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가 사명 변경을 통해 다음을 버리고 카카오로 거듭났다. 지난해 10월 이후 유지하던 최세훈-이석우 공동대표 체제를 마무리하고 35세의 임지훈 대표가 전면에 나서는 순간이다.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노리는 카카오의 미래는 어떨까? 그 포인트를 키워드로 짚어본다.

▲ 다음카카오 시절 이미지. 출처=카카오

[키워드 하나. 젊은 리더] 다음카카오는 23일 제주도 제주시 첨단과학기술단지에 있는 카카오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를 통해 사명을 카카오로 변경하고 임지훈 내정자의 사내이사 선임 안을 통과시켰다. 뒤이어 진행된 이사회에서 임지훈 사내이사의 대표이사 선임 역시 결정됨에 따라 35세 청년이 국내 ICT 업계를 대표하는 조직의 수장으로 거듭났다.

▲ 임지훈 대표. 출처=카카오

새로운 카카오를 이해하려면 임지훈 대표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를 전면에 세운 카카오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혁신이다. 앞으로 카카오는 조직의 비전과 목표를 이룸에 있어 혁신에 바탕을 둔 속도전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23일 임지훈 대표는 “한 달 여 시간 동안 조직을 깊이있게 파악하고, 임직원들과 폭 넓게 소통하며 카카오의 미래에 대해 고민해왔다”며 “모바일과 연결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속도’를 높여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뜻이다.

그 중심에는 젊은 리더를 내세운 강렬한 존재감 확보의 열망이 숨어있다.

[키워드 둘. 시너지] 지난해 10월 합병을 선언한 다음과 카카오는 1년 동안 조직의 화학적 결합에 매진해왔다. 합병 전부터 다음과 카카오 조직의 내부불만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합병 이후에도 잡음은 소소하게 들려왔다. 소위 창업공신들이 다음카카오를 떠나며 조직에 '문제'가 있느냐는 말도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지난해부터 몰아친 카카오톡 감청 논란은 다음카카오에 엄청난 시련은 분명하나, 내부결속을 다지는 측면에서는 상당히 긍정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다음을 대표하는 최세훈 대표와 카카오를 대표하는 이석우 대표의 공동체제를 마무리하고 단독대표 체제를 공고히했다는 점은, 카카오 내부 조직융합이 어느정도 완성됐다는 자신감을 대내외적으로 천명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최근 퇴사설이 나돌았던 최세훈 대표가 카카오에 남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25일 국내의 한 언론은 국내 ICT 업계 동향을 인용해 최 대표가 오는 9월 임지훈 대표체제의 다음카카오를 떠난다고 밝혔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키워드 셋. 사라지는 다음] 모바일 시대를 준비하며 카카오톡을 사업의 중심에 두는 순간 다음의 운명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 없었다. 실제로 카카오는 최근까지 다음의 서비스를 무차별적으로 종료하며 '온리 모바일' 시대를 정조준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새로운 사업의 중심에는 O2O가 존재했으며, 여기에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 일종의 플랫폼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물론 다음이라는 이름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포털은 여전히 남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명을 카카오로 변경하고 '노란색'을 전면에 세우는 순간, 카카오는 새로운 모바일 기업을 천명하게 됐다.

이 지점에서 조직의 시너지를 가다듬고, 또 내외부의 비판을 마무리할 신의 한 수가 필요할 전망이다. 다음이라는 거대한 이름을 지우려면, 그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키워드 넷. 중국식 경영체제] 임지훈 대표는 김범수 의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실제로 김 의장과 임 대표는 소프트뱅크벤처스 수석심사역 시절 로티플 인수에 나섰을 때 인연을 맺었으며, 이후 김 의장은 자신의 회사인 케이큐브벤처스 대표이사를 임 대표에게 전격적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그에 대한 믿음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이후 임 대표는 김 의장이 추구하는 스타트업 생태계 선순환 구조 구축에 나름의 성과를 냈으며, 이 과정에서 김 의장의 낙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이유로 임 대표가 전면에 나서기는 하지만, 앞으로의 카카오는 지난 1년간 최세훈-이석우 공동대표 체제보다 김 의장의 의중이 더욱 짙게 드리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역사에 등장하는 상왕정치에 빗대어 상왕경영이 이뤄질 확률이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카카오는 최근 임 대표를 지원하는 대표 브레인 집단을 꾸려 눈길을 끌었다. CXO팀(C레벨 팀)이라는 신설조직을 통해 사실상 집단 경영체제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CXO팀은 임지훈 대표 내정자와 홍은택 수석부사장(최고업무책임자·COO), 최세훈 최고재무책임자(CFO), 정주환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 박창희 최고상품책임자(CPO), 신정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이뤄졌다. 최세훈 대표를 제외하면 모두 카카오와 인연을 가진 인물들이다. 이석우 대표만 CEO 직속 자문기구인 경영자문협의체에 소속된다.

젊고 패기넘치는 대표를 전면에 내세워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한편, 이를 조율하고 중량감을 실어주는 일종의 '원로그룹'(물론 이들도 실무자)을 포진시키는 방식이다. 게다가 임 대표는 국내를 대표하는 ICT 기업의 수장치고는 상당히 젊으며, 자신의 경력 대부분을 기업발굴 및 투자에서 보내왔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는 카카오의 미래행보가 '기업 인수합병'에도 큰 관심을 둘 가능성을 가능하게 만든다. 결국 현 상황에서 이상과 현실을 가장 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장치로 여겨진다.

[키워드 다섯. 실제적 성과] 최근 카카오는 카카오택시를 비롯해 다양한 서비스를 펼치고 있으나 실제적인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임 대표의 등장과 함께 카카오가 어떤 성장동력을 확보하며, 또 어떤 지표적 성과를 기록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 새로운 CI. 출처=카카오

현재 카카오가 처한 상황은 그리 녹록치 못하다. 실적도 실적이지만 워낙 장기적 관점의 프로젝트가 많기 때문에 당장의 '동기유발'이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임 대표는 실질적이고 객관적인 성과를 내는 쪽으로 조직의 방향성을 정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강하게 불어오는 정치적 외압도 버텨내야 한다. 임 대표의 행보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