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중공업의 주력사업은 플랜트와 건설이다. 그렇다고 조선업과 전혀 관계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룹 주력사인 STX조선에 선박용 엔진을 공급하는 곳이 STX중공업이다. 기타 중공업그룹이 조선업을 주력사업으로 삼고 있는 점과 차이를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STX중공업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선 STX그룹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STX그룹은 대표적은 조선·해양기업이다. 조선·기계, 해운·무역, 플랜트·건설, 에너지 등 4개의 사업군이 유기적으로 얽혀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 계열사의 사업 영역은 나뉘어 있지만 큰 의미가 없다. 계열사는 계열사일 뿐이다. 몸통이 움직여야 꼬리가 움직일 수 있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신성장동력을 에너지 사업으로 잡았다. 주력사업은 여전히 조선업이다. 기타 계열사의 역량 확대를 이끌어 내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주력사업인 조선·해운업의 안정적 매출을 바탕으로 에너지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STX중공업은 강덕수 회장의 계획 중심에 있는 계열사다. 2009년 선박용 디젤발전기를 대체할 선박용 수소연료전지 개발에 나섰다. 건설 기술력을 바탕으로 화력발전소 건설에도 뛰어들었다. 국내·외 할 것 없이 모든 에너지 사업에 STX중공업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강덕수 회장과 이희범 STX중공업 회장은 함께 이라크를 방문해 가스 복합 화력발전소 및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 MOU를 체결 했다. 또 디젤발전 플랜트,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소를 수주했고 사우디아라비아 폴리실리콘 및 리니어 알킬 벤젠 생산 플랜트, 멕시코 LNG 터미널 건설을 위한 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여기에서 눈여겨볼 게 있다.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STX중공업과 STX에너지, 건설 회장을 겸직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과 에너지 개발, 자원 개발을 동시에 추진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풀이된다.

신종시장서 신성장동력 마련 사활

STX그룹은 글로벌 생산체계를 바탕으로 에너지 사업을 전개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에서 다양한 미래 신성장동력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룹 주력사인 조선·해운·기계 산업을 바탕으로 건설(플랜트)·에너지·자원개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80여 개의 해외지사를 운영 중인 만큼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2009년 한국-중국-유럽을 잇는 글로벌 3대 생산 네트워크 구축을 완성했다.

최근 아프리카 가나에서 20만호의 주택 건설 본 계약을 체결해 건설 분야 진출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주택건설을 시작으로 사업 전반에 필요한 건설분야의 진출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가나의 주택 건설 계약은 인프라 구축 사업 일환으로 공사 규모만 100억달러에 달하고,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기타 시설 건설에도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중동에선 지난 1월과 2월 총 62억달러에 달하는 일관 공정 제철단지와 복합화력발전소, 복합석유화학단지 및 기반시설 건설 등에 대한 MOU를 연달아 체결했다. 2009년 2월 사우디아라비아의 2억달러 규모 플랜트를 수주한 것이 주효했다. STX는 향후 이라크에서 진행하는 플랜트 건설 사업에 참여,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간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특히 STX중공업이 최근 멕시코 인디그룹과 멕시코 라싸로 까르데나스 항에 연간 처리 용량 380만t 규모의 LNG인수 터미널 공동개발협약을 체결, 중남미지역 플랜트 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하기도 했다. STX 관계자는 “전 세계 140여 개 글로벌 네트워크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시너지를 확보해 2020년 매출 100조원 이상을 달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STX그룹은 자원개발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15년까지 해당 업종에서 매출 6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경영 비전을 세웠다.

STX에너지가 한국석유공사의 미국 지사인 앤커 이엔피 홀딩스와 최근 공동으로 미국 앨라배마 주의 생산 유전 지분과 운영권을 5500만달러에 인수한 것이 첫 시작이다.

앨라배마 광구의 매장량은 석유로 환산 시 1200만배럴로 현재 2개 생산공에서 하루 약 500배럴의 원유를 생산 중이다. 현재까지 생산 추이 및 유가 전망으로 볼 때 향후 15년간 총 1500억원(연간 약 100억원) 규모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TX에너지는 향후 3년간 최대 27개공을 추가 시추해 개발할 예정이다.

자원개발 분야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녹색에너지 개발산업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STX솔라는 올해 4월부터 태양광 모듈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올해 50MW 규모를 우선 생산한다. 내년부터는 본격 증산에 돌입, 연간 150MW 규모로 생산량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2009년부터 생산 중인 솔라셀도 현재의 60MW 규모에서 2011년 180MW 규모로 약 3배가량 연간 생산량을 늘리고 해당 사업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비조선분야 매출 25% 확대 계획

지난 2009년 솔라셀 50MW를 생산하며 태양광 시장에 최초 진출한 STX솔라는 모듈 시장 진입을 계기로 2013년까지 모듈 200MW, 솔라셀 400MW 규모의 태양광 전문 업체로 성장한다는 중장기 목표를 수립했다.

풍력에너지는 STX그룹에서 가장 성장세가 가파른 사업이다. 2009년 네덜란드 풍력발전기 제조업체인 하라코산유럽(現STX윈드파워)의 지분 및 풍력발전 관련 특허 인수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STX윈드파워 인수로 STX그룹은 육상용 및 해상용 풍력발전기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이로써 STX는 부품, 장비, 설치, 운영 등 풍력사업 전 분야에 사업 참여가 가능한 수준의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STX그룹 관계자는 “해외 자원개발 및 운송, 선박 건조는 물론 태양광 및 풍력 에너지까지 그룹 내 전 사업부문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데 모든 경영전략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STX그룹은 향후 10년 새로운 도약을 위해 플랜트, 해외건설 사업과 함께 자원에너지 개발사업을 미래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적극 육성해 2012년 비조선·해운 부문의 매출 비중을 그룹 전체 매출의 2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강덕수 회장의 인재경영 ‘매직’

창립 10년 만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STX그룹. 강덕수 회장의 성공엔 인재경영이 자리잡고 있다. 해외 사업 확장을 위해 글로벌 인재 선발도 꼼꼼히 챙긴다. 직접 면접이 불가능할 경우 화상 면접을 실시한다는 게 STX그룹 관계자의 말이다.

직원이 곧 기업 경쟁력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특히 강 회장은 글로벌 기업에 맞는 인재 양성을 위해 사재를 털어 직원의 해외연수를 시키는 등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STX그룹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인수합병을 바탕으로 한 규모의 성장과 인재 양성을 통한 질적 성장의 시너지효과가 만들어 낸 결과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