고 구매하는 젊은층이 증가하는데 국산생수에 비해 수입생수의 병 디자인이 훨씬 다양하고 고급스러운 것도 수입생수 판매율이 높은 이유라 말한다. 실제로 생수는 패션 아이템으로도 주목 받고 있다.

에비앙은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한 한정판 생수 ‘폴스미스에비앙’ 에비앙‘이세이미야케’ 등을 선보였다. 스와로브스키는 생수병에 크리스털이 박힌 ‘블링H2O’를 내놓았고, 파리바게뜨 ‘오’는 산업디자이너 카림 라시드가 생수병을 캡슐 형태로 디자인해 주목을 받았다.

최원영 uni354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