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제목의 책이 크게 열풍이었던 적이 있다. 마치 다른 행성에서 온 것처럼 생각이나 행동이 다른 남자와 여자. 속옷에서도 성별에 따른 취향 차이는 확연하게 드러난다. 속옷을 선물하려 한다면, 이런 취향의 차이를 고려할 때 가장 센스 있는 아이템을 고를 수 있다.

사랑하는 여자 친구나 아내를 위해서라면 별이라도 따 줄 수 있는 것이 남자 친구와 남편의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속옷 선물은 이 별보다도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일단 속옷 매장에 가서 선물을 고르는 것이 첫 번째 어려운 관문이다. 그 관문을 지나 매장에 들어섰다고 해도 낯선 여성 속옷은 왜 그렇게 디자인이나 종류가 다양한지. 그 다양함에 정신을 놓고 있다가 제풀에 지쳐 그냥 빈손으로 매장을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선물로 속옷을 고를 때, 말 그대로 선물이니까 무조건 화려하고 장식이 많은 디자인의 속옷을 선택하는 남자들이 많다. 화려한 속옷은 여자들이 직접 구매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색다른 선물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착용하기 불편할 정도로 화려한 장식이 있는 디자인은 곤란하다. 특히 특별한 날을 위해 입을 용도로 브래지어를 구입할 때 범하기 쉬운 실수로, 장식이 너무 많은 디자인은 겉옷과 마찰을 일으켜 실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벤트성 속옷으로 전락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선물할 여자 속옷을 골라야 할까? 개인마다 취향의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연령대에 따라 선호하는 디자인에 차이가 있으니 이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보통 20대의 젊은 여성들은 레이스나 자수 등이 거의 없는 심플한 디자인의 속옷을 좋아한다. 그래서 브래지어도 장식이 없는 단순한 디자인의 몰드 브래지어를 선호한다. 30대부터는 디자인 뿐 아니라 기능이 갖춰진 브래지어를 찾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몸매를 예쁘게 보이게 하는 다양한 기능이 있는 브래지어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40대 여성들은 불어난 몸매가 고민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불어난 몸을 편안하게 감싸주면서도 보정 효과가 있는 보정 속옷을 눈여겨볼 만하다. 그리고 다른 연령대에 비해 화려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편이다.

반대로 여자들에게도 남자 속옷은 낯선 아이템이다. 하지만 남자 속옷이라고 해서 강한 느낌의 블루나 블랙 등의 색상만 있다거나, 체크 또는 스트라이프 등의 점잖은 패턴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최신 트렌드에 대한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남자 속옷이라도 여성스럽다고 생각되는 핑크와 같은 파스텔 톤의 색상은 물론이며 화려한 패턴도 다양하다. 혹은 망사와 같은 소재나 번아웃 등의 방법을 통해 비침이 있는 섹시한 디자인도 있다. 물론 많이 화려하다고 생각되는 디자인은 평소 남성이 입는 패션 스타일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좋다. 자신만의 개성이 강하고 새로운 패션을 시도하는 것을 즐긴다면, 다소 과감한 디자인의 속옷을 선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사이즈에 대한 편견도 있다. 여자 속옷 사이즈 중 가장 보편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75A인 것처럼, 남자들의 가장 보편적인 사이즈로 여겨지는 것은 100 사이즈다. 직접 사이즈를 재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겠지만 선물하는 입장에서는 그러기 어려우니, 평소 입는 옷의 사이즈로 속옷 사이즈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상의의 경우 S 사이즈를 입는다면 속옷은 95, M 사이즈는 100, L 사이즈는 105, XL 사이즈는 110을 선택하면 얼추 몸에 맞는 사이즈를 선택할 수 있다.

작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비비안에서 블로그 이웃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속옷을 선물 받은 여성 중 53%가 남자가 직접 속옷을 골라서 선물했다는 것 자체를 고맙고 기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물 받은 속옷이 선호하는 스타일이 아니더라도 74%는 선물이니까 이번 기회에 색다른 스타일에 도전하겠다는 답변도 있었다. 마음에 쏙 들고 실용성까지 갖춘 속옷 선물도 물론 좋지만, 그보다 더 좋은 건 선물에 담긴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