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마루 스테이션. 출처: LG생활건강

화장품 업계에서 브랜드숍(단일 브랜드 매장)과 활발한 해외 진출로 양강체제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편집숍으로 한판 승부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편집숍은 여러 브랜드 제품을 한 데 모아놓은 매장으로 현재까지는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아리따움’이 대표적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 5일 편집숍 ‘투마루 스테이션(TOMARU station)’ 이대점을 오픈하면서 ‘아리따움’과의 편집숍 한판 승부를 예고했다. 특히 국내에서 화장품 브랜드숍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LG생활건강은 꾸준하게 소비자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는 편집숍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 모습이다.

사실 LG생활건강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편집숍을 운영 중이다. 2004년 ‘뷰티플렉스’를 론칭한 이후 2010년 ‘보떼(BEAUTE)’로 이름을 바꾸고 현재 약 1000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곳은 이자녹스, 수려한, 라끄베르 등 중·장년층 여성들에게 잘 알려진 브랜드 등을 대표적으로 내세워 운영되고 있다.

보떼는 매장 운영 수나 인지도 면에서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 있다. 아리따움의 경우 현재 매장 수가 1346개로 시장점유율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아모레퍼시픽이 선보이고 있는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공간으로 젊은층 흡수율이 높다. 초기에는 아모레퍼시픽 제품만 판매했지만 최근에는 ‘랑방’, ‘버버리’, ‘키스미’ 등 다양한 해외 브랜드의 향수를 들여오면서 고객 접근성을 높이고 연령대의 폭을 넓히기 위한 시도도 보인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LG생활건강은 ‘보떼’ 이후 11년 만에 새롭게 편집숍 ‘투마루 스테이션’을 선보이면서 본격적으로 2030 젊은 세대를 공략한다는 복안이다. 기존 편집숍 ‘보떼’가 LG생활건강의 전 브랜드를 아우르면서 중·장년층 소비자를 공략한다면, 새롭게 선보인 ‘투마루 스테이션’은 젊은층 공략과 신규 브랜드인 ‘투마루’를 내세워 소비자가 접근할 수 있는 폭을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투마루 스테이션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브랜드는 신규 론칭한 ‘투마루’로 젊은층을 공략할 것”이라며  “기존 보떼는 LG생활건강의 브랜드를 전반적으로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투마루 스테이션’은 대학생들이 주 고객층인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세웠다. 2호점은 건국대 앞에 설립될 예정이며 이어 홍대, 강남역 등 젊은층의 이동이 많은 상권을 중심으로 매장을 늘려간다는 전략이다. LG생활건강 측은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연내 10개까지 오픈하겠다는 계획이다.

‘투마루’ 브랜드의 가격은 최고가 4만 원대로 책정해 이자녹스, 수려한, 라끄베르 등 보떼에서 판매되고 있는 브랜드 보다 가격대를 낮췄다. 아울러 지난해 10월 인수한 CNP차앤박화장품을 비롯해 코스메슈티컬 브랜드인 ‘더마리프트’, 헤어케어 브랜드 ‘실크테라피’, 클렌징 전문 브랜드 ‘마케리마케’, 팩 전문 브랜드 ‘디어패커’ 등을 대표적인 브랜드로 내세워 다양성을 강조했다.

▲ 출처: 이코노믹리뷰 DB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은 물론 ‘미샤’, ‘네이처리퍼블릭’, ‘잇츠스킨’ 등 국내에서는 브랜드숍이 이미 포화 상태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브랜드와 가격을 내세워 한 자리에서 구입할 수 있는 편집숍에 젊은층이 모이면서 화장품 기업도 공 들이기에 나선 것이다.

아울러 전체 품목의 60% 이상을 화장품 품목을 보유하고 있는 드러그스토어 ‘CJ올리브영’, 작년에 첫 론칭을 한 국내 화장품 유통사 벨포트에서 운영하는 멀티숍 ‘벨포트’ 등도 빠르게 시세를 확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벨포트’는 스위스, 헝가리, 프랑스 등 해외 브랜드 60여개, 국내 브랜드 15개를 판매하는 곳으로 저가부터 고가까지 폭 넓은 가격대의 화장품을 취급해 다양한 연령층을 흡수하고 있다.

한 화장품 업계 전문가는 “‘연중 세일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브래드숍들이 이제는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더 이상의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업계에 만연하다”면서 “대신에 가격대가 다양하고 화장품뿐 아니라 헤어, 바디까지 여러 브랜드를 한 곳에서 쇼핑할 수 있는 편집숍이 소비자의 취향과 맞아떨어지면서 업계 역시 편집숍 공들이기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리따움의 경우 1층에서는 화장품 판매를, 2층 매장에서는 고객 피부진단, 눈썹·네일 스타일링을 해주는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면서 “이처럼 차별화된 마케팅과 고객 취향을 겨냥한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화장품 업계가 새로운 돌파구 찾기에 나선 모습”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