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줄다리기, MB정부 가 끝내나

주공과 토공의 통합 논의는 지난 1993년부터 이뤄졌다. 당시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와 기능조정을 위해서 양 기관 통폐합 필요성을 강조하며 통합 논쟁에 불을 지폈다. 정부는 택지개발과 재개발 기능의 중복, 건설·택지개발 지자체 이전, 택지개발 이익 서민주택 투입 등을 이유로 통폐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공과 토공의 기능을 지자체에 이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반대 여론에 밀려 주공은 택지개발 자체소요, 토공은 재개발사업 기능 폐지 등 기능조정만 이뤄졌다.

기능조정은 이듬해인 1994년 5월 제2차 민영화추진위원회와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위원회에서 재조정됐다. 제2차 민영화 추진위원회에서는 주공에게 택지개발 면적을 18만평까지 확대하는 쪽으로, 토공에게는 공단개발 기능을 독점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2000년대 통합 찬반 양극화 심각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위원회에서는 주공의 택지개발 면적 제한을 30만평까지 확대하고 장관이 인정하는 경우 30만평 이상 개발할 수 있다는 내용만을 담았다.

최재덕 대한주택공사 사장

이종상 한국토지공사 사장

주공과 토공의 통합은 1998년 공기업 민영화와 경영혁신 계획이라는 주제로 양 기관 통합 논란은 심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정부는 인력감축과 자산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2001년까지 양 공사를 통합하겠다고 적극 나섰다.
택지개발 기능중복으로 인한 갈등과 경쟁심화, 경영 효율성 저하, 주택보급률 상승에 따라 택지개발과 주택건설 위주의 양 공사 기능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이에 따라 2001년 4월 국토해양부(전 건설교통부) 주관으로 국토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에서 통합 관련 연구를 시작했고 통합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같은 해 5월 국토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통합추진위원회까지 결성하고 통합 준비를 시작한 정부는 10월 ‘한국토지주택공사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어 재무분석과 자산실사 용역 등을 거치면서 2002년 9월 통합 공청회가 개최됐다.

2003년 토공의 강력한 저항과 국회의 파급 효과 우려 등으로 인해 통합 논의는 다시 한번 중단됐고 2004년 5월 통합 법안이 폐기됐다.

당시 통합논의 중단 이유에 대해 《정부개혁 고해성사》(박진 외, 2006)에서는 “김대중 정부 시절 국회의 힘은 커가고 있었으며 더구나 여당이 다수를 점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시 정부는 이러한 상황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과거 국회 모습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밝혔다.

MB정부 “논란 끝내겠다” 의지 표명


양 기관의 통합 법안은 2006년 11월 홍준표 의원 등 50여명의 국회의원에 의해 재발의됐다. 한나라당에서는 주공과 토공의 통합을 당론으로 정하고 국회에 상정했다.

당시 통합 의미는 기존과 달리 공기업 구조조정이 아닌 토지임대부 주택공급제도 실현 관점에서 양 기관을 통합하자는 내용으로 접근됐다. 이 법안 역시 2008년 5월 제17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출범으로 인해 통합 논의는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고 한층 더 뜨거워졌다.

청와대는 “더 이상의 소모적 논쟁은 피해만 있을 뿐”이라고 밝히며 공기업 개혁 방침에 양 기관 통합을 최우선 순위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공기업 선진화 1차 방안에 주공과 토공의 통합을 포함시킨 뒤 공기업 특위를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결국 2008년 8월 2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으로 양 기관을 통합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10월16일 국토해양부 차관을 비롯한 민간위원 6명을 포함한 총 14명으로 구성된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양 기관 통합 추진일정 등을 확정하는 한편, 11월19일 2차 회의에서 통합공사법안과 기능조정안을 확정했다.

결국 통합 법안은 지난 1월8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 상정됐으며 여야 논의 끝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고 정부와 여당에서는 4월 첫 주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재정부담 해결 등 효율 극대화

주공과 토공을 통합하지 못하면서도 15년이 넘는 세월 동안 끊임없이 통합과 관련된 논의가 이어진 이유는 양 기관의 통합 시 발생하는 효율성과 관련이 있다.

현재 주공과 토공은 택지개발, 혁신도시, 신도시 등 34개 사업을 중복 수행하는데 따른 문제점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주공과 토공의 경쟁관계에 따른 개발비용 사례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주공에서 실시하고 있는 오산세교 택지개발지구의 경우 지자체가 경쟁기관인 토공과의 비교를 통해 사업과 무관한 철도역 건설 등을 요구해 택지조성 원가를 상승시킨 바 있다.
판교 신도시 역시 양 공사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 방식을 합의하는 기간만 1년7개월이 소요,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또 주택과 토지 개발기능 이원화에 따른 문제점이 크다는 점도 주공과 토공의 통합 논의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토공은 택지 부문의 대규모 개발이익을 자체 사업에 재투자하지만 정부는 주공에 매년 1조원에 달하는 재정을 지원하고 있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즉, 택지공급체계가 이원화돼 있어 한정된 토지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저해하고 임대주택 건설비용 증가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100% 마이너스 요인이다.

더욱이 주공은 국민임대특별법에 따라 건설호수의 58%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고 있는 반면, 토공은 중대형 평형 위주의 개발이 많아 주거지 분리에 따른 사회적 갈등도 내제돼 있다. 주공과 토공이 상존하는 이상 문제점은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이고, 이것이 바로 주공과 토공이 통합돼야 한다는 논리의 핵심이다.

주택·토지개발 일원화 세계적 추세

주택과 토지 개발 기능 일원화는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도시개발, 주택공급, 도시재생은 공공주택 전문기관이 일괄 수행하고 있다.
공공택지 개발을 전담하는 중앙 공기업은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고 택지개발사업시 프로젝트 기관에 의한 일몰제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나라에서는 기능별로 분리된 주택도시 관련 기관을 통합해 정책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있다.

즉, 도시 외곽의 대규모 택지개발 방식이 한계에 이르러 슬럼화된 구도심 재개발이 새로운 정책과제로 대두되면서 주택과 토지, 도시개발 기능을 담당하던 기관을 단일화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지난 1975년 주택공단에서 분리된 택지개발공단을 81년 주택도시정비공단으로 흡수·통합하고 2004년 도시재생과 임대주택, 도시개발사업을 수행하는 도시재생기구로 전환시켰다.

영국 역시 토지관리 위주의 재생기구와 주택공급 위주의 주택공사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올해를 목표로 통합기관(HCA)을 추진 중에 있다.

이 밖에도 싱가포르 등 토지금고 역할을 하는 공기관은 존재하지만 우리나라 토공처럼 토지만을 개발하는 기관은 없다. 이는 주택과 토지를 담당하는 양 기관을 존재시킬 경우 정부 재정 악화를 불러올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일부 대체법안 통합 본질 흐려…

통합 법안 처리를 앞두고 있는 국회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하다. 특히 이명수 의원이 최근 발의한 국토해양부 산하 4대 공기업을 자회사로 하는 지주회사 설립 법안을 두고 또다시 논란이 일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이 법안이 주공과 토공의 통합 논의에 본질을 흐려놓을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양 기관 통합을 코앞에 두고 또다시 논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법안 처리가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수 의원이 제기한 SOC 공기업 지주회사는 수공, 도공, 주공, 토공을 하나로 묶는 형태다. 법안 내용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자회사에 대한 기능조정, 경영목표의 배분, 관리·감독을 비롯해 자회사 간 인사, 사업자금 교차지원, 국가 SOC사업의 조사·연구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자회사로 전환된 4개 공기업은 국토, 도로, 주택, 수자원 등 전문화된 공적 기능만을 수행하게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법안이 관리체계에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만약 지주회사가 탄생한다면 공기업 관리를 위한 별도의 지주회사를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공공 부문의 인력과 비용 증가를 동반시켜 비효율성을 더욱 높이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기획재정부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등이 수행하는 공기업 구조조정을 지주회사가 담당하게 돼 공공기관 운영법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기대 효과 측면에서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자회사 기능조정과 슬림화에 한계점이 있고 순수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사업시기, 방법 등 세세한 부분까지 관여하지 않는다면 개발사업을 한꺼번에 묶거나 동시 착공할 수 없게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또 각각 독립된 자회사는 한 법인체로서 인력 교체 등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 여건으로 볼 때 선진국의 지주회사 사례를 적용하는 것 역시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미국, 이탈리아, 싱가포르, 일본의 공기업 지주회사는 각각 배경과 목적, 성격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도 지난해 지주회사에 의한 공기업 관리방식을 검토한 바 있지만 이 같은 단점으로 인해 논의를 중단한 바 있다.
홍성일 기자 (hsi@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