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얼마 전 검찰에서 저희 회사 CEO를 회사 이슈와 관련해 조사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CEO도 대응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하는데요. 홍보실 차원에서는 이에 대응해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 건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여러 기업 홍보실에서 가장 큰 위기 유형 중 하나로 기업 오너 및 CEO의 사법 조사 케이스를 꼽습니다. 그만큼 회사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대내외 여론에서 부정적 주목을 받는 일이 흔하지는 않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꼽는다면, CEO를 중심으로 내부에 대응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때 절대 경계해야 할 부분이 부서 간 사일로(Silo) 현상이고요. 가장 중요하게 통합되어야 하는 부서는 법무와 대관 그리고 홍보 부문입니다. 이 중 법무에서 먼저 리더십을 가지고 사법 기관의 조사에 대응하는 전략과 더 나아가 향후 소송전략까지 어느 정도 알기 쉽게 로드맵을 만들어 공유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조율의 역할은 물론 CEO가 가져야 합니다. 법무나 대관이 현재 진행 중인 활동과 전략들에 대해 상세하게 홍보 부문과 공유하게 하고, 홍보 부문 또한 어떤 일을 왜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법무와 대관 부문에 공유하도록 지시하는 것이 CEO의 역할입니다. 그래야 법무나 대관도 각 이해관계자들 대응에 있어 홍보 부문을 통한 도움을 적시에 받을 수 있게 됩니다. CEO가 어떤 혐의로 조사받고 있는지, 그에 대한 우리 측 대응 주장과 논리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조사기관에서 CEO 출두 요청을 언제 했고, CEO가 언제 어디로 출두할지 등을 정확히 홍보 부문이 알고 있어야 지원이 가능합니다.

홍보 부문은 이를 토대로 출입이나 경찰 법조 기자들에게는 어떻게 사전 설명을 하고 대응 메시지를 구성해야 하는지, 전사적 원보이스는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CEO 출두 시 현장에서 지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미리 준비할 수 있습니다. 이후 CEO 조사 후에도 향후 단계별 대응 전략은 어떻게 되는지, 시나리오들은 어떤 변수로 이루어져 있는지 등에 대해서 공유받아야 합니다. 그 뒤 소송 대응 단계별 전략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보면 꽤 많은 CEO들이 그런 협업이나 통합적 내부 전문가 운용보다는 사일로에 근거한 정보관리에 더 신경을 쓰곤 합니다. 일부는 홍보 부문에서 너무 디테일 한 대응 내용들을 알면 외부로 알려질 가능성이 많다는 식으로 홍보 부문을 폄하하기도 합니다. 법무나 대관에서는 자신의 활동을 홍보 부문에서 검증받는 것처럼 생각해 공유를 꺼립니다. 조사기관의 움직임에 대해 홍보 부문이 관련 기자들을 통해 첩보 수집하는 것에 신경을 곤두세우곤 합니다. 자신들의 업무영역을 침해한다고 생각할 때도 있고, 홍보 부문이 자꾸 자신들을 견제한다고 생각하는 법무 대관 담당자도 있습니다. 당연히 공유나 협업은 더더욱 어려워집니다.

조사 대응 과정에서 법무와 대관 부문에서 제공한 정확한 로드맵이 없으면, 홍보 부문은 항상 무리수를 두게 됩니다. 커넥션이 닿는 여러 기자들에게 추가 정보를 취하다 보니 기자들은 오히려 더욱 주목하게 됩니다. 로드맵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몇몇 기자들에게 무리하게 배경설명을 하다 보면 정확하지 않거나, 오히려 대응 로드맵에 반하는 메시지들이 전달됩니다. 미리 CEO 출두 일시를 공유하면 좋은데, 출두 시간도 급박하게 알려와 홍보 부문이 사전에 손을 쓸 수 없게 되기도 합니다. 출두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는 장면들이 있는데 그 원인들 중 하나가 그렇습니다. 내부 사전 공유가 없어서 상당히 불필요한 장면들이 연출되는 거죠.

이렇게 사법기관 조사를 받는 기업에게는 대응이 잘 안 될 수밖에 없는 여러 변수들이 있습니다. CEO의 폐쇄주의. CEO 및 핵심 임원이 활용하는 비선라인의 부정확한 첩보보고. 각종 브로커들의 비전략적 훈수. 능력 없는 변호사나 로펌의 무리수 또는 무관심. 통합적 대응 의사결정의 미비. 그리고 마지막이 법무, 대관, 홍보의 각자 따로 움직이기 등이 주요한 실패 변수입니다.

의외로 일사불란한 대응을 하는 중견기업의 경우는 오너 회장이나 실세 CEO의 협업 마인드가 상당히 강한 타입들이 많습니다. 자신을 대변하는 변호사들과 내부 법무, 대관, 홍보라인을 완전하게 신뢰합니다. 그들을 모아놓고 전략적 대응에 대해 이야기를 듣습니다. 상호간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적극 권장하고 배려합니다. 홍보 부문이 법적 논리들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커뮤니케이션하도록 지시합니다. 이를 통해 얻은 합리적 여론을 이후 법적 대응에도 활용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동중정(動中靜)합니다. 일희일비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