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피하고 싶은’ IFRS4 2단계다. 보험 회계기준을 전면적으로 바꾼단 말이다.

업계 사장 간담회에서 “제도 도입을 수용한 이가 누구냐”, “이걸 꼭 해야 하는 거냐”고 반문할 정도로 경영자들은 도입 반대 의지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혹은 반대를 통해 중단될 수 있는 가벼운 사안으로 여겼을 것이다. 본인 임기에 떠안을 '숙제'가 아니니 잠자코 있었던 경영자도 있었을 것이다.

당장의 회사 생존이 중요하기 때문에 ‘보험사 준비금을 공정가치로 평가하자’는 글로벌 표준화는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린다.

세계 표준화를 적용하는 2020년이 되면 생보사 자본 35조원~40조원이 허공으로 날아간다는 시뮬레이션까지 나와 겁에 질린 생보업계의 얼굴이 역력하다.

어느 시기나 기업 경영자의 고민은 있어왔다. 요즘의 경영환경이 조금 더 복잡해졌을 뿐이다.(특히 보험사는 경영하기 좋은 때라고 결코 말한 적은 없다. 항상 영업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최초 단일 보험회계기준을 공표할 당시(2004년 3월)에도 해외 보험사 경영자들도 거세게 반대했다. ‘공정가치 산정’ 명분도 소용없었다. 국제보험회계기준에 대한 보험사 CEO들의 문제 제기도 당연히 있었다.

하지만 선진국 보험사장들은 경영 고민을 성토와 걱정으로 끝낸 게 아니라 한 발 더 나아간 자세를 보였다. 다가올 미래를 진단하고 유익한 정보를 공유했으며 리더급 기업이 시장을 만들어 치고 나갔다.

국제 회계 기준의 좋은 점도 거론됐다. 이 기준을 성공적으로 수립한 보험사는 회계기준이나 건전성 규제와 관계없이 강력한 브랜드, 활발한 고객서비스 문화와 효율경영 체제를 갖추게 됐며, 이해관계자들간의 정보 격차를 줄이고 투명성을 실현했다.

IFRS가 40조원대 자본이 투입되는 생보사 거대 과제이긴 하다. 몇몇 보험사에겐 생사가 달린 일일 것이다. 표준에 미달하면 퇴장하는 것이 시장 원리인 것처럼.

국제회계기준을 먼저 경험한 해외 경영자들이 생보사의 향후 모습을 전망했다. 이것이 담긴 2004년 제네바학회의 보험사 CEO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한다. 요즘 한국 보험업계 현실에 해당되는 모습이 제법 있었다.

#1. 보험상품과 자산운용의 미래

◇실적배당형‧단기형 보험상품의 대두

생명보험에 국제보험회계기준이 도입될 경우 향후 생명보험의 상품운용이 장기에서 단기 위주로 전환될 것이다. 장기상품보다는 단기의 보장성 및 저축성 상품이 대두될 것이고, 배당형 상품보다는 투자형 상품에 판매를 주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상품에서 제공하는 옵션‧보증 비용은 새로운 기준이 적용된 손익계산서의 이익 변동성을 더욱 크게 할 것이므로 배당부 상품을 취급할 유인이 줄어들 것이다.

손해보험사는 장기종목과 대재해리스크 인수 등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이다.

보험금 지급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종목(long-tail business)들인 배상책임, 상해와 질병, 근재보험에 대한 판매유인이 줄어든다.

손익계산서의 변동성이 커지게 되면, 손해보험사의 자본조달비용이 상승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재물보험의 대재해리스크(catastrophe risks)의 인수나 금융재보험(financial reinsurance)의 활용도 감소될 것이다. 비상위험준비금 등 관련 준비금 적립이 허용되지 않는 등 리스크에 시장가치를 부여하는데 따르는 불확실성이 커져 재무제표의 변동성도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준비금을 현재가치로 할인하게 되면, 손해보험사가 시장에서 가격인하 압력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고, 현재 통용되고 있는 금융재보험 상품의 매력도 크게 감소될 것이다.

지금까지 소비자들에게 제공해왔던 각종 보증과 옵션들은 기업 가치를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됨에 따라 보증과 옵션 요소들을 줄인 신상품 공급이 늘어난다.

◇단기채권 위주의 자산운용

손해보험과 생명보험사 모두 투자 기간이 짧아질 것이다. 보험사 최고경영진들은 주식 투자에 따른 변동성보다 손익계산서의 변동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지분투자에서 채권투자로, 다시 듀레이션이 짧은 채권투자로 자산의 재배분이 예상되나, 이는 생명보험사의 자산‧부채 대응에 제약이 될 것이다.

결국 생명보험사 유배당계약자에게는 장기적 수익률 하락으로, 손해보험사 계약자에게는 보험료 상승으로 나타날 것이다.

생명보험사들은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자산과 부채의 대응을 강화해 결국 보수적인 투자와 낮은 투자수익률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정책의 변화는 보험상품의 변화를 수반할 것이며, 보험상품의 듀레이션이 짧아질 것으로 보인다.

손해보험사들 역시 듀레이션의 단기화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투자에 대한 제약이 커질 것이고, 이에 단기채권으로 전환할 것임. 이 경우 생명보험과 달리 이자율 보증이 없으므로 단기채권으로의 전환보다 용이할 것으로 추측된다.

#2. 리스크관리와 재무관리

◇장기계약의 리스크관리에 부담

기업지배구조 요건 강화, 내부통제의 수준에 대한 감독의 초점이 모아지면서 자산-부채의 리스크관리에 대한 요구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리스크관리 체계는 다음 두 가지의 요소를 만족해야 한다. 첫째 요건은 자산의 측정과 부채의 측정 사이에 일관성이 있어야 그 잔여지분인 자본의 측정을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요건은 측정체계가 경영 의사결정에서 고려하고 있는 기간을 반영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험경영의 의사결정에서 고려되는 ‘장기(long term)’ 대신 국제회계기준은 ‘단기(short term)’를 중시하는 점에서 리스크관리에 부담된다.

실제로 대다수 보험사들의 리스크관리체계는 장기계약을 반영하면서 여러 기간에 걸쳐서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장기적인 리스크관리가 현실적 관심사인 생명보험사에게 공정가치회계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익 변동성 증대로 자본조달비용은 상승

공정가치회계는 이익예측을 현재보다 더 어렵게 할 것이다. 공정가치회계에서 이익의 예측은 자본의 변동으로 정의된다. 기간별 자본의 변동은 금융자산의 시장가치 또는 추정시장가치와 보험부채의 추정시장가치에 근거하고 있다.

이익은 투자자산의 처분손익은 물론 평가손익을 모두 포함하며, 보험 부채의 미실현 추정손익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이익예측이 어려워지면 이익을 바탕으로 하는 배당정책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이익이 현금흐름과 직결되지 않음으로써 이익이 계약자 배당정책의 건전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성장률이 동일할 경우 현실에서는 이익의 변동성이 큰 기업에게 더 높은 자본조달비용을 요구하고 있다.

자본시장에서는 보고이익의 변동성이 커지면 추가적인 리스크마진을 요구하므로 이는 보다 낮은 주가와 보다 높은 자본조달비용을 초래한다.

그러나 장기계약인 보험의 특성에 비추어 보고이익의 상당부분은 의미가 없는 정보, 즉 적정 신호가 아닌 잡음(noise)일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보험사가 자본을 추가하여야 한다면, 조달비용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보험원가의 상승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사가 보험원가를 인상하는 것은 대체상품 때문에 쉽지 않아 경제 전체적인 보험공급 능력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대체리스크전가(alternative risk transfer)나 자가보험(self insurance) 등 보험 대체상품의 존재는 보험원가 상승에 제약요인이 될 것이다.

새로운 회계시스템 구축비용 공정 가치를 반영하는 내부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는 4~5%의 추가비용이 예상되며, 기존 시스템과의 병존 기간이 길수록 비용은 최소한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환비용으로는 전체 경상비용 대비 생명보험은 평균 5%, 손해보험은 평균 4%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개별 보험사 수준으로 보면 최소 3%에서 최대 10%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 CEO들의 인식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전망

대다수 보험사 CEO들은 국제보험회계기준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지만, 국제보험회계기준에 대한 긍정적 시각도 갖고 있다. 국제보험회계기준 수립에 성공적인 보험사는 회계기준이나 건전성 규제와 관계없이 강력한 브랜드, 활발한 고객서비스 문화와 효율경영 체제를 갖추게 됐다.

이같은 관점에서 국제보험회계기준이 책임준비금을 현실적인 현금흐름에 기초해서 평가하고 있는 것은 상당한 진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제보험회계기준은 가치창출 보고에서 이해관계자간의 정보 격차를 줄이고 투명성을 제고할 것이라 경영자들은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