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13, 133-31, 128-37, 128-52, 그리고 130-50. 

2011년 LG에서 넥센으로 이적한 이후부터 2015년 현재까지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의 경기 출전 수-홈런 수다. 야구에서 거포현 4번 타자에게 홈런, 그리고 장타의 개수는 자신의 커리어와 직결되는 기록이자 곧 자신의 역량을 말한다. 

물론 몇몇 야구선수들에게는 이른바 ‘미친 시즌’이 있어 갑자기 전에 없는 맹활약을 하며 리그에서 일약 스타로 떠오르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하지만 그러한 성적은 개인의 뼈를 깎는 노력이 없이 이후의 시즌에서 유지하기 쉽지 않으며, 그 이상의 성장을 나타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LG시절 4시즌(2007~2010) 박병호의 평균 타율은 0.189였다. 물론 신인의 프로 적응기간을 감안해 2~3년의 부진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는 하지만, 4년차의 성적까지 보았을 때 박병호는 가능성이 그렇게 높은 선수로 평가되지는 않아 ‘만년 유망주’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그러다 2011년 LG에서 넥센으로 트레이드 된 후, 박병호는 그동안 가지고 있던 거포의 본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적 첫 해를 제외하고 2012 시즌부터 지난해 시즌까지 3년 연속 리그 홈런왕에 올랐다.     

그리고, 지난 21일 NC 다이노스와의 원정경기에서 박병호는 선발투수 이태양을 상대로 시즌 50호 홈런을 쏘아올리며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2년 연속 50홈런의 대기록을 세웠다.  

지난 2003년 10월 삼성 이승엽의 56호 홈런은 한국 프료야구 최다 홈런이자 당시 아시아 프로야구 리그 홈런 신기록으로 남으면서 많은 이들을 열광시킨 바 있다. 

이제는 포스트 이승엽으로 평가되는 박병호가 그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현재 넥센의 정규시즌 잔여경기는 앞으로 10경기다. 130경기에서 50홈런을 때려낸 페이스는 경기당 약 2.6개의 홈런을 때려낸 셈이므로, 박병호 특유의 ‘몰아치기’를 고려하면 최다 홈런 신기록 갱신도 충분히 가능하다. 

통산 기록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박병호는 전형적인 대기만성(大器晩成)형 선수다. 국내 리그에서는 이미 그 진가를 충분히 발휘했다고 할 수 있다. 머지않아 국내 리그를 넘어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꿈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 한국 프로야구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증명하는 4번타자 박병호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