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대나 스타는 있다. TV에 늘 나오는 유재석이나 씨스타 같은 연예인도 있고, 은퇴했지만 여전히 유명한 김연아나 박태환, 박지성 같은 스포츠 스타도 있다. 하지만 혹시 사이클 선수 중에 아는 이가 있는가? 그나마 경륜계에서는 항상 유명한 선수가 있지만 그것도 그들만의 리그일 뿐, 대중적이지 않다. 어쨌든 한국인들에게 사이클은 인기가 없지만 스타는 엄연히 존재한다. 지금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현역 선수라면 얼마 전 TV에 출연한 박성백 선수 혹은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는 장경구 선수를 들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조호성 선수를 최고로 꼽는다. 지금은 은퇴해서 서울시청 사이클팀의 코치로 활동 중이라 경기에서 만나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가 쌓은 기록과 업적은 한국 사이클계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한다. 만 40세의 나이에 국가대표로 나선 2014 인천아시안게임의 마지막 옴니움은 정말 감동의 산사태였다. 뭐 은메달이라도 상관없다. 주인공은 조호성이었으니.

그럼 해외는 어떨까? 확실히 해외는 한국과 다르다. 특히 유럽에서 사이클은 축구, F1과 더불어 3대 스포츠로 꼽히는 경기답게 슈퍼스타들이 널렸다. 현존하는 선수 중에는 크리스 프룸이나 피터 사간, 나이로 퀸타나, 안드레 고릴라(?) 그라이펠 등 많은 선수들이 스타로 불리고 있지만 뭔가 허전하다. 모두 하나같이 훌륭한 선수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아쉽다고 할까. 지금은 도핑 때문에 추락해버린 랜스 암스트롱의 무시무시한 기록 때문인지, 이렇게 세계적인 선수도 인상 깊게 다가오지 않는다. 실력 말고 쇼맨십을 갖춘 스타가 그립다고 할까. (물론 피터 사간이 훌륭한 쇼맨십과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는 것은 인정!)

여러분 혹시 사자왕 마리오 치폴리니를 알고 있는가? 물론 필자도 어린 시절 유로스포츠 채널을 접하거나 인터넷을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지 못해 마리오 치폴리니가 활동할 때는 그의 경기와 행적에 대해 알지 못했지만, 지금 보니 마리오 치폴리니는 정말 불세출의 스타인 것 같다. 그랜드 투어 스테이지 우승만 해도 뚜르 드 프랑스 12회, 지로 디 이탈리아 42회, 부엘타 아 에스파냐 3회에 빛나는 이 엄청난 이탈리아 괴짜 스프린터 아저씨는 기행으로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재주가 있었다. 예를 들어 스프린트 구간을 획득해놓고 산악구간에 접어들면 경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고, 투르 드 프랑스에 참가하는 7년 동안 단 한 번도 완주를 하지 않아 투르 조직위에서 그와 그의 팀을 출전 정지시켜버리는 일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불량한 행동을 보여준 치폴리니지만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다. 아마 멋진 외모와 뛰어난 패션센스 때문인 듯하다. 우리 마리오 아저씨는 잘생긴 외모로 바람기를 자랑하고 다녔고, 스포츠 스타이면서 이탈리아의 섹스 심벌이기도 했다. 경기 중 파워를 더 내기 위해 섹스 심벌 파멜라 앤더슨의 사진을 스템에 붙이고 출전하기도 했고, 자신이 자전거 선수가 아니었다면 포르노 배우가 되었을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다. 실제로 누드도 찍었는데, 글쎄…. 썩 아름다워 보이진 않았다.

이런 기행보다 더 유명한 것은 그의 경기 슈트다. 인터넷에서 그를 찾아보면 놀랄만한 사진들이 나온다. 핑크색 바탕에 은색 혈관이 그려진 혈관 슈트, 이해하기 어려운 감각의 타이즈, 그리고 가장 유명한 근육 슈트까지. 정말 다시없을 경기복이지 않나. 치폴리니는 이런 슈트들 때문에 많은 벌금을 물어야 했지만, 그가 입었던 옷들은 경매에서 엄청난 가격에 팔렸다고 한다. 최근 프로팀들의 경기를 보면 내용이 훌륭하고 기록도 좋지만, 썩 재미있지는 않다. 매너리즘에 빠져서 그런가? 이유야 어찌되었든 팬들을 사로잡을 사자왕님 같은 괴짜 선수가 조금 그리운 요즘이다.