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SMOS-연두와 금색의 사과 100×70㎝ pencil & acrylic on paper, 2015

 

가을비가 내리다 오후에야 약간의 햇살을 선사했다. 독일 쾰른(Köln)에서 활동하고 있는 재독(在獨) 한영준(韓榮俊)작가를 만나 경복궁을 산책하며 대화를 나눴다.

화면의 연필로 작업한 검은 바탕에 대해 궁금했다. 작가는 “연필이라는 도구를 강조하려는 것이 아니라 목탄과 같이 검고 다이아몬드처럼 눈부신 광채를 발휘하는 탄소(C)라는 재료에 주목했다. 우주근원의 내 작품메시지와 작업테크닉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재료로서 연필을 선택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회화세계이야기는 ”바로 검은 탄소라는 이를테면 근원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지점에부터 시작 한다”라고 했다. “시공(時空)을 포함하는 그곳 혹은 거기에 유기체라는 생명의 꿈틀거림이 있고 마치 개개인의 자아가 숭고한 영혼의 존재이듯 하나의 사과에서 잉태되는 그러한 다양한 움직임들이 곧 순환이며 섭리며 우주의 질서로 본다”는 것이다.

 

▲ COSMOS-빨강과 금색의 사과, 100×70㎝ pencil & acrylic on paper, 2015

 

“어릴 적부터 유난히 황금색을 좋아했었다”는 작가는 “독일에서 21년을 살아오면서 생활습관이나 언어 등은 변화했다고 하지만 어느 날 혼자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붉은 저녁노을이 지는 가운데 언뜻언뜻 보이는 황금색이 내 가슴에 꽂혔다”라고 그때의 감동을 전했다.

“이후 내 유년의 감성에 자리한 가장 한국적 색채라고도 할 수 있는 그 황금색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는 그는 “열차바퀴처럼, 서울에서 쾰른으로 가는 항로처럼 사과는 둥글고 나는 그러한 여러 삶의 행선지 중에 존재하고 있다”라며 밝게 웃었다.

 

▲ 한영준 작가는 “새삼 경복궁을 바라보며 부드러우면서도 자연의 빛을 포용하는 여백과 아름다운 한국적인 선(線)에 매료 된다”라고 했다.

 

◇한영준(HAN YOUNG JOON, Painter)

작가는 1994년 독일로 유학을 떠나 뉘렌베르크(Nurenberg)에 있는 빌덴덴 퀸스테 아카데미 (Akademie der bildenden Künste)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현재 쾰른에서 숲이 우거진 동네의 아틀리에에서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