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화학 중국 남경 배터리공장 조감도 / 사진 = LG화학

전기차가 차세대 친환경차의 대안으로 주목받으면서 자동차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LG화학·삼성SDI 등이 미소를 짓고 있다.

폭스바겐그룹 ‘배출가스 조작’ 파문의 여파로 ‘전기차 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시작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지면서 시장 선점을 위해 힘을 쏟고 있는 모양새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전기차 시대 ‘성큼’

자동차·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그룹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은 전기차 시대의 도래를 획기적으로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 이번 조작 사건에 ‘디젤게이트’라는 수식어가 붙으면서 친환경 기술로 각광받던 ‘클린 디젤’에 대한 신뢰도가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 미국 환경보호청은 18일(현지시간) 배출가스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폭스바겐 골프 등 디젤 차량 48만대에 리콜 명령을 내렸다. (자료사진) / 사진 = 폭스바겐코리아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발간한 ‘전기차 산업’ 분석 리포트를 통해 “연비(MPG)·환경(CO2배출량) 규제를 맞추기 위해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주로 클린 디젤을 전면에 내세웠으나 배기가스 문제가 불거지며 향후 반 클린디젤차 정서와 전기차의 필요성이 증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사실 전기차 시장이 지속적으로 커질 것이라는 예측은 그간 꾸준히 제기돼왔다. 전기차 이니셔티브(EVI)의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지난해까지 전세계적으로 등록된 전기차는 66만5000여대로 추산된다. 전체 승용차의 0.08%를 차지하는 정도다. 미국이 27만5104대(39%)로 가장 많았고 일본과 중국이 각 10만8248대(16%)와 8만3198대(12%)로 뒤를 이었다. 한국은 3000여대(0.45%) 수준의 시장을 지녔다.

▲ LG화학 오창 전기차공장 생산 라인 / 사진 = LG화학

특히 앞으로 15년 뒤에는 전기차가 전체 승용차 3대 중 1대 꼴로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EVI 회원국들은 2008년부터 작년까지 총 160억달러 규모의 금액을 전기차 산업에 선뜻 투자했다. 이런 와중에 이번 폭스바겐 파문은 전기차 시장의 성장에 더욱 가속도를 내게 하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 삼성SDI 완성차 수주 ‘총력’

국내 배터리 업체인 LG화학과 삼성SDI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그 존재감을 충분히 드러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B3의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소형 배터리 시장에서 우리나라 업체들의 점유율은 43.4%로 절반에 가깝다. 삼성SDI가 25%, LG화학이 18.4%로 글로벌 시장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시장에서의 점유율 구도는 약간 다르다. 시장조사기관 EV 옵세션의 자료를 살펴보면 2014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는 일본의 파나소닉(39.7%)이었다. LG화학(12.9%)과 삼성SDI(4.6%)는 AESC(23.6%)의 뒤를 이어 각각 3·4위였다.

다만 앞으로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 파나소닉은 대부분 물량을 미국 테슬라에 공급하고 있고 AESC는 일본 닛산자동차의 자회사기 때문이다. LG화학과 삼성SDI가 협력업체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

▲ 사진 = 유진투자증권

LG화학은 유럽 및 중국 시장에서의 수주 물량을 대거 확대하고 있다. 10월 현재 글로벌 오나성차 상위 10개 업체 중 6개 이상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중국 남경에 연간 10만개 이상의 배터리 생산라인을 갖춰 내년 양산에 나설 계획도 세웠다. BMW 등 유럽 업체들과의 협업을 위해 유럽 공장 건설도 검토 중이다.

삼성SDI도 BMW, 아우디, FCA그룹, 포드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 나온 전기차 중 절반에 삼성SDI 배터리가 들어갔다”는 조남성 삼성SDI 사장의 발언은 이미 유명해졌다. 조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전기차시대의 모습을 그린 토니 세바의 책 ‘에너지 혁명 2030’을 선물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내방송을 통해 이 책의 내용을 특집으로 다루기도 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솔루션 이미지 / 사진 = LG화학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수주를 받은 다음 기술을 공유한 뒤 완성차 업체와 협업을 통해 차가 양산되는 과정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매출이 발생하는데 2~3년에서 길게는 4~5년도 걸린다”며 “단기적으로는 장담할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LG화학·삼성SDI의 성장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