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맛조이코리아

현대인은 건물에서 건물로 여행을 떠난다. 빼곡히 들어선 상점 속 마케팅 스토리는 지역 역사를 대체하고 맛집 탐방은 자연 경관을 대신하는 것이 일상이다. 어느새 하늘이 높아지고, 볕이 따사로워졌다. 일상을 벗어나 나들이를 떠나기 좋은 가을이 온 것.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부터 봄·가을 관광주간을 실시하며 다채로운 이벤트와 파격적인 할인 혜택으로 건물 속 현대인을 관광지로 초대한다. 여행의 본질은 보통의 것과 다른 것을 경험하며 익숙한 것에서부터 탈피하는 데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서 진행하는 ‘창조관광기업 지원 사업’이라면 여행의 본질을 채울 수 있다.

 

창조관광? 기존 관광 컨텐츠에 '융복합·재해석' 덧 붙인 것

▲ 출처=누리나비

 각박한 도시생활 대신 소박한 농촌 생활이 그립다면 ‘맛조이코리아’의 관광상품을 이용해 시골 민박에서 현지인이 직접 차려주는 아침 시골밥상을 먹으며 한국형 B&B를 체험해보자. 와이어를 타고 바람을 즐기며 날아보는 경험은 어떨까. 

‘누리나비’는 육지나 바다를 벗어나 하늘에서 즐기는 레저를 만들었다. 도르래를 걸고 왕복 300m를 날아다니며 일명 ‘바람타기’를 할 수 있다.

판에 박힌 기업 워크숍에 새로움을 주고 싶다면 전 세계 유일무이한 비무장지대(DMZ)에서 청정 자연과 함께 요리를 즐겨보자. ‘디엠지플러스’는 4시간가량 서로 요리를 만들고 이야기하며 족욕까지 즐길 수 있는 힐링관광을 제안해 이용하는 구성원 간의 마음을 치유하고 힐링의 비무장지대로 만들어준다.

자연 좋은 문경에서 한반도가 원산지인 오미자 토종 와인을 시음하는 가족 여행도 좋다. ‘오미나라’는 아이들은 와인여행에 적합하지 않다는 편견을 없애기 위해 셀프 와인 제작 프로그램을 운영, 각종 국제회의에 초청주로 나왔던 오미자 와인과 더불어 오미자 주스를 시음할 수 있는 관광을 선보였다.

외국인 친구가 있다면 한국 요리를 만드는 쿠킹 클래스도 즐겁다. ‘오미 요리연구소’는 김치와 불고기 같은 인기 요리를 직접 만드는 것은 물론, 전통 재래시장 투어를 함께 하며 재료 스토리까지 들려준다. 이러한 색다른 관광은 ‘창조 관광’ 안에서 모두 가능하다.

이렇듯 관광에 창조(아이디어)를 도입하니 천편일률적이고, 추상적으로만 느껴질 수 있는 창조관광사업이 한결 가까워진다. 해당 사업운영자들은 창조관광을 ‘재해석’과 ‘융복합’으로 정의한다.

▲ 출처=오미요리연구소

“창조는 융복합이다. 기존에 있던 것들을 섞어 내는 것이다. 와인 시음에 체험 관광을 섞는 것도 일종의 창조다.”(오미나라 이종기 대표)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것을 상품화해 수면위로 끌어올리는 것이 창조가 아닐까 싶다. 사람들이 놓치고 있던 무언가를 찾아내 중간 역할을 해주며 여행의 질을 한 단계 올려주는 것이다.”(맛조이코리아 강병호 대표)

“사람들은 이색을 원한다. 그들이 원하지만 알지 못했던 것을 실체로 만들어주는 것이 창조라 생각한다.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시행착오를 묵묵히 견디다 보면 소비자들의 수요가 창조성으로 반영되는 것 같다.”(디엠지플러스 이동훈 대표)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2011년부터 ‘창조관광 사업 공모전’을 개최해 예비창업자 및 초기 창업자를 지원하고 있다. 대개 기존 관광사업과 연계하여 새로운 가치와 시너지를 창출하는 관광형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있으며 지난해까지 총 180여건의 사업이 발굴됐다. 이 중 80%는 실제 사업화돼 성과도 좋은 편이다.

이번 관광주간에는 10곳 이상의 창조관광 기업들이 ‘이색 관광’ 섹션에 소개된다. 이번에는 △감성쉼표 THE나겸 △나디장신구갤러리 △오미나라 △누리나비 △이비엘컴퍼니 △서울트래블패스 △에스에이치네스크 △드림스카이 △아트숨비 △디엠지플러스 △오미 △여행아이큐 △맛조이코리아 △춘천 물레길 등 14곳이 가을 관광주간홈페이지(fall.visitkorea.or.kr)에서 소개됐다.

 

관광주간, 공급자는 ‘홍보’ 수요자는 ‘정보’ 얻는다

▲ 출처=디엠지플러스

창조관광사업자로 선정된 업체들은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누리나비 이광훈 대표는 “벤처기업들은 초창기 지원금이 도움이 많이 된다. 관광공사에서 3000만원 정도의 지원금을 받고 창업 및 경영 지원 컨설팅과 맞춤형 교육으로 자리 잡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디엠지플러스 이동훈 대표는 “관광공사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시작하면서 부족할 수밖에 없는 네트워크나 인프라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홍보뿐 아니라 이번 ‘창조관광육성펀드’와 같이 투자자들을 유치하는 건은 직접 공문을 보내주거나 컨설팅도 해준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서 가장 만족한 지원은 역시 ‘홍보’에 있었다. 맛조이 코리아 강병호 대표는 “사업상 거래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광고업자로 오해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창조관광사업자가 되고 정부에서 인증했다는 공신력을 갖게 되니 거래처들의 신뢰도가 높아졌다”라고 설명했다. 오미나라 이종기 대표는 “전문가들이 체계적으로 컨설팅을 해주니 기존에 갖고 있던 아이템을 수요자 입장에서 구체화 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디엠지플러스 이동훈 대표는 “우리 업체는 기업 고객과 일반 고객 비율이 7:3 정도인데 관광주간을 통해 홍보와 수익 창출도 가능했다. 지난번에는 삼성, 아모레퍼시픽, 대우건설과 같은 굵직한 기업들도 관광주간을 통해 연계됐다”고 밝혔다.

오미의 김민선 대표는 “고객 중 외국인이 80% 정도를 차지하는데 관광공사 홍보를 톡톡히 보고 있다. 관광공사 홈페이지에 소개되다 보니 정부가 신뢰한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있어 더 잘해야겠다는 의무감도 든다”라고 말했다.

관광공사 관광벤처 강규상 팀장은 “내·외국 관광객은 새롭고 독특한 체험을 늘 추구한다. 그러나 기존의 전통적 관광사업자들은 이미 커미션이나 모집객 수 같은 수치에 민감해 새로운 시도를 하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신생업체들은 리스크를 보완해주면 언제든지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계속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창조관광사업은) 그동안 특정업체에게 보조금을 주고 특정 행사를 하게 하는 식의 한시적 관광과는 다르다. 자생적 기업이 만들어져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일자리 창출까지 가능하다. 쇼핑과 숙식 등의 천편일률적인 관광이 아닌 재방문을 하고 싶은 국내 관광을 만드는 데 창조관광 기업들이 일조할 것”이라고 강 팀장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