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창업자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의 1000개 매장이 1만7000개로 급성장한 시점에 깜짝 놀랐다. 눈부신 매출 증가와는 달리 스타벅스의 브랜드 가치가 크게 떨어져 있었다. 부랴부랴 현실을 진단하고서야 깨달았다. 전 임직원이 숫자 늘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한산한 쇼핑가에도 매장을 내는 등 성장에 분별력이 없었던 것이다. 당시 하워드 슐츠는 “ ‘이런 곳에는 매장을 열면 안 된다’라고 말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고 후회했다.

2004년 미국 씨티그룹의 척 프린스 CEO는 취임 직후 일본 도쿄 기자회견장에서 일본식으로 고개를 깊이 숙이며 사죄회견을 해야 했다. 당시 일본 씨티은행 직원들은 손실을 감추려고 고객들의 불법 자금 거래를 돕고, 꺾기 등 편법영업을 해오다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그 일로 씨티은행은 프라이빗뱅킹(PB) 사업부문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고, 그 해 일본내 순익은 65%나 줄어들었다. 이후에도 씨티그룹 내에서 여러 위반행위가 불거졌다. 씨티그룹 경영진은 “우리는 항상 경영을 올바르게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리석은 행위나 위법 행위는 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틀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와 씨티그룹의 실패는 ‘금지’와 관련된 원칙이 없었던 데서 비롯됐다. 두 기업은 ‘이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불허(不許)행동’을 담은 규정을 두지 않았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로버트 사이먼스 교수는 저서 <전략을 보는 생각>에서 “일부 직원들은 성과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면 회사를 위태롭게 만드는 행동을 취할 수 있다.”면서 ‘전략적 위험통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코 넘지 말아야 할 경계선을 직원들에게 부정적인 언어로 알려주고, 어길 경우의 처벌 규정도 명확히 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오랜 세월 세계 최고 기업의 하나로 꼽히는 월마트는 직원들이 거래업체로부터 커피 한 잔을 접대받는 것도 금지한다. 실제로 거래처 사람에게 식사대접을 받은 부사장이 해임되기도 했다. 맥킨지는 직원들이 고객 정보를 배우자를 포함한 그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된다는 엄격한 행동원칙을 고수한다. 위반시 즉시 해고한다.

그런데, 금지원칙은 이런 윤리규정에 그쳐선 안된다. 기업의 모든 분야, 즉 영업-운영-전략수립-기술개발-재무 및 인사관리 등 전 분야에 걸쳐 금지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상시적인 의사결정에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우리 기업에서는 무엇이 금지사항인지 임직원은 물론 고객들도 알 수 있도록 공표되고, 늘 공개되어 있어야 한다.

세계적인 증권사 에드워드 존스사의 금지규정은 구체적이다. ‘우리는 투기적 저가주, 실물자산, 고위험 금융상품을 팔지 않는다. 우리는 단타매매자들을 상대하지 않는다. 특정기관이나 회사를 광고하지 않는다’ 등이다.

웰스 파고 은행은 처음부터 직원들이 고수익 고위험 투자상품과 모기지론 판매를 금했다. 그 덕분에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를 무사히 헤쳐나갔다. 웰스 파고는 워런 버핏이 운영하는 버크셔 해서웨이에 대해 시장금리 이하로 대출하는 것을 거부한 적도 있다.

미국내 급여처리대행업체로 ADP가 있다. 이 기업은 거래업체 선정기준이 매우 까다롭다. 연간 매출 1억달러 이상, 15% 성장률 유지, 업계 1위이거나 5년내 1위 가능성 있는 2위 업체, 표준화된 제품과 서비스 제공업체 등이다. ADP는 계약 후에도 3년마다 고객업체를 방문해 이 조건을 충족하고 있는 지 확인한다. 이런 원칙주의 탓에 ADP는 외형을 키우지 못했다. 그러나, ADP는 미국 상장사 가운데 최장기간 주당 순이익이 두 자리수로 증가한 기업이다. 2010년에는 비금융회사 가운데 AAA 등급을 받은 4 개 기업 중 하나였다. 나머지 3 곳은 MS, 엑슨, 존슨앤존슨이었다.

구글의 두 청년 창업주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회사설립 직후 'Google이 발견한 10가지 진실'이라는 경영철학을 공표했다. 그중 6번째 진실은 "부정한 방법을 쓰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습니다."이다. 구글은 이 항목에서 "단기적인 이익을 얻고자 사용자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하지 않습니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검색 결과 페이지에 검색 내용과 아무 관련없는 광고가 게재되지 못하도록 하며, 팝업 광고는 사용자가 콘텐츠를 보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에 허용하지 않고, 검색결과에서 파트너의 게재 순위를 높이는 방식으로 순위를 조작하거나 돈을 받고 더 나은 페이지 랭크(PageRank)를 팔지 않겠다고 명시하고 있다.구글은 이 내용을 구글 임직원은 물론 구글 고객들도 볼 수 있도록 웹사이트에 올려 놓았다. http://www.google.com/about/company/philosophy/

그래도, 가끔 회사 성장을 위해 예외를 둘 수 있지 않을까. 도요타와 AES를 보면, 그런 것 같지 않다.

도요타는 2006년 미국 텍사스의 새 공장에서 새로 충원된 인력으로 신차 ‘툰드라’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4년 뒤 도요타는 800만대를 리콜하고, 품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미 5개 공장 운영을 중단해야 했다. 품질 명성이 심각히 훼손된 후 도요타는 ‘새 공장에서 새 인력으로 새 차를 절대로 만들지 말라’는 오랜 금지원칙을 되살렸다.

미국 전력업체 AES도 설립 당시부터 단일시장에 대한 투자 상한선이 있었다. 현금흐름과 투입자본의 10%였다. 1990년대 후반 개도국에서 새로운 사업기회가 잇따르자 그 경계선이 무너졌다. 그 결과 설립자이자 CEO인 데니스 바케가 사퇴할 즈음 회사는 파산 직전이었다. 손실액과 대손상각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었다.

작금의 폭스바겐 사태는 성장 지상주의 경영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준다. ‘할 수 있다. 무조건 해내라.’를 외치는 ‘CAN DO SPIRIT’의 조직문화 속에서는 매출 및 이익의 신장과 함께 기업 파멸을 초래할 위험요소도 독버섯처럼 자라난다.

그런 점에서 요즘 우리 기업들의 ‘초긍정 마인드’는 걱정스럽다. 대외 홍보자료에는 빠짐없이 “우리는 혁신하고, 성장하고, 글로벌화하고, 주주이익을 극대화하며, 사회공헌과 노사화합을 하면서 국가경제에도 기여하겠습니다”라고 씌여 있다. 기업 조직문화 강령은 ‘우리, 이렇게 합시다’의 종합판이다. ‘우리는 이렇게 안 하겠습니다’ '여러분, 이렇게 하지 맙시다'란 말은 찾기 힘들다.

지금이라도 기업들은 장기생존과 윤리경영에 부합하는 엄격한 '금지원칙'을 만들고, 아무리 유혹적이라도 '불허행동'을 수반하는 것이라면 말단직원일 지라도 ‘안돼’라고 말할 수 있는 건강한 조직문화를 갖춰야 한다.

한편, 모든 금융사들이 줄을 대고 싶어하는 자신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웰스 파고에 대출신청했다가 단칼에 거절됐다는 '황당한' 보고를 받은 워런 버핏. 그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그는 "짜릿했다"고 술회했다. 그러고는 거래기업과의 미래비즈니스를 꿈꾸며 현재의 원칙을 깨는 특혜대출을 단호히 거부한 웰스 파고 경영진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 이후 워런 버핏은 웰스 파고의 주식을 꾸준히 사들여 최대주주가 됐다.

당시 퇴자 맞은 버핏은 이런 명언을 남겼다. "웰스 파고가 하지 않았던 것이야말로 그 기업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것이다.(What Wells didn't do defines its greatness.)"

이제 기업은 '무엇을 하느냐' 보다 '무엇을 하지 않느냐'에서 평가받는 시대를 맞고 있다. 이 것이 폭스바겐 사태의 진정한 교훈일 지 모른다. <이코노믹리뷰 주필.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