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밤-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의 인기는 최근 음반 시장의 핵심 공간인 디지털 음원 시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엠넷, 멜론, 소리바다, 벅스뮤직 등 주요 온라인 디지털 음원 시장의 인기 차트 상위권에는 어김없이 ‘나가수’에 출연한 이들의 노래가 랭크될 정도다.

‘빈잔’ ‘여러분’ 등을 통해 호소력 있는 허스키 보이스로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던 임재범은 물론 김연우, BMK, 박정현, 김범수, 윤도현, 이소라 등 출연진 전원의 노래는 20위권 안 최상위권에 고루 퍼져있다.

특히 이들이 ‘나가수’ 경연을 통해 불렀던 노래는 물론 해당 가수들의 다른 곡들의 인기도 가히 폭발적이다.

한동안 음반 시장에서 모습을 찾기 어려웠던 과거의 명곡들도 ‘나가수’ 덕에 다시 빛을 보고 있다.


1979년 서울국제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던 윤복희의 ‘여러분’과 1982년 발매됐던 남진의 ‘빈잔’은 임재범이 부른 ‘나가수’ 경연 버전 외에 오래 전 발매된 원곡까지 덩달아 큰 인기를 얻었다.

조용필 12집 앨범에 수록된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1990년 발매)’와 조관우의 데뷔 앨범에 수록된 ‘늪(1994년 발매)’ 등 발매 후 15년 이상 지난 추억 속의 명곡도 박정현과 김연우의 목소리 덕분에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이들 노래는 노래가 발매되던 당시에 자라난 청·장년층 팬들은 물론 ‘나가수’ 덕분에 이 노래를 알게 된 청소년층 음악 팬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에서 음악을 검색해 청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음원 시장 외에도 오프라인 음반 시장에서도 ‘나가수 신드롬’은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자사의 음반 구매 고객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나가수’ 출연 가수들의 기존 음반 구매 고객의 절반에 가까운 43.4%가 40대였다고 밝혔다. 특히 40대 여성의 비율은 25%로 ‘나가수’ 출연가수 음반 구매 고객 전체의 1/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여성들이 음반을 많이 구매한 가수는 임재범으로 나타났다. 임재범 음반의 경우 전체 판매량의 36.2%가 40대 여성의 구매로 이뤄졌다. 김범수 역시 전체 음반 구매량의 28.9%가 40대 여성의 구매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정현은 40대 남성들의 구매 비율이 높았고 김연우는 30대 여성들의 구매 비율이 높았다(35.9%). 윤도현은 30~40대 여성의 구매 비율이 모두 높았으며, 이소라의 경우 30~40대 남녀의 구매 비율이 고른 가운데 여성들의 선호도가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찬구 알라딘 음반 가요 담당 MD는 “디지털 음원보다 CD나 테이프로 음악을 듣는 것이 더욱 익숙한 30~40대의 음반 구매량 증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간 국내 대중가요 시장 자체가 워낙 젊은 층만을 타깃으로 형성되어 있었다”면서 “청·장년층이 근래 음반 시장에서 차지해온 입지가 미미했던 것을 고려한다면, 최근의 음반 구매량 증가는 괄목할 만한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나가수’ 출연 가수들의 음반은 3월 방송 시작 이후 알라딘에서만 총 1만장이 넘게 판매됐다. 이는 ‘나가수’ 출연 가수들의 지난해 누적 음반 판매량을 모두 합한 것을 웃도는 수치다.

정백현 기자 jjeom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