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의 발달로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산업과의 경계가 애매해지는 분야 간 융합이 보편화 되면서 “깨어있는 생각”을 가진 사람을 원하는 기업들이 늘어났다. 기존의 획일화 된 사고를 탈피하고 다양한 방면에서 색다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하는 것이다. 인재 뿐 아니라 회사의 사업 방향을 정하거나 브랜드 가치를 추구하는 것에 있어서도 창의적인 무언가를 찾는 것이 이 시대 기업의 새로운 과제가 돼 버렸다.

최근 웨어러블이나 IoT(사물 인터넷) 등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업계는 어떤 고객 가치를 실현 할 것인지,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분명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전과 다르게 더욱 복잡해진 환경 때문이다. 성숙기에 접어든 산업 환경도 업계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제품과 서비스를 통한 고객 만족도는 이제 어느 정도 충족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이제 기본 욕구를 뛰어넘는 새로운 무엇인가를 기대한다.

다양한 분야 사이의 융합도 업계의 방향성을 흐리고 있다. 최근 10년 새 2배 가까이 성장한 헬스케어 산업만 봐도 바이오센서를 탑재한 모바일 기기 같은 것들이 일상으로 들어오면서 더 이상 병원에서만 진료를 받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 돼 버렸다. 이제는 하나의 문제를 두고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환경이 된 것이다. 이에 많은 기업들이 기존의 문제 해결 방식을 뛰어넘을 방법을 찾기 위한 답으로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에 집중하고 있다.

디자인 싱킹이란 문제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책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먼저 디자인 싱킹을 활용해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 다섯 곳을 통해 디자인 싱킹의 성공요소를 살펴본다.

IDEO : 인간 중심적 디자인

산업디자인 업계에서도 특히 인간 중심적 디자인으로 유명한 미국 디자인 전문업체  IDEO는 디자인 싱킹이라는 용어가 보편화되기 전인 1990년대부터 다양한 분야의 인력으로 구성된 팀을 꾸려 일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IDEO는 팀을 꾸리면 브레인스토밍- 현장에서의 사용자 관찰- 신속한 프로토타입 제작- 반복적 수정의 과정을 거쳐 제품 디자인을 했다. 그 결과 2000년대 들어서는 단순히 제품 디자인 외에도 디자이너들의 사고방식을 적용한 문제해결법을 듣고 싶어 하거나 컨설팅 받는 것을 원하는 고객들이 IDEO를 찾기 시작했다.

IDEO가 디자인 싱킹으로 사용자 경험에 기반 해 만든 초기 상품은 시중 은행의 예금 상품이었다. 2005년 뱅크 오브 아메리카와 IDEO가 프로젝트를 통해 ‘Keep the Change’라는 예금 상품을 출시했다. 사람들이 제품 값을 지불하고 남은 잔돈을 집으로 돌아와 저금통에 모아두는 것에 착안 해 직불카드를 이용하고 잔돈에 해당하는 1달러 미만의 금액은 예금 계좌로 자동 이체 해 적립하는 예금 상품이었다. 이 상품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SAP : 사용자 관점에서 문제 재정의

솔루션 전문 업체 SAP는 자사 구성원들에게 디자인 싱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오랜 기간 기술 영역에서는 주파수 대역을 확장하거나 컴퓨팅 파워를 늘리거나 메모리 용량을 확대하는 식으로 성능과 기능 향상에 중점을 뒀다. 하지만 SAP은 더 이상 기술 영역에서 무조건적인 더하기는 통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제 기술 영역에서의 대세는 ‘심플함’이다. 특히 사용자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솔루션을 생각하면 문제 해결 방법을 단순화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SAP의 설명이다.

예를들어 유통 매장의 재고 관리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경우, ‘재고 관리 문제’라는 문제 자체에 중심을 두는 것이 아닌 ‘매장 선반에 상품에 떨어져 고객의 쇼핑을 방해하는 문제’라고 인식을 달리하면 더 이상 선반에 재고를 두지 않는 방법과 같은 기존과 다른 문제 해결 방안을 도출 할 수 있다.

Intuit : 고객에게 기쁨을 주는 제품

개인 및 소규모 사업자 재무관리 소프트웨어 회사 Intuit도 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접근하는 데 디자인 싱킹을 적용한다. 처음에는 고객이 사용하기 쉬운 제품을 개발하는데 주력하던 Intuit는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사용 편의성’ 다음의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Intuit가 내린 결론은 ‘기쁨(delight)’이었다. 그래서 고객의 니즈에 초점을 맞추어 가능한 대안을 빠르면서 저렴하게 테스트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재무관리 소프트웨어에 감성이나 디자인으로 차별화가 가능할까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지만 디자이너들은 엔지니어와 같은 위치에서 어떻게 고객에게 기쁨을 줄 것인가를 고민했다.

예를 들어 디자이너들은 매년 세금 정산 작업을 할 때, 보통의 부부들이 한 명이 주도적으로 세금 정산 작업을 하고 다른 한 명은 ‘작년과 뭐가 달라’라고 질문을 주로 한다는 점을 발견하고 배우자가 자주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차트와 테이블로 보여줄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해 사용자들의 호응을 얻어낼 수 있었다. 다른 소프트웨어 경쟁업체들이 무료 소프트웨어로 사용자들을 끌어들이려 노력하는 상황에서 Intuit는 유료 제품만으로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할 수 있었다.

애플: 단순함이 궁극의 ‘세련’

애플의 제품과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도 디자인 싱킹을 엿볼 수 있다. 애플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것은 사용자들이 기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그 방법에 대해 철저히 이해하고자 했던 애플의 고민과 멋진 제품을 만들고자 했던 열정이었다. 애플은 사용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 기기와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지에 집중해 디자인을 먼저 만들고, 이 결과물에 대해 기술적으로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반복적인 수정 과정을 거치면서도 가장 우선적으로 두는 것은 사용자의 욕구다.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과 개발 과정에 녹여내기 위한 디자인 측면의 노력은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처음 떠오른 희미한 디자인 관념을 구체화 시키고 정의를 명확히 하는데 사용자 관찰을 통해 얻어낸 결과물들을 사용한다. 사람의 인식과 행동, 감성과 경험에 몰입해 사고하는 것이다.

구글 : 서비스의 본질부터 이해하라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시키는 구글의 구글 벤처스(Google Ventures)는 디자인 팀에 디자이너와 UX(User Experience) 전문가를 같이 둔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은 엔지니어들로만 구성된 경우가 많아서 기술 중심적 사고에 치우치는 것을 보완하고 디자인 측면의 사고를 공유하려는 것이다. 구글 벤처스의 목표는 디자인 교육이 아니라 디자인과 관련된 의사결정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다.

예를들어 e-커머스 서비스 영역의 스타트업이 앱 출시를 하려 할 경우 먼저 스타트업이 추구하는 서비스 본질을 이해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스케치와 스토리라인 등을 활용해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이 프로토타입을 사용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관찰하며 피드백을 받는 시험 과정을 거친다. 이 피드백으로 효용성이 ᄄᅠᆯ어지는 기능, 성공적인 기능, 개선이 필요한 기능을 나누고 최종 서비스 컨셉을 확정짓는다.

5개 회사들의 성공포인트는?

디자인 싱킹을 추구하는 이 다섯 개 회사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는 사용자를 중심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회사의 사례들을 보면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결국 ‘사용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이다. 사용자의 입장이 돼서 감정이입을 하고 그것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용자 중심적인 사고방식에는 제 3자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자가 스스로 사용자가 되어 깊이 있게 고민해야지만 고객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깔려있다.

두 번째는 빠른 프로토타입핑과 수정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이 회사들은 실험 과정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아이디어가 나오면 신속하게 시제품처럼 만든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고 이것을 실제 상황처럼 테스트해 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제품의 강점과 약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울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할 수 있다. 기획과 계획에 모든 시간을 쏟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빨리 실행에 옮기고 부족한 부분을 반복적으로 수정하는 것이 문제해결에 더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세 번째는 실패를 통한 학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디자인 싱킹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실패를 실패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디자인 싱킹을 유행시킨 스탠퍼드 대학의 d스쿨은 프로토타입의 제작 목적을 “빨리, 그리고 저렴하게 실패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가능한 최소한의 자원을 투입해 아이디어를 테스트해 보고 실패를 통해 개선점을 찾아내는 것이 더 의미있다는 것이다. 실패라는 것은 몰랐던 것을 배우는 과정으로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에 집중한다.

디자인 싱킹의 키워드는 ‘행동하라’는 것

디자인 싱킹이 창의적인 해법에 도달하는 것에 매우 효과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당장 모든 기업이 이 방법을 도입하기에는 물론 어려울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디자인 싱킹에 대한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과연 이 개념이 모든 프로세스에 적용될 수 있는가 하는 비판도 존재한다. 일시적인 경영 유행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디자인 싱킹을 단순히 유행하는 용어로만 보기에는 실행력 측면에서 기존 용어들과 다른 점이 분명 있다. 디자인 싱킹의 핵심은 ‘행동하라’는 것이다. 제품과 서비스 개발의 전 과정을 관념적으로 한 자리에 앉아 고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실행해보고 결과물을 눈앞으로 가져와 피부로 느껴야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이는 문제 해결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더욱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고 실행 가능한 전략을 효과적으로 도출할 수 있다. 특히 스타트업이 아닌 자원이 풍부한 기업은 자사에 맞는 툴을 직접 개발해 활용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