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사상 최대 규모의 할인행사인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가 개최된다. 정부는 22일 내수 회복세를 이어가기 위해 오는 10월 1일부터 14일까지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를 개최한다고 전했다.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에는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을 비롯한 백화점(71개 점포), 이마트와 롯데마트를 포함한 대형마트(398개), 씨유(CU)와 GS25의 편의점(2만5400개) 등 대형 유통업체 약 2만6000여개 점포가 참여한다. 업체별로 최대 50∼70% 할인율이 적용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할인행사다.

▲ 정인호 대표

블랙 프라이데이는 미국에서 전통적으로 연말 쇼핑시즌이 시작되는 때를 일컫는 것으로 유래되었으며, 추수감사절인 11월 넷째 주 목요일부터 연말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세일기간에 미국 연간 소비의 20%가 발생한다. 대대적인 세일에 소비심리가 호전되면서 장부상의 적자(Red)가 흑자(Black)로 바뀐다 해서 생긴 말이다.

정부는 이번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를 계기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국내 소비 진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는 계획으로 시도했다. 과연 정부의 계획대로 두 마리 토끼만 잡을 수 있을까? 모든 행위에는 일장일단이 있는 법.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그 대응책을 살펴보자.

먼저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의 장점을 살펴보자. 그 첫 번째는 내수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다. 현재 메르스 사태까지 겹쳐 내수 소비 진작이 매우 절실한 시점이다.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로 인해 재고가 소진되고, 소진된 재고를 다시 신제품 재고로 채우기 위해 대량의 발주에 들어가면서 제품가격이 상승하며, 제품의 교체주기가 찾아오게 된다. 이런 현상이 경기회복과 맞물릴 경우 채운 재고는 빠르게 소진되기를 반복해 지속적인 대량 발주가 가능해진다. 이런 경우 중국관광객이 몰려오면 소비호조에 연속성을 지니게 됨으로써 국내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다.

첫 번째 장점의 맥락과 연계되어서,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와 ‘영국의 박싱데이’가 그러하듯 일반적으로 블랙 프라이데이를 전후로 지속되는 할인행사가 이어진다. 이러한 마케팅 형태를 볼 때 블랙 프라이데이와 연계된 제품이나 상품도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으며, 프로모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파나마 관광청에 따르면 블랙 프라이데이와 연계한 할인 행사를 통해 올린 판매액은 평소 판매금액보다 60%가량 증가했다고 밝힌바 있다.

세 번째는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는 대한민국 최고의 쇼핑의 날이자 최대의 세일기간이기 때문에 평소에 구매하고자 했지만 비용이 부담되어 망설였던 제품들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다. 특히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는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물건을 구매할 수 있어서 양질의 제품을 저렴한 비용에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네 번째는 제품과 가격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최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대표하는 미국의 대형유통업체인 아마존과 월마트가 블랙 프라이데이보다 할인율이 더 높은 여름행사에 들어갔다. 아마존이 15일 ‘프라임데이’행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하자 곧바로 월마트가 반격에 나섰다. 월마트는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2000여 가지의 제품을 할인가에 판매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나아가 아마존이 단 하루만 실시하는 것과는 달리 월마트는 무려 90일이나 진행된다. 이런 경우 자유시장경제의 원리에 의해 기업간 경쟁을 통한 제품과 가격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예상되는 단점을 살펴보자.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는 매년 고정적으로 진행되는 행사이기 때문에 행사전후에 비해 제품의 질에 차이가 없다. 한 번 신뢰가 무너지면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행되는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는 업체들이 행사의 특수를 누려 매출액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정가를 높게 책정하고 거기에 세일을 크게 해주는 속임수를 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신제품보다는 악성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서 고객을 호갱으로 대할 가능성이 높다. 즉, 소비자를 눈속임 할인으로 유도하여 업체들이 수익만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 동안에 소비되는 규모는, 전체 기간 중 약 20%에 해당한다는 통계가 있을 만큼 엄청난 양의 쇼핑이 이루어진다. 전자기기 같은 경우는 세일과 동시에 물건이 모조리 팔려나갈 정도로 구매 열기가 뜨겁다. 이와 같이 구매열기가 뜨거운 이유는 파격에 가까운 할인 때문이다. 간혹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제품이 50%이하의 가격에 판매되는 사례도 있을 정도로 할인 폭이 크기 때문에 한정된 수량을 차지하려는 소비자들 사이에 폭력 사태마저 일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지난 2013년 월마트에서 내놓은 49달러짜리 테이블렛을 사기 위해 200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한 쇼핑객이 그의 앞에 있던 여자를 때려눕히고 그 위를 밟고 지나가는 사건이 있었고, 매릴랜드의 플래밍고 거리에 있는 타겟스토어(Target store)에서는 한 남자가 평면 TV를 먼저 사기 위해 총을 쏘며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따라서 참여기업은 고객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해서 인기품목은 수량을 대폭 늘리고 제품수를 다양화해서 큰 소동없이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

두 번째 블랙 프라이데이의 단점은 싸다는 것을 이용해 가짜 상품이 거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해외 블랙 프라이데이에 참여했다가 낭패를 본 사례가 뉴스 등을 통해 소개된 적이 있었다. 해외 블랙 프라이데이의 경우 국내 소비자들도 참여해 물건을 살 수 있던 상황이었는데, 이 때문에 일종의 사기를 당한 사례가 더러 있었다. 실제로, 블랙 프라이데이에 산 제품이 '짝퉁'인 경우도 있었다. 배송이 너무 느려 구매를 취소하려고 했지만, 할 수 없었던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다행인건 우리나라의 블랙 프라이데이에서는 해외보다는 확률이 적을 수 있다. 백화점이나 할인마트, 주요 온라인사이트가 참여하기 때문이다. 해외 보다는 공신력이 있다는 점에서 짝퉁 등의 사례는 외국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대거 할인이 되기 때문에 정보 분별력이 약한 소비자층에서는 유혹의 덫에 빠질 수도 있다. 때문에 블랙 프라이데이를 이용하려는 소비자들은 짝퉁이나 환불 등의 조치가 제대로 진행되는지, 공신력이 있는 곳인지 등을 정확히 확인하고 이용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단점은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할인 행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마구잡이로 사다보면 소비자들이 과소비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할인행사를 하면 심리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물품도 ‘언젠가는 쓰겠지? 값이 싸니까 기회야! 사둬야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막상 사고난 후 쓰지 않고 버리는 현상이 생기게 된다. 앞서 말한 장점이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내수 진작과 소비 활성화를 위해 기획, 준비된 만큼 실(失)보다 득(得)이 많은 대국민 이벤트로 자리 잡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