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국내 사회적 기업이 처한 현실을 벌거벗기듯 낱낱이 분석한 뒤 ‘사회적 혁신 생태계’라는 독자적인 처방전을 제시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은 2007년 ‘사회적 기업육성법’ 시행과 더불어 급증했다. 2014년 기준 일정한 조건을 갖추면 정부로부터 1년간 인건비를 받을 수 있는 ‘예비 사회적 기업’은 1466개소이며, 3년간 인건비 보조를 받는 ‘인증 사회적 기업’도 1251개로 증가했다. 협동조합, 마을기업도 확대일로다. 협동조합은 2014년 5601개가 됐다. 행정자치부 담당하에 육성된 마을기업도 2013년 1162개로 크게 늘었다.

취약계층 고용 효과도 고무적이다. 2012년 말 사회적 기업의 취약 계층 근로자는 1만1091명이다. 이는 사회적 기업 전체 근로자의 61%다. 취약계층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도 2010년 1인당 약 94만원에서 2012년 약 106만원으로 3년 새 약 11.5% 올랐다.

하지만, 사회적 경제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사회적 기업의 연매출액 평균은 1억원 미만으로 매우 영세하다. 2012년 744개 사회적 기업 중 약 88.3%가 적자였다. 2014년 2월 발표된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보조금이 종료된 이후 생존하는 사회적 기업은 15% 남짓이다. 대부분 정부 의존도가 높고, 사회적 가치 추구에 초점을 두느라 기업운영에 필요한 이익 창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이들 기업 제품 대부분이 레드오션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이 책은 사회적 혁신 생태계를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회적 혁신 생태계는 3단계로 진화된다. ‘사회적 혁신 생태계 1.0’은 정부와 기업이 주도하는 양적 성장 단계다. ‘2.0’은 사회적 경제 영역이 공공 및 시장 영역과 대등한 관계 속에서 공존하는 단계다. ‘3.0’은 기존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고, R&D에 투자하듯 사회적 혁신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 기업 경영의 핵심적 패러다임이 되는 사회를 말한다.

그렇다면 사회적 혁신 생태계 3.0을 위한 전략은 무엇일까. 첫째, ‘오픈 소셜 이노베이션 플랫폼’으로 혁신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외부 아이디어를 사서 쓰고 내부의 아이디어를 파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글로벌 기업 P&G의 C&D(Connect&Develop) 프로그램이다. 오랄비 전동 칫솔 펄소닉, 팬틴 내츄럴 케어 샴푸, 페브리즈 비치형 등 히트 상품들은 이렇게 외부에서 얻은 아이디어에 기반을 두고 있다.

둘째, 사회적 가치 사슬을 구현해야 한다. 프랑스의 사회적 기업 ‘그룹 SOS’는 44개 사회적 기업이 하나가 되어 움직인다. 2014년도 매출이 약 9000억원이며, 직원 수만 1만2000명이 넘는다. 전문 경영인 체제에 의해 움직이고, 자체적으로 투자 기관을 보유하고 있다. 교육, 노동조합, 임팩트 투자, 보건의료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자회사들이 함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낸다.

셋째, 혁신적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모범 사례는 캐나다 밴쿠버시의 ‘사회적 구매 포털(SPP, Social Purchase Portal)’ 프로그램이다. SPP는 IT 훈련을 받은 구직자, 구직자를 채용하는 IT기업, 구직자가 채용된 기업 서비스를 구매하는 기업 등 세 조직을 연결해주고 이들 간의 협약이 체결되도록 도움을 준다.

넷째, 시민들의 의식 및 사회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시민 모금으로 건설된 네덜란드 로테르담 육교가 대표적 사례다. 로테르담의 한 지역은 8차선 도로와 철도가 교차하고 있어 교통 체증을 해소할 방안이 절실했다. 당시 정부 도시재생계획으로는 무려 30년이 흘러야만 변화가 가능했다. 이를 보다 못한 건축사무소 ZUS는 ‘내가 만드는 로테르담’이라는 크라우드 펀드를 출범하고 모금활동을 벌였다. 펀딩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육교에 설치되는 나무 하나하나마다 본인 이름이나 친구, 가족, 연인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나 광고 등을 기록하게 했다. 그 결과 석 달 만에 목표액 10만 유로(약 1억3400만원)가 모였고, 마침내 육교가 완공됐다. 모처럼 나온 의미 있는 저술이다. 정부와 대기업은 물론 사회적 기업들도 일독할 가치가 있다.

<사회적 혁신 생태계 3.0> 장용석·김회성·황정윤·유미현 지음, CS컨설팅&미디어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