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을 둘러싼 진통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지점에서 오는 10월 1일에 통신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상당히 의미있는 날이다. 오는 10월 1일은 단통법 1주년이자, 민족의 대명절 추석 직후이자, 1위 사업자 SK텔레콤의 단독 영업정지가 시작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현재 단통법을 둘러싼 정부와 유통업계의 입장은 말 그대로 수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는 단통법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입장이다. 시장과열의 지표인 번호이동이 단통법 시행을 기점으로 극적으로 낮아졌으며, 12%에서 20%로 올린 요금할인제도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다. 중저가 스마트폰이 빠르게 시장에 풀린 것도 성과라고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자화자찬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논리도 있다. 번호이동이 시장가열의 지표인 것은 맞으며, 그 건수가 확연하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시장 자체가 완전히 죽어버렸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즉 기기변동과 신규가입, 번호이동 모두 단통법의 영향으로 동반하락했기 때문에 시장가열적 문제에서 바라볼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중저가 스마트폰 등장도 비슷한 이론으로 해석할 수 있다.

누구 말이 맞을까? 단통법의 실제취지를 고려하면 답은 나온다. 단통법의 핵심은 유통구조 투명화와 가계통신비 인하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이 지점에서 유통구조 투명화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으나 가계통신비 인하에는 사실상 실패했다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보조금 상한제를 통해 유통구조 투명화라는 목적은 달성해도, 가계통신비 인하에는 실패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여기에서 오는 10월 1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단통법에 대한 평가가 극과극을 달리는 상황에서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단독으로 영업정지를 당하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단 업계에서는 관행적으로 실시되는 경쟁사의 불법적인 가입자 탈취 현상은 벌어질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업계에서는 최신 스마트폰에 대한 보조금을 최대한 상한선에 맞추고 합법적인 선에서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쪽에 중론이 쏠린다.

다만 최악의 경우, 음성적이고 탈법적인 관행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통신시장은 5:3:2의 구도에 미묘한 균열이 가는 상황이다. 게다가 불법 리베이트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경쟁자의 반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던 분위기에서 벗어나 약간의 숨 고르기에 나서는 상황이다.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

여기서 리베이트의 존재를 가늠해야 한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민희 의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6월까지 9개월 동안 이동통신 3사가 지급한 리베이트는 총 2조 271억원으로 SK텔레콤 8780억원, KT 6756억원, LG유플러스 4755억원에 달한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여기에 제조사가 뿌린 8018억원을 더하면 2조8289억원이다.

이러한 리베이트가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에 투입됐다면 더욱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이 일지 않았을까? 보조금 상한제가 없었다면 이러한 리베이트는 자연스럽게 가입자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러한 상황인식에도 문제는 있다. 리베이트는 판매 촉진금의 형태로 지급되는데, 일선 대리점의 경우 리베이트는 일종의 생명줄이다. 이런 상황에서 리베이트가 등장하면 대리점은 가입자와 이를 나누는 방식으로 최소한의 수익을 챙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리베이트를, 대리점과 가입자가 나누던 리베이트를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모두 가입자에게만 돌린다? 대승적인 관점에서 후자가 리베이트의 존재감을 더욱 충실하게 설명하지만, 현실에서는 문제가 약간 다르다. 골목상권 논쟁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리베이트의 정의에 대한 올바른 교통정리가 필요한 이유다.

여기에서 오는 10월 1일에 관심이 쏠린다. 단통법 1주년을 맞은 상태에서 분리공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지는 것은 결국 리베이트의 활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와 더불어 리베이트 활용 자체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그런데 단통법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가계통신비 인하다. 다양한 고민이 시작되는 이유다.

SK텔레콤은 시장 1위 사업자의 지위를 점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10월 1일 이후 리베이트가 왜곡된 방향성으로 터질 가능성이 낮은 상태에서 정정당당한 경쟁이 벌어질까? 추석은 시장에 다량의 현금이 풀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제 단통법은 또 한번 기로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