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디짧다. 허둥지둥하다 가을을 위해 옷장에 고이 모셔둔 룩(Look)들을 입지도 못하고 겨울을 맞이할 판이다. 아, 정말 입을 옷은 아직 산더미인데, 순간 망설여진다. ‘그 컬러’를 택하기가. 진부하게 또 ‘블랙이냐?’. 핀잔을 들을 만하다. 굳이 핑계를 대 본다. 가을 단풍놀이 가서 울긋불긋 단풍나무보다 튈 수 없지 않느냐며 알량한 최소한의 예의(?)를 들먹인다. 모두가 선택하지 않고는 못 버티는 ‘블랙’. 오는 겨울에 지겹도록 입을 테지만 가을을 좀 아는 패션니스타에게 사랑받는 컬러다. 검정 재킷은 물론 선글라스까지 블랙으로 갖춘다면 이도저도 아닌 평범한 룩을 ‘엣지’ 있는 스타일로 뾰로롱~ 변모시키는 ‘의상 마법(Costume Magic)’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장소: 맨해튼(Manhattan)
시간: 9월 24~28일
blog: blog.econovill.com.asiaemh
안드레아(Andrea)는 큰 키에 날씬한 몸매의 이기적 체형이라 멀리서 봐도 빛이 난다. ‘엣지’ 있는 블랙 컬러를 선호한다.
한글이 적힌 성냥갑을 들고 있어 깜짝 놀라움을 안겨준 나디아(Nadia). 얼마 전 한국을 방문, 식당에 들렀다가 기념으로 가져온 전리품이라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줄리아(Julia)는 평소에 1950년대 레트로(Retro, 복고풍) 스타일을 선호한다. 그래서 앞머리도 레트로 타입으로 반듯하게 잘랐다고. 덕분에 뉴욕에서는 흔치 않은 특이한 앞머리의 소유자로 변신해 눈길을 끌었다.
친구 사이인 알렉산드라(Alexandra, 왼쪽)와 이피(Ify). 두 사람의 블랙 포인트는 다름 아닌 선글라스. 둘 다 블루진을 즐겨 입는데 선글라스와 묘한 앙상블을 연출한다. 모델 출신답게 사진 포즈가 남다르다.
일본에서 15년이나 살아 일본어에 능숙한 테스(Tess). 예쁜 화분을 들고 있어 마치 영화 <레옹>의 소녀 마틸다를 떠올리게 한다.
브라질 출신의 마리(Mari). 평소에도 블랙&화이트 패션을 즐겨 입는다는데, 이유를 물으니 레이어드(Layered, 겹쳐입기) 하기가 편해서란다.
빈티지를 좋아해 빈티지 숍에 자주 들른다는 버지니아(Virginia). 정열의 나라, 스페인 출신이어서 그런지 피부색 또한 건강해 보인다.
아이폰 6s를 사러 가는 길이라며 발걸음을 서두르던 제미(Jamie). 평소 블랙을 많이 고르지만, 진짜 좋아하는 컬러는 노랑이란다.
올가을 대학교에 막 들어갔다는 상큼한 프레시맨(신입생) 알리사(Alyssa). 평소의 스타일을 물으니 ‘기분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다’고 쿨하게 답한다. 영락없이 청순발랄 여대생이다.
이 꺽다리 영국 처녀의 직업은 무엇일까. 의외로 겉모습과 달리 과학자이다. 알렉스(Alex)는 평소 연구실에서 하얀 연구복만 입고 있어 주말이 항상 기다려진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