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석민 마케팅 전략가

얼마 전 배우 윤은혜의 중국 내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선보였던 의상 디자인에 대한 표절 논란이 있었다. 표절에 대한 진실 여부와 그녀의 반응에 대하여 패션업계에서는 여러 가지 의혹과 비난 여론이 조성되는 듯 보였다. 표절 이슈는 비단 이번만의 문제는 아니었고, 모든 산업 전반에서 심심치 않게 나타나는 주요 논란의 주제이기도 하다. 윤은혜 표절 시비 바로 이전 신경숙 작가의 표절 사건이 큰 화제를 낳기도 했다.

필자는 오늘 표절 의혹을 받는 특정인이나 표절 의혹을 제기한 상대 측의 특정 편을 들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산업 전반에 깔려있는 지식재산의 무분별한 사용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우리들 또한 그 범주에 포함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표절 또는 모방의 대표로 우리는 중국의 예를 자주 든다. 가장 최근까지 이슈가 되었던 샤오미라는 중국 최대 휴대폰 제조사는, 애플이나 삼성의 휴대폰 기능 및 디자인 특허 도용인 카피캣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제조사로 13년부터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단순히 모방이나 도용을 하는 회사를 넘어서 중국 내 휴대폰 점유율(M/S)이 삼성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선 무서운 기업이 되었고 이제는 모방이라는 단어를 넘어서 한국 내에서도 보조 배터리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법한 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모방이 없이는 창의적 혁신은 없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며 긍정적 평가에 무게를 더하는 한 매체의 방송을 접한 적이 있다. 이 말은 분명 맞는 말이다. 모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은 이미 존재하는 다른 아이디어들에서 출발하게 된다. 즉 아무것도 없는 백지 상태에서 완성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다만 혁신으로 가는 길목에서 모방으로 인한 제품들의 생산 및 사용을 부정적으로 볼 것인가 긍정적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는 분명히 존재하며, 나라마다 문화적 배경이나 환경에 따라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를 수 있음은 인정해야 한다.

비판적 배경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아이디어의 차용은 어떠한가?

다음 제품들에서 차별적인 특징들을 찾아볼 수 있겠는가?

 

스마트폰 분야의 거대기업 삼성전자 또한 애플 아이폰의 디자인을 도용한 것으로 미국의 재판에서까지 거론되었고, 아모레퍼시픽의 에어쿠션 기능의 메이크업 제품이 히트를 치기 시작하니, 국내기업 외국기업 할 것 없이 모두 유사기능 제품을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제약업계에서는 법적보호 기간이 종료되면, 바로 복제약(Generic)들을 생산 판매할 수 있게 된다. 합법적이긴 하나 이 또한 아이디어의 차용에 해당된다.

이쯤 되면 우리가 중국을 포함한 누구를 비판할 입장은 아닌 듯싶다. 비단 모방은 여기에만 있는 일들이 아니며 전 세계 어느 산업에서든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방 또는 표절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인가? 적어도 그런 기본을 흔드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모든 지식재산에 있어서 조금 더 존중받고 보호받을 수 있는 산업별 법적 장치의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상식적인 이야기임을 강조한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표절, 모방이라는 부정적 단어보다는 아이디어의 차용이라는 긍정적 시각에서 당사자 상호간 인정하고 받아들여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의 조성이다. 원조의 차용임을 인정하고 거기서 더 발전된 아이디어의 생산을 추구해 내기 위한 양심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흔히들 기업에서 벤치마킹(Benchmarking)이란 미명(美名)아래 타사의 경영 시스템이나, 운영 방식을 그대로 인용하려는 주체(Entity)가 왕왕 존재한다. 그러나 벤치마킹이라는 것 또한 타사의 성공사례를 학습하고, 그 시스템을 이해한 후 자사의 입장에 맞도록 새롭게 탄생, 적용하는 것임을 이해한다면 지금까지 산업 전부문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분별한 아이디어의 단순 도용은 단기적인 이익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장기적인 관점의 자산(Equity)형성을 위한 본인의 발전 및 성공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함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