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일 일본은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민비(명성황후)’에 비유하며 맹비난을 쏟아 붙였다. 한발 더 나아가 산케이 신문과 일본 극우 단체들은 같은 달 10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서는 “중립성에 어긋난다.”, “정치적 야심이다.”라며 국제적 파문을 일으켰다.

일본의 보수·우익 성향의 니시하라 마사시(西原正) 평화·안보연구소 이사장은 산케이에 게재한 '중한(中韓) '준동맹(準同盟)'에 ‘일본과 미국에서 쐐기를’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중국의 전승절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박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은 무척 부적절하고 불쾌하다"고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 정인호 대표

과거 일본은 종군 위안부 문제와 전쟁 포로를 실험실의 마루타로 쓴 행각, 난징 대학살, 중국과 한국을 비롯한 만주, 대만 등 동아시아 전역에 자행된 만행은 참담한 인권 유린의 실태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랬던 일본이 중국의 전승절에 참석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사무총장을 비난하고 있다. 지은 죄가 명백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일본 스스로가 일으킨 만행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억이 없다.

이러한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선택적 기억상실증(Selective Amnesia)’이라고 한다. ‘선택적 기억상실증’이란, 고통스런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싶거나,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거나, 또는 기억하고 싶지 않는 극단적 경험 등으로 인해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현상을 말한다.

군대 고참이 후임병을 구타한 것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부부싸움에서 여자들은 남자가 과거에 자기에게 상처를 준 것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이뿐만 아니다. 나라의 중요한 직책을 맡을 분들에 대한 검증을 위한 청문회 모습에서도 자신에게 유리한 질문에 대해서는 청산유수와 같이 말하다가 자기에게 불리한 질문이 쏟아지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라며 궤변에 가까운 변명을 늘어놓는 ‘선택적 기억상실증 현상’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고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과 부합하는 특정부분만 보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같은 그림이나 현상을 보아도 다르게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속성 중 하나로서 많은 사람들이 외부 정보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 인식이나 경험에 가까운 것이나 자기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기억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일본이 궤변을 늘어놓는 모습을 보면 ‘선택적 기억상실증’의 기능이 매우 발달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전 세계가 다 알고 있는 사실적 만행을 일본만 모른다. 뛰어난 능력이다. 때로는 단순하게 사는 것이 세상살이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춘추전국시대 사공자의 첫째로 꼽히는 맹상군(孟嘗君)이라는 제후가 있었다. 그는 평소 인물을 아껴 빈객이 3,000명에 달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제나라 재상 자리에서 쫓겨나자 빈객들이 모두 떠나고 말았다. 졸지에 외톨이 신세가 된 맹상군이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그의 곁을 떠나지 않은 인물이 있었는데 그가 풍환(馮驩)이라는 식객(食客)이었다.

그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부유하고 귀하면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고, 가난하고 지위가 낮으면 벗이 적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당신은 혹시 아침 일찍 시장으로 가는 사람들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새벽에는 어깨를 밀치면서 앞 다투어 문으로 들어가지만, 날이 저물면 사람들은 더 이상 시장을 돌아보지 않습니다. 이는 그들이 아침을 좋아하고 날이 저무는 것을 싫어해서가 아닙니다. 날이 저물면 사고 싶은 물건이 시장 안에 없기 때문입니다.”

일본이 재상의 자리에서 쫓겨나면 과연 누가 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