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 시장이 호황세를 보이는 가운데, 분양 시장을 중심으로 과열 조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7월 4일 경기활성화를 위한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이 발표되고, 그 이후 9.1대책 등 부동산 관련 규제완화 정책이 가시화되면서 정책효과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세가격의 고공행진과 초저금리 상황이 맞물리면서 신규 주택 구매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도 분양 시장 열기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장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수도권 주택 시장이 2014년 하반기 이후 주택가격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현재까지 안정적인 가격상승 추이를 보이고 있다.

반면 가계부채의 지속적인 증가,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중국발 경제불안 등 대내외 불안요인도 상존하고 있다. 이러한 불안요인이 현실화될 경우 금융시장 경색 등 경제 쇼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만큼 현재의 부동산 시장은 여러 가지 대내외 불안요인을 내재하고 있다는 점도 사실이다.

한편 최근의 주택 시장 상황을 두고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 가계부채 증가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가계부채 총액이 매년 증가해서 110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지난 LTV, DTI 금융규제를 완화 이후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최근 주택 시장 상황은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무리하게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으로 인해 형성된 것이며, 결국 가계부채에 의해 떠받쳐진 주택 시장은 언젠가 붕괴될 것이라는 견해이다.

과연 최근 사람들의 주택구입 패턴이 무리하게 빚내서 집 사는 구조인가?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은행의 대출을 끼지 않고 내 집을 마련한다는 것은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고는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어느 나라도 마찬가지다. 최근 대출규제 완화와 저금리 정책기조가 과연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인가? 좀 더 냉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 총부채상환비율(DTI) 60%의 상한을 두고 제도적으로 대출규제를 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어려운 엄격한 대출규제이다. 최근의 규제완화와 저금리 기조 하에서 주택담보대출을 통한 주택구입 행위가 무리하게 빚내서 집 사는 비정상적인 상황인지, 일본의 일반적인 주택담보대출 관행과 비교해 판단해 보자. 일본의 경우 LTV, DTI 비율의 상한을 두는 대출규제는 없다.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심사기준에 의해 대출한도와 금리를 결정하고 있다. 관례적으로 LTV가 90%를 넘어서면, DTI가 35%를 넘어서면 가산금리를 적용하고 대출심사 기준이 엄격하게 된다. 금융기관이 중시하는 것은 LTV 비율보다는 DTI 비율이다. 일본에서는 DTI 비율을 변제율이라 부르고 있는데, 연소득 대비 변제율이 35%를 넘어서면 대출이 상당히 제한된다.

일본의 대표적인 서민 주택담보대출 상품으로 ‘플랫35’가 있다. 플랫35는 공적기관인 주택금융지원기구가 민간금융기관과 제휴하여 주택자금을 융자하는 상품으로, 고정금리에 대출기간이 최장 35년인 주택담보대출이다. 우리나라의 주택금융공사가 취급하는 보금자리론과 거의 유사한 상품 구조이다. ‘플랫35’를 이용하여 수도권 근교의 평균적 주택가격인 3000만엔(3억원) 주택을 연봉 600만엔(6000만원)인 대기업 과장급 근로자가 일반적으로 내 집을 어떻게 마련하는지 보자.

일본의 수도권 근교에 주택가격 3000만엔인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은행에서 LTV 90%에 상당하는 2700만엔의 담보대출을 받는다. 대출 조건은 고정금리(1.5%) 35년 원금균등분할상환 조건이다. 매월 원금 6만5000엔과 이자 3만3000엔을 합한 약 10만엔 정도의 원리금상환이 이루어진다. 연소득 600만엔, 월 50만엔 수입에서 약 20%의 원리금상환으로 35년 후에 내 집이 된다. 동경 근교의 아파트 월세가 약 10만엔 수준인데, 담보대출을 통해 은행에 임대료를 지불하고 살다가 35년 후에 내 집이 되는 구조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적인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여 주택을 구입하는 구조는 어떤지 비교해 보자. 수도권 30평형 아파트 가격 3억원 주택을 사기 위해 담보대출비율 70%인 2억1000만원의 담보대출을 받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적인 담보대출은 거치식 일시상환구조로 매월 이자만 내다가 나중에 원금을 일시에 갚는 것이 보통이다. 담보대출금리 3%를 적용하면 매월 이자 52만원을 지불하게 된다. 일본과 같이 만약 대출원금을 35년 균등분할해서 상환하는 경우는 매월 원금 50만원과 이자를 합해 약 100만원을 상환하게 된다.

연소득 6000만원인 사람이 월 100만원의 원리금 상환으로 35년 후에 내 집이 된다. 보증금 1억원에 월임대료 100만원을 내는 보증부월세를 은행에 35년 동안 내고 내 집을 마련하는 구조이다. 재미있게도 일본과 한국의 사례에서 가정한 주택가격과 연소득 수준, 주택담보대출 상환금액은 상당히 유사하다. 각각 현실을 고려해서 적용한 가정인데 큰 위화감이 없다.

과연 최근의 대출규제 완화와 저금리구조 하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한 내 집 마련이 과도하게 빚내서 집 사는 구조인가? 일본의 일반적인 서민의 주택구입 관행과 비교하면 전혀 공감할 수 없다. 담보대출의 한도를 고려하면 우리가 더욱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그만큼 엄격한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담보대출 이후에도 보통 이자만 상환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대인의 상환부담은 훨씬 적다. 다만 우리의 주택담보대출 관행이 거치식 일시상환 구조이기 때문에 원금상환에 대한 리스크는 계속 남아있게 된다는 것이 문제이다. 담보대출이 늘어날수록 가계부채 총액도 계속 증가하게 되는 원인이다. 가계부채 증가는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큰 잠재적인 리스크 요인임은 분명하다.

최근 정부도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을 만들어 정책적으로 주택담보대출 관행을 상환능력 중심의 심사와 원금분할상환 방식으로 전환하고자 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는 우리의 대출상환 관행에 의한 구조적 문제일 뿐이지, 무리하게 빚내서 집 사는 비정상적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견해는 지나친 비약이다. 그리고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인이 신용대출이 아닌 주택담보대출에 의한 것이라면 충분히 관리 가능한 것이다. 앞으로 주택담보대출 관행이 분할상환 방식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가계부채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