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특히 미래형 자동차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기존 자동차 업계의 강자들이 내심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가운데 애플이 전기차 로드맵을 일부 공개하며 상황은 점점 흥미로운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 애플 전기차 콘셉트 이미지.

애플의 전기차 로드맵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주요외신은 21일(현지시각) 애플이 전기차를 확정계획(committed project)으로 지정하고 2019년 실제품을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프로젝트 타이탄이 그 실체를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분위기다. 현재 600명 수준인 프로젝트 타이탄 연구인력을 최대 3배 늘리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애플의 전기차 프로젝트는 포드 전 엔지니어 출신이자 애플의 아이폰 개발을 이끌었던 스티브 자데스키가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6일(현지시각)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어바브 아발론에서 활동하는 애널리스트 닐 사이바트의 발언을 인용해 애플의 연구개발 비용이 급증하고 있으며, 이는 차세대 제품을 위한 준비작업일 확률이 높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애플의 연간 연구개발 비중을 보면 2004년 5.9%를 기록한 이후 2012년 2.2%까지 평이한 수준으로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다가 2013년 2.6%로 반등, 이후 2014년에는 3.3%까지 올랐다. 닐 사이바트는 애플의 연간 연구개발 비중이 2015년 3.4%, 2016년에는 3.7%까지 올라갈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왜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기 시작했을까? 닐 사이바트는 “미래형 개인 수송 부문에 막대한 인력과 자원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즉 전기차를 위한 연구개발에 일찌감치 나섰다는 뜻이다.

다만 애플의 전기차 계획이 아직 완전히 드러난 것은 아니다. 최근 애플이 기초적인 조사 및 연구개발과 함께 사업 진출 여부를 검토하는 탐색을 1년가량 벌였고, 애플 임원들은 캘리포니아 자동차 규제 당국의 관계자들을 두 차례에 걸쳐 만났던 것으로 확인되지만 그 이상의 단서는 아직 없다. 실제 2019년에 출시될 것인지도 불투명하며 자체 공장 여부도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이 또 발견된다. 애플이 자율주행차가 아닌, 전기차를 개발한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 출처=애플

미래차 전쟁, 애플과 구글은 ‘달라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며 초연결의 사물인터넷 시대가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다양한 웨어러블이 등장하고 스마트홈 플랫폼이 거세게 들이닥치고 있다. 다만 문제는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는 점. 최근 폐막한 IFA 2015에서 대략적인 사물인터넷 플랫폼이 윤곽을 드러내기는 했으나 아직 부족하다.

이 지점에서 애플과 구글은 자동차에‘도’ 집중했다. 다만 접근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애플은 전기차를 우선적으로 개발하며 장기 로드맵에 자율주행차를 시도하는 방식이지만 구글은 처음부터 자율주행차만 바라보고 ‘질주’하고 있다.

도대체 왜? 이유를 살펴보자. 먼저 애플. 15일(현지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전지차는 완전히 주류로 올라서는 분위기다. 럭셔리 브랜드 아우디는 전기 SUV ‘e-트론 콰트로’를 콘셉트카 형태로 공개했고 폭스바겐 그룹은 2020년까지 20종 이상의 전기차 및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르셰도 최고출력 600마력에 달하는 첫 전기차 ‘미션E’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 지점에서 애플은 전기차를 택함으로써 자동차 산업의 진입장벽을 ‘셀프’로 낮췄다. 테슬라 모터스라는 강력한 상대가 이미 판을 다지고, 기존 자동차의 강자들이 속속 진입하고 있는 시장에 미래차의 비전을 빠르게 잡아가려면 전기차가 제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견의 여지는 있지만 전기차는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내연엔진과 변속기를 전동기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후발주자가 상대적으로 무난하게 진입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애플이 전기차에 진입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애플이 자율주행차의 해킹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6월 미국 보안업체 미션시큐어, 페론 로보틱스, 버지니아대 등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진은 자율주행차 안전을 돕는 카메라, 센서 등이 무선 해킹 공격에 취약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하나의 고려사항일 뿐, 진짜이유가 될 수 없다.

애플이 구글과는 다르게 차량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생산을 자체적으로 하던가, 위탁생산을 맡기는가는 전적으로 애플의 선택이지만 최소한 애플은 자율주행차를 선보이기보다 전기차를 먼저 선보여 이를 사실상 아이폰으로 만들 생각이다. 자신들이 디자인하고 설계한 하드웨어에 자신들의 운영체제를 삽입해 만드는 폐쇄형 생태계 전략의 연장선상이다.

이러한 기술적 이식을 당장 자율주행차에 도입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애플 입장에서 아이폰 발전모델을 자동차에 대입했다는 뜻이며, 이는 전기차를 통한 ‘비전’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애플의 전략은 실패 가능성을 낮추고, 성공 가능성을 끌어 올린다. 초기시장이 살짝 열린 시장에서 자동차 아이폰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물론 불안요소는 있다. 기존 자동차 강자들의 견제가 변수로 작동할 전망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테슬라가 의외의 흑기사 역할을 맡을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테슬라는 기존 자동차 강자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왔으며, 자사의 전기차 특허를 대방출하는 방식으로 생태계 전략을 꾸려오고 있다. 이에 힘입어 테슬라는 무지막지한 ‘꿈’을 키우고 있다. 슈퍼차지로 대표되는 기본 인프라와 배터리 사업을 하나의 기간산업화 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으며, 하이퍼루프라는 신개념 대중교통도 노리고 있는 분위기다.

테슬라의 인력을 애플이 빼간다고 앨런 머스크 CEO가 화를 냈다? 진짜 화를 낼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한 쪽에서 ‘빙그레’ 미소를 머금을 가능성이 더 높다.

여기서 구글을 보자. 구글은 왜 자율주행차로 가닥을 잡았을까? 구글은 지난 14일 존 크라프칙 임명으로 자율주행차 인프라를 더욱 끌어올리는 분위기다. 지난 2009년부터 자율주행차 시범운영을 실시한 구글은 올해 7월까지 총 15건의 시범운영중 충돌사고를 기록했으나 구글의 자율주행차는 단 한 번도 가해차량으로 지목된 바 없다. 일단 기술적으로는 합격점이다.

다만 구글은 미래차 경쟁에서 다소 긴 호흡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버와 벌어졌던 ‘약간의 분쟁’에 단서가 있다. 자율주행차 개발 및 지도사업적 측면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었던 양사는 지난 2월 구글의 택시중계서비스를 두고 소소한 신경전을 벌였다. 구글의 기업개발 수석 부사장이자 최고 법률 책임자인 데이빗 드러먼드가 자사의 택시중계서비스 시장 진출 가능성을 우버 경영진들에게 전달했고, 이에 우버가 반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반응이며, 가장 설득력있는 시나리오는 구글이 차량공유 앱과 무인자동차의 시너지로 정부의 규제를 완화시키는 작업을 마무리하면, 우버가 그 과실을 온전히 챙기는 알고리즘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높다. 즉, 구글은 자율주행차를 바탕으로 긴 호흡을 유지하며 교통 인프라 및 법, 제도 등의 완화를 끌어내어 자사의 동맹군과 함께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구글이 차량을 자체적으로 생산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대목도 재미있다. 애플과는 전혀 다르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제조 동맹군과 협력하는 현재의 구글 방식과 비슷하다. 즉 구글은 자율주행차를 일종의 완벽한 모바일 기기로 만들어, 자신들의 방식으로 키우겠다는 복안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현재 보쉬와 ZF 프리드리히스하펜을 비롯한 다양한 전장부품 회사들과 업무 협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그리고 무인자동차

모든 산업이 마찬가지지만, 특히 자동차 사업에 있어 하드웨어 기술은 상당부분 기술력이 올라왔으나, 소프트웨어 산업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지금까지의 자동차 역사를 살펴보면 지극히 당연한 결말이다. 이 지점에서 애플과 구글은 자신들이 스마트 시대에 뛰어들던 방식과 비슷하게 자동차 산업에 접근하고 있으며, 사실상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키우고 발전시키느냐에 방점을 찍은 분위기다.

다만 자율주행차의 경지까지 이르면 인공지능 기술력도 화두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서도 애플은 사생활 보호를 원칙으로 삼아 경쟁사와 다른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흥미롭다.

이제 초연결의 시대, 무한한 사용자 경험의 확장을 위한 미래차 전쟁에 불이 붙었다. 준비됐는가? 방식과 도구, 비전과 의도는 모두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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