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분석에 있어서 과거는 미래를 예측하는데 있어서 가장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 하지만 시대에 따라 경제상황이 변한다는 것은 예측의 불확실성을 높이게 된다.

현재 상황을 과거 대공황 시기와 비교한 결과 공통점과 차이점이 발견됐다.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연준은 어떤 결론을 내릴지 궁금할 따름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1929년 대공황과 최근 글로벌 경제상황을 비교한 결과 3가지의 공통점과 2가지의 차이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1930년대 대공황 전후 유가 [출처:NH투자증권]

첫 번째 공통점은 원유 공급으로 인한 유가 하락이다. 지난 1859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상업용 원유개발이 시작됐다. 원유개발이 시작된 초기, 유가는 급등했지만 186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공급과잉에 직면했다. 이는 미국 철도회사 파산과 맞물리면서 1870년대 대불황(Long Depression)의 원인을 제공했다.

시간이 흘러 1920~1930년 미국 원유생산은 이전대비 2배로 급속히 증가한 반면, 수요는 상대적으로 증가하지 못했다. 이 기간동안 재고는 3배로 증가하는 등 원유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났다.

자동차 보급으로 원유 수요가 늘긴 했지만 생산이 이를 능가했으며 이미 1870년부터 원유 공급과잉 문제가 거론되고 있었다. 게다가 대공황을 전후로 대형 유전이 새로 개발돼 공급측면의 부진을 이끌었다.

▲ 미국 석유업체 CDS 프리미엄 추이 [출처:NH투자증권]

원유공급과잉은 1920년대 미국 석유업체들을 경영난으로 몰았다. 1929년 대공황 발생 후 대형유진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석유제품 단가 하락 압박은 지속됐다. 최근 기술혁신으로 미국 원유채굴업체의 순익분기점이 배럴당 40달러까지 낮아졌다는 분석도 있지만 석유업체들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추이를 보면 다소 경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62개 미국 원유 채굴 및 생산업체의 이익이 악화되고 있으며 부채부담도 높아지고 있다. 유가하락으로 인해 관련 신규투자는 저조한 상황에서 현 오바마 정부의 친환경산업 육성으로 정책의 축을 옮기면서 자본조달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두 번째 공통점은 소득 불균형이다. 20세기 초에도 현재와 같이 전 세계적으로 상위 소수계층으로 소득이 집중돼 있었다. 소득분배가 개선된 것은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조세제도 손질을 비롯한 정부의 소득재분배 정책이 강화된 데서 기인한다. 소득분배 개선을 위한 인위적인 개입이 없는 한 소득불균형 문제는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소득양극화 진행되면서 소비증가율도 둔화 [출처:NH투자증권]

소득 양극화로 중산층 기반이 약화되면 소비성향은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소비성향은 저소득 계층일수록 높으며 고소득 계층으로 소득이 편중될 경우 소비 확대를 억누를 가능성이 존재한다.

세 번째 공통점은 기술혁신으로 인한 생산단가 압력완화다. 1920년대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IT와 제약·바이오, 원유채굴 부문에서 기술혁신이 진행중이다. 기술혁신이 생산단가를 낮추면서 대공황 발생 전에 이미 미국 물가상승률은 0%대에 불과했다. 경제전반에 걸쳐 수요는 둔화됐지만 기술혁신으로 노동시간 당 국내총생산(GDP)이 높아진 것도 현재와 유사하다. 실제로 글로벌 경제성장률과 연구개발(R&D)투자금액 비중은 역(-)의 관계를 보여 이를 방증한다.

반면, 첫 번째 차이점은 각국의 자국통화 평가정책이다. 1929년 대공황은 당시 환율 수준이 국가별 경쟁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데 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20년대 대부분 국가들이 금본위제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환율을 적용했다. 예를 들면, 영국은 전쟁을 거치면서 수출경쟁력이 급격히 쇠퇴했는데 전쟁 이전 수준의 환율을 고집한 것이다.

▲ 2015년 국가별 실질실효환율 [출처:NH투자증권]

영국은 1925년 금본위제로 복귀하면서 파운드화 고평가를 단행한다. 이로 인해 무역적자는 더욱 확대되고 수출경쟁력은 약화됐다. 무역적자가 늘어나자 파운드화를 방어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데 그 결과 내수가 위축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당시 영국을 비롯해 환율 고평가를 단행한 국가들이 대부분 경기위축을 경험했다.

하지만 현재는 대공황 전과는 달리 많은 국가들이 변동환율제를 운용하고 있으며 경기부양이라는 명목하에 자국통화 저평가를 유도하는 상황이다.

실질실효환율로 보면 현재 엔화와 유로화는 저평가, 원화와 위안화는 고평가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 대공황 시절 대비 괴리도는 훨씬 적은 상황이다.

두 번째 차이점은 대공황 시절, 각국이 긴축정책을 펼친데 반해 현재는 양적완화정책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본위제도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영국은 통화긴축을 단행했다. 미국은 주가 상승을 억제하는 과정에서 재할인율을 인상했다. 대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응은 금리인하와 환율 저평가였음에도 불구하고 반대의 정책을 펼친 것이다. 결국 영국과 미국은 각각 1931년, 1932년에 파운드 및 달러 고평가를 포기했다.

1920~1930년 주요국이 자국통화를 금 가격에 연동시켰던 미숙한 대응과 달리 최근 수년간 주요국은 통화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향후 미국이 금리인상을 개시하면서 통화완화 기조에서 점차 이탈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경기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NH투자증권은 현재 글로벌 경제가 대공황에 직면하지 않은 중요한 배경으로 변동환율제가 작동하고 유동성 공급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 긴축을 시행할 경우 글로벌 경기위축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또한 신흥국 경기부진 속에서 선진국이 쉽사리 출구전략을 구사하지 못하는 복잡한 상황이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경제 수요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택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은 환율약세가 가장 유력하다. 2015년 상반기 신흥국 수출은 달러표시 기준 전년대비 13% 감소했다. 다만, 자국통화로 환산할 경우 6.5% 감소에 그쳤다. 전략적으로 보더라도 환율약세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고 펀더멘탈로 보더라도 외환보유고 감소로 신흥국 통화 반등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일관되지 못한 대공황 전의 경험 [출처:NH투자증권]

미국 경제는 1933년 뉴딜정책 시행 이후 조금씩이나마 회복했다. 그러나 경기회복에 자신한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연준)은 1937년 긴축정책으로 전환하면서 1937~1938년 미국은 경기위축을 맞이한다. 1939년 이후 미국경기가 회복된 데에는 긴축정책을 다시 완화로 전환한 것과 2차 세계대전(1939~1945년)이라는 전쟁특수가 한몫했다.

1937년 미국 대통령과 재무장관, 연준의장은 유독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언급을 많이 했다. 경제가 회복되자 물가상승을 걱정했지만 이후 경기는 침체를 보였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시각이 많아질수록 향후 글로벌 경제상황은 1937~1938년과 비슷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당시와 달리 연준의장이나 재무장관이 인플레이션을 우려하지 않고 오히려 경기둔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최근의 상황은 지난 2008년 리먼사태 이후 글로벌 경제는 회복했으나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을 앞두고 재차 경기가 둔화되는 양상이다.

과거 경기침체에서 탈출한 국가들의 공통점은 경기가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돈을 푸는 일관된 정책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만기도래 채권부담을 걱정하고 있지만 추가 양적완화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현재 일본의 GDP 대비 중앙은행 자산규모는 70%를 넘어섰다. 미국이나 유로존, 영국은 25~30%수준이다. 유로존은 2016년 추가 양적완화가 거의 확실시되고 있어 미국도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