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만난 미국계 스타트업에 근무하는 희승씨는 미팅을 마치고 몇 가지 당부를 했다. “아마 제가 한 일주일 연락이 안될 거에요. 인터넷이 안되는 곳에 가 있을 거라서요.” 그는 수일간의 짐을 챙겨 네바다주 사막 한 가운데로 갈 계획이라고 했다.

  ▲ 출처=캠블리 이희승 총괄

온디맨드 영어회화 앱 개발업체 ‘캠블리’의 이희승 아시아 총괄이 ‘버닝맨(Burning Man)’에 참가한 것은 비난 해에 이어 올해로 2번째다. 그는 네바다 주 블랙록 사막에서 열리는 버닝맨 축제는 스타트업 종사자들에게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를 뛰어넘는 가장 핫한 페스티벌이라고 설명한다.

버닝맨은 1986년 샌프란시스코 해변에서친구들이 나무로 만든 사람 형상의 조형물(The Man)을 태운 것으로부터 시작해 1990년에 네바다 주 사막으로 옮겨진 이후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히피들이 가는 특이한 축제’라는 이미지를 가졌던 축제다. 이 총괄은 그랬던 버닝맨 축제가 이제는 세계 각국에서 6만5천명이 넘게 모이는 거대한 축제가 됐고 현재는 스타트업 테키(Techie)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행사가 됐다고 전했다.

▲ 출처=캠블리 이희승 총괄

그는 올해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사막이 보여주는 자연의 극한 모습에 감탄했다고 한다. “올해는 바람이 굉장히 심해 5미터 앞도 보기 힘들 정도로 화이트아웃이 심한 날이 대부분이어서 고생했네요. 이처럼 항상 예상치 못한 사태를 위한 생존 기술들을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버닝맨은 자급자족의 룰을 가졌다. 그는 “다양한 종류의 매듭, 납땜부터 미싱까지, 작년에는 오토바이크가 사막 한 가운데서 시동이 꺼진 바람에 철사를 연결해서 시동을 켜는 방법(hot-wire)도 배웠구요. 올해는 BRC로 올라가는 길에 모래에 빠져서 꼼짝 못하는 컨테이너 트럭이 2차선 도로를 막고 있었는데, 밧줄로 다른 트럭의 히치에 묶어서 빼내는 걸 돕기도 했구요”라며 기억을 상기해냈다.

이메일과 스마트폰으로부터 해방된 일주일 간은 꿈만 같았다. 멀리 보이는 빛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캄캄한 사막을 가로질러 가기도 하고 천문대에 들려 별을 보고, 임시 극장에 들어가 오래된 영화를 보고 음악을 나오는 로봇하트에서 친구들을 만나 동이 틀때까지 춤을 추기도 했다. 

그녀는 일주일 간의 캠프에서 버닝맨 매니아로 알려진 래리 페이지나 엘런 머스크를 만났을까? “제가 소속되어있던 캠프가 미국 창업지원 기관 Y 컴비네이터(Y Combinator) 파트너들이 주가 되어 만든 캠프라 은근히 유명인사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헐렁한 티셔츠 입고 짐을 나르는 저 친구... 그러면 다 무슨 회사의 창업자더라구요. 트위치(Twitch), 드랍박스(Dropbox), 레딧(Reddit), 파르스(Parse) 등 큰 스타트업을 만든 친구들이 너무 소박해보여서 좀 의외였어요.”

엘론 머스크 (Elon Musk)가 버닝맨을 다녀온 후 솔라시티 (SolarCity)를 구상했고, 카우치서핑(Couchsurfing.com)의 개발자 역시 이 페스티벌에서 영감을 받았다. 우버, 구글 등의 기업의 CEO들도 버닝맨의 참가자다. 최근 버닝맨 현장에는 성공한 사람들의 럭셔리 캠프로 행사의 본질이 흐려진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는 다른 캠프는 그런 럭셔리 캠프도 있다면서 사실 엘론 머스크처럼 정말 유명한 사람들은 신분이 밝혀지지 않게 마스크를 항상 쓰고 다닌 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어떤 설치물 구경을 갔는데 엘론 머스크를 봤던 것 같아요. 100% 확실한건 아니구요(웃음).”

▲ 출처=캠블리 이희승 총괄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한 그에게 버닝맨 축제는 생존을 배우는 곳이다.“가끔 재난영화나 SF영화를 보면서 '내가 저 상황이라면...'이라는 생각을 하잖아요. 실제로 그 상황을 경험하고 오는 곳이 버닝맨이 아닌가 싶습니다. 의지와 돈만 있으면 정말 우주선도 만들수도 있구요. 영화 <매드맥스>처럼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생존하는 것을 배우는 곳이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