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타이틀을 획득하기 위한 각자의 경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오는 30일과 10월 1일 이틀 간 예비인가 신청을 받아 치열한 복마전의 마침표를 찍을 전망이다. 1992년 평화은행 이후 무려 23년만에 새로운 은행 사업자가 등장하는 셈이다. 심지어 영업점 없이 예금 및 송금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업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 복마전은 4파전으로 벌어지고 있다. 바로 카카오 컨소시엄과 KT 컨소시엄, 인터파크 컨소시엄과 500볼트 컨소시엄이다. 나름의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하는 선에서 치열한 승부를 벌였다.

카카오와 KB국민은행,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뭉친 가칭 카카오 컨소시엄은 최근 입지가 다소 흔들리고 있으나 아직은 인터넷전문은행 1순위로 꼽힌다. 강점은 카카오의 카카오톡이 가지고 있는 플랫폼이다. 여기에 카카오의 핀테크 경쟁력과 흐릿해지고 있지만 다음 포털이 보유한 막강한 데이터베이스도 힘을 더하는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생활밀착형 모바일 서비스와 인터넷전문은행의 강점을 살리고, 여기에 금융 경쟁력을 적절하게 녹아낸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실제적인 금융고객으로 유인 가능한 국내 4000만명의 카카오톡 사용자와 2억명에 육박하는 해외사용자가 핵심이라고 지목한다. 여기에 자체적인 핀테크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는 상태에서 한국투자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의 현실적인 은행 및 카드업 노하우가 합세한다. KB금융은 핀테크 스타트업 집중육성 프로젝트인 ‘KB Starters Valley’로 치밀한 사전포석까지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혁신성 측면에서 카카오 컨소시엄은 분명한 약점을 가지고 있다. 지난 6일 공개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주요 평가항목 및 배점분표에 따르면 1000점 만점기준으로 사업계획은 700점을 차지하며, 여기에서 혁신성은 250점에 이른다. 가장 무난하게 가이드라인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무난함’이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게다가 카카오톡의 금융기능이 상당히 부풀려졌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강력한 플랫폼에 비해 현재의 핀테크 성적이 그리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KT 컨소시엄은 ICT 경쟁력에 다양한 우군의 인프라를 내세우고 있다. KT와 우리은행을 비롯해 현대증권, 한화생명, GS리테일, KG이니시스, KG모빌리언스, 다날, 포스코ICT, 이지웰페어, 얍(YAP), 8퍼센트, 인포바인 등 다양한 기업이 합류했다. 교보생명이 컨소시엄에서 철수하며 KT와 우리은행이 주축인 KT 컨소시엄은 크게 흔들린 것이 사실이지만 그 직후 현대증권이 극적으로 합류하며 상황은 다시 반전을 맞고 있다.

KT 컨소시엄은 통신사의 강점과 ICT 경쟁력, 여기에 클립으로 대표되는 O2O 기반 서비스까지 망라하는 다양한 경쟁력과 더불어 유클라우드비즈로 통칭되는 빅데이터 기술력까지 품었다. 여기에 시중은행 최초로 모바일 전문은행 위비뱅크를 출시한 우리은행의 역할에도 눈길이 쏠린다. 지난 5월 출범한 위비뱅크는 스마트폰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중금리 대출'을 선보이며 출시 3개월여 만에 18일 기준 312억 원의 실적을 올렸다.

KT 컨소시엄은 빠르게 내홍을 수습한 만큼, 그에 걸맞는 상황정리능력을 극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교보생명이 탈퇴한 상태에서 이를 성공적으로 ‘커버’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중금리 대출시장을 노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다는 단서로 보인다. 교보생명이 철수한 계기였던 지분구성에 있어 KT와 우리은행이 잠정적으로 합의한 대목은 의미심장한 지점으로 남아있다.

인터파크 컨소시엄은 KT 컨소시엄과 상격이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터파크, SK텔레콤, NHN엔터테인먼트, 옐로금융그룹 등 ICT기업, IBK기업은행, NH투자증권, 웰컴저축은행 등이 참여한 인터파크 컨소시엄은 통신과 유통, 금융, 스타트업 등 다양한 직군이 모인 상황에서 B2B와 소상공인 네트워크 활용에 눈길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인터파크 컨소시엄이 플랫폼 사업을 노릴 정도로 막강하고 다양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만큼 위험요소도 많다고 본다. 다양한 금융 콘텐츠와 전자상거래 및 홈쇼핑 역량을 적재적소로 집중시킬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며, 다양한 사업분야에 새로운 금융상품을 접목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지만 다양한 동맹군의 연결을 더욱 공고히 만들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만 강점은 뚜렷하다. 유통에 방점을 찍은 생활밀착형 서비스에서 두각을 보일 전망이며 온라인 및 오프라인과 빅데이터 활용면에서도 합격점이다. 옐로금융그룹의 실험적인 핀테크 경쟁력 실제활용 여부도 관건으로 보인다. 아직 실제적인 상황에서 그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옐로금융그룹의 실험적 시도가 얼마나 점수를 따 내느냐도 관심사다.

기업은행도 있다. 중소기업은행의 프레임을 활용해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에 대한 이해도와 심사·리스크관리 노하우를 통해 진일보한 신용평가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지난해에는 금융권 최초로 포스트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해 IT 인프라에도 밝다.

막판 편의점 CU를 내세운 BGF리테일도 합류하며 막강한 오프라인 거점을 확보한 대목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편의점은 대부분 365일 24시간 운영되기 때문에, 기존 은행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강점은 인터파크 컨소시엄만 가진 것은 아니다. 현대해상화재보험도 22일 전격적으로 인터파크 컨소시엄에 뛰어들었다.

500볼트는 존재감이 거의 없다. 소상공인 그 자체를 경쟁력으로 삼아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기업의 강점을 강조한다는 복안이지만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낸 금융사가 없는 것은 문제로 꼽힌다. 게다가 500볼트는 O2O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금융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활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복마전을 설명하며 500볼트를 제외하고 3파전으로 부르기도 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각각의 경쟁력과 별도로, 지분구성 및 다양한 구조적 변화에도 변수가 많다. 일단 금융당국이 은산분리 규제를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기점으로, 내년 사업자 선정에 돌입한다는 복안이다. 첫 단계에서 각 컨소시엄의 동상이몽으로 의외의 변수가 발생할 여지도 있다. KT 컨소시엄은 이러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지만, 다른 컨소시엄에 있어 지분구성은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후 금감원은 신청서를 토대로 법적 요건을 따진 뒤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구성한 외부 평가위원회 심사를 거쳐 최종 판단을 위해 금융위에 올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