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콘텐츠의 운명은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유통권력을 상실한 미디어의 운명과 ICT 기업의 시장 진입, 이에 따른 다양한 전략이 맞물리며 흥미로운 복마전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아마존은 자사의 특급 배송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한 고객에게 워싱턴포스트 디지털판 6개월 공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재미있는 지점은 아마존의 이러한 전략이 아마존 프라임 고객을 위한 6개의 부가 서비스 중 1개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 고객에게 음악 100만 곡을 광고없이 제공하고 사진용 클라우드 무제한 이용권 및 킨들 책 공짜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6개월 무료 구독권은 일부라는 뜻이다.

아마존은 무엇을 얻으려는 것일까? 먼저 워싱턴포스트의 콘텐츠가 메인은 아니더라도 고객들을 유치하거나, 혹은 잡아두는 수단으로는 매우 뛰어난 방식이라는 점이다. 워싱턴포스트 구독권을 보려고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하면 워싱턴포스트를 구독할 수 있게 만든다는 뜻이다.

여기에 최근 아마존이 다른 미디어와 연합해 스스로 플랫폼의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한 대목과 맞물려 보자. 이제 미디어 콘텐츠는 메인은 아니지만 상당히 준수한 생태계 전략의 씬 스틸러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아마존처럼 워싱턴포스트라는 미디어를 일종의 플랫폼으로 삼아, 나름의 생태계로 구축하는 점은 오히려 지금의 미디어 환경과 비교하면 ‘의외로’ 이색적이다. 현재 미디어 업계는 속속 그 유통의 주도권을 ICT 기업에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의 인스턴트 아티클스와 애플의 뉴스앱, 그리고 모바일 최적화에 나선 구글의 행보가 대표적이다. 페이스북은 타임라인을 중심으로 미디어 콘텐츠를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활용할 계획이며, 애플은 앱의 형태로 기본적인 뉴스키퍼의 역할까지 수행하려 한다. 미디어의 고민이 깊어지지만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포털에 이어 SNS를 타고 다양한 ICT 업계에 미디어 콘텐츠 권력을 이양하는 대신,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독특한 공조체제도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와 독일의 거대 미디어 그룹 악셀 스프링거의 동맹이다. 지난 2일 삼성전자와 악셀 스프링거가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유럽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주인공은 업데이(UPDAY)며, 3일부터 폴란드와 독일에 양국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다.

▲ 악셀 스프링거 본사. 출처=위키디피아

양사는 이러한 ‘동행’으로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업데이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먼저 ‘알아야 하는 것(Need to Know)’에는 악셀 스프링거 자체 편집 팀이 뽑은 단문 기사가 보이지만 ‘알고 싶은 것(Want to Know)’을 누르면 파트너 퍼블리셔의 콘텐츠가 나온다. 여기에서 악셀 스프링거는 파트너들에게 상당부분의 이득을 보장하는 쪽으로 풍성한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삼았다.

일단 삼성전자는 플랫폼 사업자의 역할을 맡아 유럽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 물론 업데이가 스마트폰 선탑재 앱은 아니기 때문에 강제적 효과는 없지만, 최근에는 선탑재 앱이 이용자 입장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훌륭한 전략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업데이를 채우는 악셀 스프링거의 풍부한 콘텐츠를 통해 유럽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 콘텐츠 및 큐레이션 기능을 모두 포기하면서까지 ‘원하는 바’를 이루려 한다는 평가다.

이제 미디어 콘텐츠가 어떻게 활용되고 소비되는가는 유통권력의 주체에 따라 변하게 됐다. 미디어 콘텐츠는 매력적인 ‘상품’으로 인식되어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강요받는 상황이다. 이 지점에서 진정한 저널리즘의 부활을 독려하는 목소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말마일까? 변화의 휘파람일까? 역사가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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