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

“신격호 총괄회장이 친필 서명 위임장을 주며 법적조치 등을 포함한 일체의 행위를 위임했습니다. 소송을 포함한 여러 조치를 시작합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이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상대로 본격적인 소송전에 나섰다. 롯데가의 경영권을 두고 ‘형제의 난 2라운드’가 시작된 양상이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8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과 일본에서 롯데홀딩스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으로부터 법적 권한을 위임받았다”며 부친 신 총괄회장의 친필 서명 위임장을 공개했다. 그는 이어 “신격호 총괄회장은 일본 법원에 신격호 총괄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권 및 회장직 해임에 대한 무효소송을 이미 제기했다”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은 “동생 신동빈은 지나친 욕심으로 아버지인 총괄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권과 회장직을 불법으로 탈취했다”며 “이는 그룹의 창업주이자 70년간 그룹의 성장을 이끌어 온 최고경영자를 일방적으로 내쫓은 인륜에도 크게 어긋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신동빈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해 “최근 중국 진출 과정에서 상당 규모 적자로 한국 계열사에 영향을 줬다”며 “경영 능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신 전 부회장은 이날 회견에서 한국 활동의 기반으로 삼기 위해 최근 설립한 한국 법인 ‘SDJ(신동주) 코퍼레이션’과 법률 자문단을 공개했다. 신 전 부회장은 이날 SDJ 코퍼레이션 회장이라는 직함을 사용했다.

이날 자리에 함께 한 SDJ 코퍼레이션스의 민유성 고문은 “신 전 부회장이 광윤사의 지분을 50% 가지고 있다”면서 “광윤사 지분을 38.8% 가진 신동빈 회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을 한·일 계열사 모든 등기이사직에서 일방적으로 해임한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롯데 경영의 후계자로 임명한 것과 같은 의미”라고 설명했다.

민 고문에 따르면 한국 롯데의 지주사격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을 경제적 가치로 따졌을 때 광윤사 지분은 현재 신동주 50%,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38.8%, 시게미츠 하츠코 10.0%, 신격호 0.8%, 롯데재단 0.4% 등이다.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와 관련 아직까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이날 신동주 전 부회장의 기자회견 도중인 오전 11시 38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지난달 하순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일본으로 떠난 뒤 20여일만의 귀국으로, 원래 일정에 따라 움직였다는 게 롯데측의 설명이다.

공항에 도착한 신 회장은 비서진으로부터 신 전 부회장의 기자회견 사실과 간단한 내용만 보고를 받은 후, 별다른 언급 없이 공항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서울 소공동 롯데빌딩 집무실로 돌아와 자세한 기자회견 내용 등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후 이와 관련된 공식적인 발언은 하지 않고 있다. 롯데그룹 측은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며 경영권에는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측은 신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소송제기에도 현재 상황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롯데 집안의 형제 분쟁은 장기전으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날 기자회견에서 신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롯데는 글로벌 기업’이라고 말했고, 신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는 한국기업’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며 “국민의 정서와 지지 방향이 어느쪽으로 쏠릴 것인가에 대한 것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