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에는 물건과 사람이 이동함에 따라 언어를 초월한 포장의 중요성이 커져가고 있다. 이런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서는 패키징(제품 디자인) 기술과 브랜딩 전략 연구가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패키지 디자인은 데코레이션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이다”

브랜드 파워 시장에 일본의 ‘실력자’ 브라비스 인터내셔널(BRAVIS INTERNATIONAL) 을 설립한 사사다 후미 대표(63)가 지난 15일 한국지사 설립 10주년을 맞아 제 6회 브라스비 브랜딩 세미나를 개최하기 위해 내한했다.

제 6회 브라스비 브랜딩 세미나는 '성공적인 브랜딩을 위한 창의적인 패키징 기술과 디자인 트렌드'(Creativity & Technology for Branding)를 주제로 서울 역삼동 GS타워 1층 아모리스 그랜드 홀에서 열렸다. 세미나에 앞서 아시아 넘버 원(NO.1) 브랜딩 컨설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사사다 후미 대표를 만났다. 일문일답 형식으로 그의 브랜딩 세계를 들여다봤다.

▲ 브라스비 인터내셔널 사사다 후미대표. 사진=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 브랜드 컨설팅에서 지난 10년 한국 시장에서 가장 주력해왔던 것은

10년 전 서울에 지사를 설립하기 전부터 한국의 농심과 인연이 있어 순조롭게 시작하게 됐다.  특별한 노하우는 없지만 제품 디자인 등 브랜딩 기술을 한국에 소개하는 것에 주력해왔던 것이 지금의 경쟁력을 키워 온 것 같다.

- 한국 지사만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 지사는 디자인이 아주 충실하다. 하지만 경영에 있어서 회사가 원하는 방향은 소비자와 제품이 커뮤니케이션(소통)을 할 수 있는 ‘브랜딩’을 강화 시키는 것에 초점을 둔다. 이 같은 의도를 통일화 시키기 위해 한국 직원들을  일본 현지에서 직접 교육시켜 브랜딩 스텝으로 양성하고 있다. 물론 일본 대학의 해당 전공을 졸업한 한국인 직원을 집중적으로 트레이닝 시켜 경영 마인드를 가르치기도 한다. 

 - 한국과 일본 기업의 차이에 대해 말한다면

 ‘기업조직’이다. 한국은 오너와 그의 일가가 운영하는 세습형이고, 일본의 경우는 전문 경영인이 운영하는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한국 회사의 경우 보통 담당자가 일을 진행하고 디자인 결과물이 나오면, 프레젠테이션을 통한 후 최종으로 회장선까지 올라가 검토 후에 결정이 난다. 일본은 '소비자 설문조사'를 많이 한다.  소비자의 마음을 알아내는 것이야말로 아주 큰 의미이자 경영의 전부다.

- 아시아 이외 미국과 유럽에서의 경영 컨셉이 틀린 까닭은

국가별로 성격이나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디자인도 다르게 나와야 한다. 각각 다른 나라별 전통으로 디자인을 의뢰하는 게 그 나라의 기업에게만 가능한 것이 아니냐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에게 의뢰하는 기업들은 우리 회사가 그 나라의 전통에 맞는 소비자들의 관점에서 디자인을 잘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제품 디자인을 의뢰한다. 이점이 우리의 경쟁력이다.

예를 들면, 중국의 중추절에 행복을 빌어주는 풍습으로 가족이나 이웃 간에 월병이란 과자를 주고받는다. 중국의 월병 회사도 현지의 문화를 잘 아는 현지 회사에게 디자인을 의로 하지 않고 현지 소비자들의 욕구를 잘 파악하고 있는 우리 회사에 의뢰한 것과 같다. 누가 소비자를 더 잘 알고 있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의 결과물에 대해 대단히 만족을 했다.

한국을 예로 들어보겠다.  ‘진로’ 소주회사로부터 중국 시장용 진로의 디자인을 의뢰 받은 적이 있다. 진로소주가 일본 회사인 우리에게 중국 시장 진출 디자인을 맡긴 것은 중국의 소비자와 소통하려는 우리 회사 마인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이런 경영 방식과 더불어 글로벌 시대에 맞춰 브라비스사가 전 세계를 무대로 활발한 활동을 하게 된 동기는

고등학교와 대학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나왔다. 미국과 유럽에 대한 이해를 더 잘 할 수 있게 된 계기였다. 그리고 일본엔 영어로 브리핑을 할 수 있는 직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해외에 지사를 두는 것이 글로벌 사업을 하는데 유리하다는 판단이었다.

- 글로벌 브랜딩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예

수 없이 많다. 한국의 케이스에서 어려웠던 기억은 ‘소주’ 디자인이었다. 한국의 소주 역사는 엄연히 일본과 다르다. 한글을 쓰지 않는 일본인이 디자인하기에는 힘들었지만, 영어권에서 유학을 한 직원들이 많은 요즘, 역시 한국에서 대학을 나온 일본인 직원도 있다. 이런 글로벌한 세상의 혜택을 받아 성공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 브라스비의 브랜딩 전략은 한국의 소주 회사와 한국 소비자 둘 다 만족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 브라비스의 인력 양성에 특별한 게 있나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환경 속에 살아남을 수 있는 ‘창의적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한국과 일본의 상황은 다르다. '일본은 회사에 디자이너가 없다' 다시, '일본은 회사에 디자이너가 상주하지 않는다' 외주 디자인 회사와 일하는 것이 더 좋다는 판단이다. (경험상) 회사 안에 디자이너가 상주하면 디자인이 ‘고루해’ 질 수 있고 창조를 하는 사람들은 수직관계의 딱딱한 회사 조직에서는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 못한다. 해외 회사들에게 외주를 맡김으로써 정보 노출 염려도 적어진 이점까지 얻었다. 

- 한국 기업들이 배워야 할 것은

디자인 브랜딩에 투자하면 분명히 대가가 돌아온다. 미래를 위한 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  기업이 전하고 싶은 생각을 소비자와 공감하여 기업과 소비자가 서로 행복한 관계가 되는 것이 경영의 기쁨이자 완성이다.  

- 미래의 경영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어떤 분야든 마찬가지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한다면 퀄러티에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나는 돈을 벌기 위해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다. 회사가 잘 되면 돈은 저절로 들어오게 돼있다고 믿는다. 다시 말해서 이 사회는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철저히 추구하면 비스니스는 따라온다.

이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인들에게 더 해당이 되는 얘기다. 그리고 일본인들과 다르게 독립심이 강한 한국인은 경영인으로서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

하고 싶은 것이 많다. 한국에 패키지(제품 디자인) 뿐만 아니라 한국 지사도 일본의 브라비스 본사만큼 확장할 예정이다. 그리고 현재 일본은 3D 디자인을 도입해 전략적인 이너 브랜드 강화를 위해 연구 중이다.

▲ 브라스비 인터내셔널 사사다 후미 대표가 인터뷰가 끝난 후 자사 제품을 들고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 노연주 기자

<브라스비 인터내셔널은 어떤 회사>

1996년 6월 28일 설립된 브라스비 인터내셔널은 5명의 직원으로 시작, 자본금 2100만 엔(약 1억 9965만 원)으로 크리에이티브 솔루션 경험이 풍부한 디렉터와 다국적 스태프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일본만을 의식한 것이 아닌 글로벌 브랜딩을 실현시키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대표인 사사다 후미는 세계 최대 브랜드 컨설팅 기업 랜도 어소시에이츠에서 18년간 재직한 경험을 살려 소비자와 ‘소통’하기 위해 전 세계를 다닌다. 현재 도쿄에 위치한 본사 외에 전 세계 7개국(한국, 중국, 미국, 스위스, 아르헨티나, 타이완, 태국)에 지사를 운영한다.

브라비스사는 지난 20여 년간 메이지, 카고메, 켈로그 재팬, 네슬레 재팬, 농심, 코카콜라 재팬, 기린맥주 등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의 패키지 디자인을 담당해 왔다. 최근에는 일본 최대 금융그룹인 도쿄증권거래소와 오사카증권거래소의 합병 CI 개발 및 일본 2위의 대형 통신 종합기업 KDDI의 CI 개발 등 금융˙유통˙서비스 분야까지 확장하고 있다.

국내(한국)에서는 하이트진로의 맥주 브랜드인 ‘MAX’와 ‘드라이피니시 d’의 성공적인 컨설팅을 비롯해 몇몇 다른 한국 기업과도 브랜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2012년 한국인삼공사의 ‘웰니스 스파클링’ 음료를 비롯하여, 2013년에는 기린 주식회사의 ‘스미키리’ 맥주가 패키지 디자인 부문에서 세계적인 권위의 디자인 어워드인 펜타워즈(Pentawards)에서 수상하는 등 성공적인 성적을 내고 있다. 브라비스는 펜타워즈가 생긴 2008년 이래 매년 수상하고 있다.

▲ 지난 15일 서울 강남에서 ‘성공적인 브랜딩을 위한 창의적인 패키징 기술과 디자인 트렌드’라는 주제로 열린 ‘제 6 회 브라비스 브랜딩 세미나-서울’에서 사사다 후미 대표가  강연하고 있다. 브라비스 인터내셔날이 주최한 이날 세미나에서는 약 350여명의 브랜드 담당자가 참석했다. 사진=노연주기자

 <국내 브랜드 패키지 디자인 진행 사례>

- 롯데제과(팜온더로드 시리즈, 빼빼로, 카스타드 등), 하이트진로(맥스, 드라이 피니시 d), 농심(짜파게티, 새우깡, 큰사발 등), 쟈뎅(까페리얼), 동서식품(맥심 원두커피, T.O.P, 핫초코 미떼), 한국야구르트(쿠퍼스), 롯데푸드(구구 아이스크림, 파스퇴르 쾌변), 제주감귤주(혼디주)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