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1일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의 집계에 따르면 영화 <마션>은 지난 10일 하루 동안 전국 53만9728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누적 관객 수는 136만1397명. 입소문을 타고 흥행중인 <인턴>은 <마션>의 뒤를 이었다. <인턴>은 일일 관객 17만1293명을 모아 212만6173명의 누적 관객 수를 기록했다.

영화 <인턴>은 인생의 황혼기 70대 인턴 ‘벤 휘태커’(로버트 드 니르)와 온라인 쇼핑몰 CEO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이 같은 직장에서 상사와 인턴으로 만나 서로의 삶을 변화시키는 이야기다. 여자가 원하는 것을 가장 잘 표현하는 감독으로 유명한 ‘낸시 마이어스’가 특유의 연출력으로 빚어낸 영화로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성공한 워킹맘인 30대 CEO ‘줄스 오스틴’과 70대 인턴 ‘벤 휘태커’가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과정을 통해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는 다소 뻔한 이야기다. 다만 인턴이 20대가 아니라 70대인 것이 약간 신선한 발상일 뿐.

뻔한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워킹맘을 꿈꾸는 수많은 여성들과 은퇴 후 삶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시점에서 모든 연령대가 공감하는 영화로 다가왔다.

의학의 발달로 평균 수명이 증가했으나 은퇴 시기는 더욱 빨라졌다. 삶의 질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면서 ‘제2의 삶’을 대비하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벤 휘태커’ 같은 유능한 능력을 가진 중산층이 은퇴 이후에 갑자기 건강을 잃고 사망하거나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핫 키워드를 꼽으라면 단연 은퇴와 함께 ‘반퇴(半退)’다. 50~60대 수많은 직장인들이 퇴직 후 은퇴생활을 즐기지 못하고 먹고 살기 위해 다시 일터로 돌아가고 있다.

직접 당하기 전에는 누구나 퇴직은 내 일이 아니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우물쭈물하다가는 세월이 휙 지나간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어!”라는 버나드 쇼의 묘비명처럼 정말 그렇게 된다.

특히 베이비부머세대(1955~1963년생)를 이은 X세대(1968~1975년생)는 더욱더 치밀한 ‘반퇴’ 전략을 짜야 한다. 어쩌면 베이비부머보다 더욱 고도화된, 전쟁 같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X세대들이 더 어려운 노후를 보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은퇴자들이나 반퇴자들이 선호하는 창업 1순위는 치킨전문점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국 치킨 전문점 숫자가 3만6000개! 세계 120개국 맥도날드 점포 수와 우리나라 치킨 전문점 숫자가 거의 비슷하다고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많은 것은 3만7000개의 대리점을 가진 이동통신사 대리점이다.

누구나 쉽게 창업할 수 있는 업종은 그만큼 망하기도 쉽다. 은퇴 후 사회생활을 지속하는 이들이 크게 증가하면서, 나이의 제약이 없는 전문 기술로 평생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사람들로 전문 자격증 학원들이 호황이다.

평생을 규격화되고 조직화된 사회생활에만 익숙했던 ‘벤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는 말한다.

“퇴직 후에 오히려 더 바쁜 삶을 보냈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고, 내 삶에 뻥 뚫린 구멍을 채우려고 엄청나게 노력했다.” 그러나 벤은 퇴직 전의 삶을 그리워한다. 아침마다 출근하던 그때를 그리워하며, 또 다시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

은퇴한 70세의 벤을 인턴으로 채용한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이 영화 속 <인턴>의 소재가 아니라 현실이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빅데이터만큼 풍부한 직장생활의 노하우와 인생경험에서 쌓은 지혜를 서로 나누고, 조언을 구하는 세대통합의 직장은 그저 꿈일까?

반갑게도 최근 경기도 내에 ‘전 직원의 70% 이상을 만 60세 이상의 고령자로 채용하겠다’고 약속한 ‘고령자친화기업’이 ㈜블루오션디자인, ㈜모세시큐리티, ㈜장수채 등 19개사로 늘었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벤 휘태커는 영화 <인턴>에서 말한다. “뮤지션에게 은퇴란 없습니다. 음악이 사라지면 멈출 뿐이죠. 제 안엔 아직 음악이 남아있어요.”

계속 대접받고자 하는 욕심과 기득권을 전부 내려놓고, 조건 없이, 다시 인생을 처음부터 ‘인턴’으로 시작하는 사회! 시니어 인턴 같은 ‘고령자 고용 프로그램’이 현실이 되고, 세대통합의 성공사례가 영화화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영화가 현실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